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란군과 교전할 수 있지만..軍 "별도 작전지침 불필요"

김태훈 기자 2020. 1. 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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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지역 확대로 미국과 이란이 대치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까지 작전 해역을 넓힌 청해부대는 당연히 중동 최강 이란 정규군과 교전을 대비해야 합니다. 미사일과 잠수정으로 무장한 이란의 육해공군은 이제 청해부대의 잠재적 적입니다. 청해부대 임무의 정치·외교적 조건도 180도 달라졌습니다.

군도 모두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군은 이란 정규군과 교전을 상정한 세부 전투 절차 즉 작전지침이 절대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아덴만용 작전지침으로 충분하답니다.

청해부대에게는 미국과 이란의 대치 속에 우리 국익을 고려해야 하는 정치·외교적 제약, 이란 정규군이라는 새로운 위협,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새로운 전장 환경 등 이전과 완전히 다른 조건이 주어졌습니다. 현장 지휘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아덴만 파병 때와는 판이합니다.

새로운 전투지침이 하달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군이 만사형통(萬事亨通)의 보검(寶劍)이라는 '아덴만용 작전지침'으로는 대응 할 수 없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군사(軍事)의 ABC를 망각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청해부대 왕건함과 고속단정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 이미 하달된 작전지침으로 모든 상황 대응 가능하다?

어제(23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 중 최현수 대변인과 기자들 간 문답입니다.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 같은데 그러면 최악의 상황까지도 가정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청해부대 작전지침이 없다고 보도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확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대변인 : 네, 저희가 그 사안에 대해서는 가정적인 사안에 대해서 답변 드리기는 뭐하고, 항상 저희가 어떤 상황에서든지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고요. 이미 하달된 작전지침이 있습니다. 말씀드리기는 좀 제한이 됩니다만,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한 작전 수행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호르무즈 파병 이전에 하달된 아덴만용 작전지침으로도 앞으로 벌어질 모든 상황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입니다. 작은 전술제대가 평이한 임무 지역으로 투입돼도 그에 따른 작전지침이 하달됩니다. 하물며 청해부대가 파견되는 곳은 미국과 이란 갈등으로 정치·외교적 변수가 큰, 현재 지구상에서 정치·군사적으로 가장 민감한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청해부대 지휘관은 정치·외교적 계산까지 하며 전투를 지휘할 수 없습니다. 명확한 작전지침으로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건 군사의 기본입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요지부동입니다.

- 기자 : 작전지침은 그때 청해부대가 처음 아덴만에 파견됐을 때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대해적 작전 중심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같은 경우에는 해적은 없고 대신 혁명수비대가 있거든요. 해적은 기껏해야 AK 소총인데 혁명수대비는 미사일에 잠수정에 말 그대로 정규군입니다. 정규군을 상대하는 작전지침하고 해적을 상대하는 작전지침하고는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중략)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나 상선을 공격한 게 하루이틀이 아닌데 그런 상황이 발생해서 청해부대 작전지침이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으면 거기 청해부대 부대장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 대변인 :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이미 하달된 작전지침에 따라서 모든 발생 가능 상황에 대해서는 작전 수행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

청해부대 왕건함이 대형 민간 선박을 호위하고 있다.

● 작전지침 하달 거부하는 軍, 왜 그러나

예비역 해병대 준장인 차동길 단국대 해병대군사학과 교수는 "청해부대가 연합군의 일원도 아니고 단독 작전, 독자적 작전을 한다는데 호르무즈 작전지침이 없다는 건 도무지 이해불가"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아마 이란이 미국을 직접 공격하기 부담스러우면 우리같은 동맹국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며 "그때 가서도 국방부는 작전지침 없는 단독작전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할 건가"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군사 안보전문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독자적인 파병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독자적인 우리의 어떤 행동 계획, 행동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으로 싸울지 전혀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깜깜이 파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국가 간 의지가 맞부닥치고 군사력, 힘이 충돌하는 분쟁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작전 요인들이 변수로 제기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전투 절차 매뉴얼 즉 작전지침에 손 놓은 정부와 군을 비판했습니다.

정부와 군은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한 곳을 피해 다니길 바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군이 늘 말하듯,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새로운 위협, 새로운 전장, 새로운 정치·
외교적 환경에 직면한 청해부대에게 그에 걸맞는 작전지침을 하달하는 건 사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아닙니다. 군 지휘부의 당연하고 일상적인 의무입니다. 군 지휘부는 부하들을 호르무즈 해협에 작전지침도 없이 보내 놓고 설날 떡국이 먹힐까요.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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