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수사현장은 어떻게 달라지나

최동순 입력 2020. 1. 25. 16:03 수정 2020. 1. 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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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오랜 진통 끝에 통과됐다. 형사사건 절차와 기준을 다룬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진 지 66년 만에 생긴 가장 큰 변화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수사권 조정은 검찰에게 있던 권한을 경찰로 대거 이양하는 내용이 골자다.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겪게 되는 변화도 상당할 수 있다. 수사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미리 달라진 수사 절차를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해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부분 수사는 경찰이 한다

범죄나 고소ㆍ고발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에겐 수사권 조정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 휘말릴 수도 있고, 범죄의 피해를 당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겪게 되는 가장 큰 변화는 경찰의 수사 반경이 훨씬 넓어졌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사실상 제한이 없었다. 수사의 주체는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이 고소장을 어디에 제출하는지, 사건의 경중에 따라 갈렸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경찰을 건너 뛰고 검찰이 수사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바뀐 검찰청법(제4조)에 따르면 앞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 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제한된다. 폭행이나 마약, 조직, 성폭력 범죄 등은 1차적으로 경찰 수사 대상이다. 일반 시민이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대부분 범죄는 경찰이 수사 주체다.

다만 경제범죄의 피해를 당한 경우엔 수사 주체가 애매하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경제 범죄를 어디까지로 볼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대통령령 등 향후 논의를 통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액을 기준으로 수사 범위를 한정할 경우, 일반 시민이 당하는 소액 피해사건은 아예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무혐의’ 수긍 안 되면 제때 이의제기를

또 앞으로 경찰이 수사 끝에 무혐의 결론을 내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진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없었다. 아무리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관련 수사기록 일체를 검찰에 넘겨 최종 검토가 끝나야지만 사건이 종결됐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되면, 경찰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는 게 가능해진다. 검찰은 이를 최장 90일 동안 검토한 다음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바뀐다. 경찰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는 한’ 이행해야 하는데, 요구가 정당한지 여부는 경찰이 주체적으로 판단한다. 그 동안엔 주도권을 검찰이 쥐고 있었다면, 이제부턴 경찰로 넘어가는 것이다.

범죄 피해를 당한 시민의 입장에선 지금보다 더 경찰의 수사결과를 예의주시 해야 한다. 이전까진 별도의 이의신청이 없어도 사건을 검사가 다시 검토해줬지만, 이제는 피해 당사자 등이 이의신청을 해야 검찰이 사건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기 등 형사 사건의 피해자라면, 경찰의 수사결과를 받아 들일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제때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 필요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돼 피의자가 된 경우 경찰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좋다.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경우에도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유리하다. 대부분 수사에서 경찰의 결론이 최종 결론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피해자든 피의자든 경찰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하는 사례가 늘게 되면서 소송비용이 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바뀐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정확한 시행 일자를 포함한 세부 절차는 새 대통령령을 통해 정하도록 돼 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법무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설 명절 이후 대통령령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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