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에 되살아난 '사스 악몽'..18년전 1년 넘게 퍼졌다

신성식 2020. 1. 23. 14: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한 폐렴과 사스 같은 점, 다른 점
23일 오전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한 탑승객이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뉴스1]

중국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17~18년 전의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감염 경로나 원인 균, 발생 지역과 양상 등이 18년 전 상황을 옮겨놓은 듯하다. 사스의 되짚어보면 우한 폐렴의 향후 모습을 어렴풋이 추정할 수 있다.


사스는 3~5월이 피크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돼 2004년 1월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정체를 전혀 몰라 세계보건기구(WHO)가 '괴질'이라고 불렀다. 2003년 3월 중순에 사스로 명명했다. 3~5월이 피크였고, 세계 30개국으로 확산했다. 그 해 7월 세계보건기구가 대만을 사스 위험지역에서 해제했고 한국 정부도 비상 방역체계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에도 2004년 1월까지 중국 광둥성 등지에서 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한국 사스 사망자 없었다
당시 사스는 세계 30개국에서 발생했다. 8439명의 추정환자가 발견돼 812명이 사망했다. 중국이 가장 많았고 홍콩이 뒤를 이었다. 대만·싱가포르 등 중화권에 환자가 집중됐다. 특이하게도 캐나다에서 200명 가까이 환자가 발생해 30여명 사망했다. 캐나다·대만·몽골·필리핀·미국·영국 등에서는 최초 환자가 입국 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2차 전파가 발생했다. 한국에서 75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17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3명이 추정환자로 최종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없었고 모두 완치됐다.

우한 폐렴의 정식 병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사스와 같은 계열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며 DNA가 사스·메르스와 70% 일치한다(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근본은 비슷하지만 바이러스가 변이를 계속해와서 100%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종'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한테 옮겨온 점은 동일하다. 사스의 중간 숙주 동물은 사향고양이였는데, 당시 노루·족제비·너구리 등에서도 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다. 2003년 중국 당국이 광둥성의 사향고양이 1만마리를 도살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어떤 동물을 통해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다양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 따르면 박쥐에서 유래된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웠다"고 말했다.


침방울로 감염, 공기감염은 아닌 듯
감염병의 핵심은 감염력, 감염 통로, 치사율이다. 사스와 우한 폐렴은 감염력이나 통로가 유사하다. 정 본부장은 "아직은 유행 초기이긴 하지만 사스의 초기 감염 상황과 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스와 메르스, 우한폐렴은 호흡기로 감염되는데, 환자와 근접 접촉하거나 비말(침방울)로 옮긴다. 환자가 물건이나 문 손잡이 등을 만지고 다른 사람이 만진 뒤 호흡기로 손이 가면 감염된다. 정 본부장은 "사스와 메르스처럼 유사하게 비말로 전파되기 때문에 감염력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기 중 감염 여부는 불확실하다. 공기 감염의 대표적 질환은 결핵이다. 사스는 공기로 감염되지 않았다. 메르스는 병원의 공기 흐름을 따라 침말울이 에어로졸(아주 작은 액체 방울) 형태로 공기중에 퍼지면서 감염된 적이 있다.

22일 오후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우한 폐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우한폐렴 치사율 2%, 사스는 15%
치사율은 아직 미지수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평균 교수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한 폐렴의 치사율은 2%이다. 사스(15%), 메르스(28%)에 비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최 교수는 "현재까지 사망률로 봐서 사스나 메르스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지금까지 정보를 모아보면 주로 노인, 고령층, 기저질환(고혈압·당뇨병·암 등의 기존 질환)이 있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조기에 진단이나 치료가 안 된 경우, 늦게 발견된 경우 치명률(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망자는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이 많았다. 질병본부에 따르면 우한 폐렴의 잠복기는 짧게는 3~7일, 길게는 최대 14일이다. 사스·메르스와 유사하다.

한국의 지금 상황은 18년 전과 다르다. 사스 때는 중국·홍콩 등 중화권에서 입국하는 사람이 하루 5000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중국에서만 3만5000명이 들어온다. 우한에서만 200명이 들어온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춘절이 끼어있다. 확산 위험성이 훨씬 크다. 보건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있다. 잠복기가 최대 14일이라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입국하면 공항 검역에서 잡을 수 없다. 입국 후 증상이 나타난 뒤 작은 병원, 큰 병원으로 다니면서 진료를 받다가 퍼뜨릴 수도 있다. 메르스가 그랬다.


공항 통과한 환자, 병원에서 체크돼
사스 때와 다른 점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다. 우한을 방문한 사람이 어느 병원을 가든지 팜업 창에 우한 방문 환자라는 사실이 뜬다. 진료 단계에서 체크된다. 병원에서 보건소로 통보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2015년 메르스 막바지에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다.

공항 방역도 달라졌다. 사스 때는 중간에 발열 체크를 했지만 이번에는 초기부터 체크한다. 우한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주당 8편) 게이트에서 체온을 재고 건강상태 질문서를 받아서 이상 증세를 체크한다. 공항에서 2중, 3중의 방어막을 치고 있다. 또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국가격리병원이 지정돼 환자를 진료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