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폐렴사태 투명공개 한다더니.."기자 감금·기사 삭제 등 통제"

이재우 입력 2020. 1. 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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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병원간 홍콩기자단, 몇시간 동안 구금당해
방송화면 삭제, 휴대전화 및 카메라 제출 요구
텐센트 뉴스 사이트에서 관련기사 삭제
[서울=뉴시스]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1일 자정까지 전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44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시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이른바 '우한폐렴'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는 외신의 비판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중국이 치명적인 바이러스 유행에 침묵해 비판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보다 빨리 대응했지만 여전히 침묵하고 있고, 정부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처벌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NYT는 사스 사태 이후 중국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공중보건체계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덩달아 정부의 인터넷과 언론, 시민사회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정부에 책임을 물었던 언론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침묵하거나 방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폐렴이 확산된 이후 이른바 '루머(헛소문)'를 퍼트린 사람들을 구금하고 정보를 억제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산둥성 공안당국은 중국 SNS인 웨이보에 '지역에 우한폐렴 의심환자가 있다'는 루머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주민 4명을 구금했다면서 사람들이 감히 말을 꺼낼 수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NYT는 사스 사태 당시 홍콩 봉황TV 기자가 중국 정부의 대처를 취재하기 위해 정권 실세인 왕치산 당시 베이징시장을 일주일간 미행했다면서 하지만 이와 같은 취재의 자유는 현재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지적했다.

지난주 홍콩 기자단이 우한폐렴 환자 대부분이 입원하고 있는 우한병원에 갔을때 경찰은 기자단을 몇시간 동안 구금하며 방송화면 삭제와 휴대전화, 카메라 제출을 요구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인터넷업체 텐센트가 소유한 뉴스사이트에 우한폐렴 관련 기사가 10시간만에 삭제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최고위원회가 중국 SNS인 위챗에 우한폐렴 관련 보고를 지연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시물을 올렸지만 추후 삭제됐다고도 했다.

중국 정부가 우한에 폐렴이 확산될 당시 체면 유지에 급급했다고도 NYT는 꼬집었다. 이는 사스 사태와 유사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우한폐렴은 지난해 12월8일 처음으로 보고됐는데 우한시 당국은 질병이 통제되고 치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SNS에 우한폐렴 관련 글을 올린 8명을 루머를 퍼트린 혐의로 조사했다. 우한시 당국은 우한폐렴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세계기록 갱신을 위해 4만가구 이상이 참여하는 연회 행사를 지원했다.

중앙정부도 우한시 당국을 지원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그룹의 일원으로 우한에 파견됐던 왕광파(王廣發) 베이징대 주임교수는 지난 10일 중국중앙TV와 인터뷰에서 우한폐렴은 통제되고 있고 환자들은 대부분 경미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왕 교수는 11일 뒤 우한폐렴 감염이 의심돼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홍콩과 태국, 베트남, 일본 등에서 감염 사례가 발견됐을 때도 우한을 제외한 중국 지방정부들은 감염 사례를 보고하지 않았다. NYT는 홍콩 언론들이 우한 외 중국 지방도시에서도 우한폐렴 감염 사례가 나왔다고 보도를 한 이후에야 다른 지방정부 관리들이 나섰다고 지적했다.

NYT는 중국 검열기관들이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지만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우한폐렴 사태 대처에 실망과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인 우즈위안은 지난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스 사태가 정부로 하여금 통치 방식을 재고하도록 압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순진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스 사태 당시 NYT와 인터뷰에 나서 중국이 이를 계기로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우즈위안은 SNS에 "이 체제(중국 정부)는 청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 자신의 얘기를 말할 수 있는 사회를 파괴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라면서 "(중국에) 남은 것은 오만한 권력과 오염된 정보, 연약하고 고립되고 분노한 다수의 개인뿐이다"고 비난했다.

중국 언론인인 유핑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정부는 '정부기관만 전염병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그것은 정보 공개가 아니다. 정보 독점이다"고 지적했다.

NYT는 중국 정부의 결정이 중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도 비판했다. 정보 통제로 우한폐렴을 막기 위한 실마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만일 온라인과 언론에서 우한폐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면 중국인들은 우한을 방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에서 확인된 우한폐렴 환자 5명은 모두 사업과 학업, 여가 등을 위해 1월 우한을 방문했다.

[베이징=AP/뉴시스] 21일 중국 베이징 기차역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춘제(중국의 설)를 전후해 연인원 30억 명이 대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우한 폐렴이 대규모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0.01.22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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