"난롯불 쬐는 거리 같은, 경계를 지키는 대화법이 필요해요"

김수정 기자 2020. 1. 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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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담심리학회, 가족관계 돈독해지는 명절 대화법 제안

(서울=뉴스1) 김수정 기자 = “설이 다가오는 게 두려워요”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불리는 설이 며칠 앞이지만, 설에 받을 스트레스가 무서운 사람들이 많다. 취업, 결혼, 출산, 성적, 연봉을 묻거나 남과 비교하는 말은 듣는 이에게 쉽게 상처가 된다. 이 때문에 설 연휴가 끝난 후 상담실 방문, 이혼 신청이 늘어나기도 한다. 가족과 친척들이 건넨 말에 적절한 대처를 못하고 끙끙 앓았던 경험이 있거나, 요즘 소위 꼰대를 지칭하는 말인 ‘라떼’가 되기 싫다면 설을 맞아 한국상담심리학회(학회장 성승연)가 제안하는 ‘서로 존중하는 명절 대화법’에 주목해보자.

일상에서는 부부, 부모, 형제자매 중 몇 개의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된다. 하지만 명절이 되면 전통적 가족상에 맞는 역할을 추가로 하게 되고 이 변화된 역할에 적응하기 위한 혼돈과 어려움을 누구나 겪게 된다. 이 혼돈 속에서 서로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우리 가족의 거리는 어떨까? 심리학자 미누친은 가족 사이의 거리를 ‘가족경계’라고 부르며, 다음 세 가지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경직된 경계선’은 가족끼리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독립적인 태도로 서로를 대하는 가족경계를 말한다. 그 예로 “제 일에 간섭하지 마세요”, “제가 결혼을 하든 말든 제 맘이에요!”,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관심 끄세요!”,“네 앞가림은 너 스스로 해야지!” 같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두 번째 ‘모호한 경계선’은 ‘네 일이 곧 나의 일’이라는 식으로 가족이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며, 사적 영역을 존중하지 않는 가족경계를 말한다. “만나는 사람은 있고? 연봉은 얼마나 되니?”, “내일 쉬는데 하루 더 자고 가렴. ○○이 하나면 애 외로워서 안 된다. 동생 낳아줘야지!” 같은 대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세 번째, ‘명확한 경계선’은 나라는 정체성과 우리라는 소속감을 동시에 가지며 상호작용을 하고 평소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지만 필요시 기꺼이 도움을 주는 가족경계를 말한다. 그 예로 “취업 준비 어떻게 돼가니?”, “혹시 내가 도와줄 게 있으면 얘기해!”, “요즘 무슨 일 있니? 혹시 불편하지 않으면 얘기해줄 수 있어?”, “좀 재미있게 하는 게임 있는데, 같이 한번 해볼래요?” 류의 대화가 해당된다. 이 세 가지 형태 중에 가장 건강한 것은 세 번째 ‘명확한 경계선’이다.

어떻게 하면 명절 동안 가족 간에 상처를 주지 않고 서로를 보듬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다음은 한국상담심리학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화법이다.

◇ 침범적 대화에서 화내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경계 본능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지켜지지 않으면 갈등과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 공격하지 않으면서 내 경계를 지키는 대화의 예를 알아보자. “관심은 감사하지만,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주세요. 잘 알아보고 있습니다.”, “도와주시려는 마음 알지만, 이번엔 스스로 해보고 싶어요. 제 방식을 존중받고 싶어요.”, “그런 질문은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요. 오늘은 즐거운 대화 하고 싶어요.”, “답하기가 좀 곤란해요. 제 입장도 이해해 주세요.” 이렇게 표현해보자.

◇ 상호인정& 존중 대화법

하지만 지나친 경계는 친밀감을 방해할 수 있으며, 가끔 만나는 사이일수록 느슨한 유대감이 중요하다. 성적, 취업, 결혼 등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일상적인 얘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이를테면 “어디 취업했니?, 반에서 몇 등이니?”를 “요즘 재미있는 게 뭐야? 학교생활은 어때?”로 바꿔보자. 또, 일방적인 조언이나 충고는 피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화를 해보자. 예를 들면 “우리 때는 이랬는데, 요즘은…”을 “그래, 그럴 수 있겠다.”로 바꿔보자. 그리고, 간섭과 비교는 피하고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자. 예를 보면 “ 누구 집 자식은 보약을 지어왔더라. 그 집 손자가 이번에 상 받았다더라.”를 “우리 며느리, 사위, 손주, 고생했어. 최고야.”, “부모님 애 많이 쓰셨어요.”로 바꿔보자.

나와 너의 거리는 추우면 다가갔다가 더우면 멀어졌다가 하는 난롯불 쬐는 거리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가까우면 델 수 있고 너무 멀어지면 온기가 없어 냉랭해진다. 올 설 연휴엔 난롯불 쬐는 거리 같은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

가족끼리 경계선을 지키는 대화 방법을 알고 싶거나, 가족 관계에서 지친 마음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한국상담심리학회에 소속된 전문 상담심리사를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nohs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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