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속 50km 제한" 가속도.."택시 영업 치명적" 볼멘소리

정진호 2020. 1.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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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50km로 속도가 제한된 종로3가 사거리. 정진호 기자

서울 시내 모든 간선도로의 제한 속도가 시속 50km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늦어도 2021년 4월 전에는 하향된 제한 속도에 맞춰 표지판 설치가 완료된다. 유예기간을 거친 뒤엔 단속에도 나선다. 서울 시내 전 도로 시속 50km 제한이 예고되면서 사대문 안 도로 교통 상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대문 내 도로의 제한속도는 2018년 12월부터 시속 50km로 하향 조정돼 약 1년간의 데이터가 쌓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대문 도로 상황을 기준으로 서울 시내 전체에 같은 제한속도가 적용됐을 때의 상황을 엿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대문 안 CC(폐쇄회로)TV 단속 건수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 전역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가 일시적으로 늘 가능성이 크다.


택시기사들 “5차선 도로·밤 시간 50km?”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사대문 도로 제한속도 하향으로 불편함이 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택시기사인 류시춘씨는 “좁은 도로면 몰라도 편도 5·6차선 도로를 시속 50km 이하로 주행하라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특히 택시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쁜 사람들인데 사대문 안에서는 속도를 못 내니 승객과 기사가 모두 답답해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택시 영업에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뉴스1]

서울 시내 다른 택시기사들의 말도 이와 비슷했다. 택시기사 이모(48)씨는 “사대문 안은 어차피 차가 막히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불편하진 않다”며 “그런데 차가 없는 밤에도 제한 속도가 시속 50km로 똑같은 건 불만이다”고 했다. 이씨는 또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속도를 내다가 갑자기 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줄이면 급격한 감속으로 인해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간선도로 본래 기능 마비시키는 것”
도로 성격을 구분하지 않은 제한속도 하향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보행자가 많은 도로는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정도로 하되 간선도로까지 그렇게 제한하지 않는다”며 “서울 시내 간선도로의 기능은 도시 내 빠른 연결인데 이런 도로도 일률적으로 속도를 통제한다는 건 그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단순히 페인트칠을 다시 해 숫자만 바꿀 게 아니라 도로 설계 자체를 새로 해야 하는 문제다”고 덧붙였다.


사대문 안 CCTV 22대, 제한속도 낮추자 적발 늘어
현재 경찰이 사대문 안 도로에서 운영 중인 교통단속 CCTV는 총 22대다. 최근 2년간 사대문 안 CCTV 교통단속 건수를 비교하면 제한속도가 시속 50km로 낮아지면서 단속 건수가 이전보다 늘어났다. 교통 단속 유예기간을 거친 지난해 4월 사대문 안 교통 단속 건수는 총 3006건에 달했다. 그 전년도 4월 114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속 50km로 속도가 제한된 충무로역 인근 퇴계로. 정진호 기자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의 교통 단속 건수는 매달 3000건을 넘었다. 7월엔 3897건에 달했고, 3대의 CCTV가 설치된 세종대로에서만 1001건의 교통법규 위반이 CCTV에 찍혔다. 시속 60km를 기준으로 단속이 이뤄지던 2018년 7월 세종대로에서의 단속 건수는 298건에 불과했다.

다만 지난해 8월부터 교통 단속 건수는 급격히 감소했고 같은 해 10월을 기준으로 사대문 안 단속 건수는 810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단속 기준이 바뀌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통상 CCTV가 새로 설치되거나 제한속도 기준이 바뀌면 운전자가 새 기준에 익숙해지는 3~4개월 동안 단속 건수가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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