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으로만 '진보' 외쳐대".. 文정권 '뼈 때리는' 진보 인사들

김주영 입력 2020.01.24. 11:21 수정 2020.02.13. 14:49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진보논객 진중권·참여연대 떠난 김경율 등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한 구절이다. 집권 4년차로 접어든 현재,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고 있을까. 대통령 지지율 관련 각종 여론조사 결과뿐 아니라 개별 정책 사안이나 인사 등에서 국론이 반으로 쪼개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진보 성향 인사들이 정권에 ‘반기’를 드는 경우가 속출했다는 점은 여권 입장에선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세계일보는 문재인정부에 등을 돌린 대표적인 진보 인사들과 그들의 발언을 정리해봤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진중권 “靑, ‘친문’의 사조직으로 전락”

고(故) 노회찬 전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정의당의 ‘노유진’(노회찬·유시민·진중권)으로 불렸던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연일 문재인정부와 여권 인사, 그 지지자들의 ‘뼈를 때리고 있다(가장 아픈 부위를 콕 찝어 비판하고 있다).’ 조국 사태로 교수직까지 던진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루에도 여러 건 글을 올려 정부·여권을 맹비난한다. 한때 동지였던 유 이사장이나 ‘친문’(친 문재인 대통령)을 자처하는 공지영 작가 등과 ‘공개 설전’을 벌인 일도 다반사다. 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을 ‘문빠’나 ‘좀비’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얼마 전엔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올린 글에서 “독재정권 시절엔 견해가 다른 사람은 ‘빨갱이’로 몰았다”며 “문재인 정권에서는 견해가 다른 사람을 ‘자한당’(자유한국당)으로 몬다”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문빠들은)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맡겨놔서 집단을 떠나면 아예 자기 생각을 못 한다”며 “(나와 공개적으로) 토론할 용기가 없으면 주체적으로 찌그러지라”고도 일침을 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등을 두고는 “마침내 검찰을 권력의 애완견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총선 출마를 비판하며 지난 19일 올린 글에서는 그간 진보를 표방해 온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한 진 전 교수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김 전 대변인이) 청와대에 들어와서 보니, 세상에 입으로 진보를 외치던 인간들이 사는 방식은 다들 조국이니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이란 회한이 들만도 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 전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꼬집은 것이다. 지난 14일 올린 글에서는 “청와대의 운영은 이미 ‘공적 업무’에서 친문의 이권을 보호해주고 생존을 보장해주는 ‘사적 업무’로 전락했다”고 하기도 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이견으로 참여연대를 떠난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김경율 “진보,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국 사태로 청와대·여권에 반기를 들고 나선 또 다른 대표적 진보 인사로는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들 수 있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이 심상치 않다고 주장해 온 김 전 위원장은 참여연대가 조 전 장관을 옹호하자 사퇴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2일 열린 새로운보수당 초청 강연에서 “조국 사태를 보면서 모두를 말살시킬 수 있는 광기를 느꼈다”며 “진보가 망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의 탄핵이 ‘부패한 보수가 무능했다’는 것을 입증했다면 조국 사태는 ‘무능한 진보가 부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연에서 조 전 장관과 참여연대 등을 비판하며 “문재인정부를 한 마디로 규정하라면 부패라고 할 수 있다”면서 “카르텔 체제”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 진보가 과연 혁신적·급진적 이슈를 제기한 적 있냐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며 “시민단체와 권력 간에 이권을 매개로 나눠먹기가 이뤄지다보니 도저히 분간이 안된다”고도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출연한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도 청와대와 정치권을 향한 질타를 쏟아내는가 하면, 진 전 교수를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올바른 전형”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조국 사태 때문은 아니지만, 그 이후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참여연대를 떠난 인물이 또 있다. 양홍석 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이다. 양 전 소장은 사직서에서 “(검찰개혁이)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에 관한 의견 차이는 그냥 덮고 넘어갈 정도를 이미 넘어섰고, 이런 상황에서 더는 참여연대에서 직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재문 기자
◆목수정 작가도… 정계 ‘공신’들도 가세

진보 성향 인사로 꼽히는 목수정 작가 역시 문재인정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목 작가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일찍이 본 적 없는 나라 꼴”이라면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만든 찬스에 정권을 잡은 세력이 그 흔한 개혁입법 하나 없이, 인사 참사, 고위 관료 비리, 선거부정의 악재를 덮겠다고 ‘홍위병’들을 앞세워 억지를 쓰고 있는 게 지금 몇 달짼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 “정책도, 프로젝트도, 비전도 없고 장미빛 현실은 대통령의 허무맹랑한 연설문 속에만 있다”고도 지적했다. 목 작가는 추 장관의 검찰 인사를 놓고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현 여권과 문재인정부의 탄생에 어느 정도 기여한 정계 인사들도 최근 대통령과 정권을 향해 잇따라 독설을 늘어놓고 있다.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정치네트워크 ‘시대전환’ 초청 강연에서 “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두 사람에게 완전히 속았다는 느낌 뿐”이라고 털어놨다. 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캠프에도 합류했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관련,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고 능멸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