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사는' 세뱃돈 재발견, 20년 주식 사니 1000만원 훌쩍

남궁민 2020. 1. 24.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Q. 2000년생 아이가 설날마다 세뱃돈을 30만원씩 받아 코스피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주식을 사서 모았다면, 20살이 됐을 때 얼마나 될까? (총 원금 600만원)

1. 약 600만원
2. 약 700만원
3. 약 800만원
4. 약 900만원
5. 약 1000만원

(정답은 기사 본문에 있습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송파경로문화센터에서 관내 어린이집 원생들이 설을 맞아 합동 세배 후 세뱃돈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에게 자녀의 세뱃돈은 고민거리다. 얼마나 줘야할 지도 고민이지만 아이가 받은 세뱃돈을 어떻게 쓰게 할 지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빠가 불려줄겠다"며 가져가면 아이 입이 삐쭉 나오고, 계획없이 세뱃돈을 아이에게 맡기면 '탕진 잼'에 빠진 아이 손에서 금세 사라지기 십상이다. 아이가 경제 관념도 키우고 목돈도 만들 수 있는 '세뱃돈 경제교육' 방법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알아봤다.


"장남감은 1개, 저축 꾸준히"…아이와 약속부터

[중앙포토]


세뱃돈 경제교육의 첫 단추는 자녀와의 대화다. 김미라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는 "아이들이 가장 실망하는 순간은 자신의 세뱃돈이 어디가는 줄도 모를 때"라고 말했다. "부모가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대화를 충분하 나누지 않았다면 아이는 뺐겼다고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세뱃돈 중 아이가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데 얼마나 쓰고 나머지를 저축할 지를 미리 아이와의 대화로 약속하는 게 좋다고 김 강사는 권했다. 일정한 저축 비율이나 액수를 정하면 돈을 모으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아이 이름으로 된 통장은 세뱃돈 재테크의 시작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을 통해 돈을 모으는데 관심을 가지게 된다. 통장에 '가족여행'·'대학 등록금'식으로 이름을 붙이면 목표를 갖고 돈을 모으는데 재미를 붙일 수 있다.

다만 최근 '대포 통장'이나 보이스피싱 문제가 커지면서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대다수 은행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와야 통장을 만들어준다. 기본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3개월 이내 발급된 상세 증명서)와 부모의 신분증, 미성년자의 도장(서명 불가)이 필요하다. 은행마다 필요한 서류나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아이폰 대신 애플 주식을"

지난해 10월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 가로수길 매장에서 열린 애플 아이폰11 국내 출시 행사를 찾은 고객과 미디어 관계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뱃돈을 주식이나 펀드, 외화·금에 투자하도록 하면 자연스레 금융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는 "아이가 주식 투자를 하면 밥상머리 대화가 달라진다"면서 "여러 상품에 투자하도록 해 금융 지식을 쌓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미라 강사는 "아이가 원하는 아이폰 대신 애플 주식을 사면 아이는 글로벌 회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은 증권사에서 해외주식 1주가 아닌 0.01주를 살수도 있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해외 기업을 투자할 수 있다.

목돈 마련에도 도움이 된다. 2000년생 아이가 매년 30만원씩 세뱃돈을 코스피 지수에 투자했다면, 20년 후에는 1063만원이 모인다. 1년치 대학 등록금에 가까운 액수다.

아이 교육에 자주 쓰이는 『탈무드』를 투자에 활용할 수도 있다. 주식·채권·땅(리츠)에 같은 비율로 투자하는 '유대인 투자법'이다. 수백년 동안 전해져 내려와 유대인들이 부를 일구는 데 기여한 투자 방법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상장지수펀드)로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유대인 투자법은 2000년부터 20년동안 연환산 수익률 7.92%를 기록했다. 2000년부터 세뱃돈을 30만원씩 투자했다면, 원금의 2배가 넘는 1253만원으로 불어나는 수익률이다.

지난해 1월 설을 앞두고 전북 전주시 이계순 동화속 동화세상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법을 배운 뒤 원장선생님에게 세뱃돈을 받고 있다. [뉴스1]


'배보다 배꼽' 어린이펀드 주의해야
다만 배당·이자가 없는 금이나 외환은 장기투자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상품에 비해 수익이 낮거나(2019년 기준 20년간 달러 투자 수익률 -0.12%), 장기간 하락할 가능성(1980년 금값 하락 후 20년 만에 가격 회복)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이 용돈과 세뱃돈 등을 겨냥해 출시된 '어린이 펀드'에 투자할 때는 주의해야한다. 수수료가 많아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어린이 펀드는 수수료가 2% 내외다. 인덱스 펀드(모든 상장 주식의 평균을 따라 움직이는 상품. 한국의 경우 코스피 지수 추종)의 수수료 0.1~0.2%의 약 10배에 달한다. 수수료가 2.13%인 A펀드(연 수익률 5% 가정)에 100만원을 넣어서 10년 운용할 경우, 수수료만 22만원을 떼인다.

신성진 대표는 "해외의 유명한 부자들을 보면 대부분 어릴 때부터 직접 투자를 했고, 자식도 그렇게 가르친다"면서 "세뱃돈 재테크는 액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손실은 적게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