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연애·성관계·결혼·출산 모두 거부"..'4B'를 아시나요

조성미 입력 2020. 1.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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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정윤경 인턴기자 = "데이트 폭력, 여성에 쏠린 육아 부담과 경력 단절, 존속 살해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서 '안정을 위해 남자와 산다'는 말은 모순이라고 생각했어요. 4B 운동이 등장했을 때 반가웠고 적극 동참하기로 했죠."

서울 노원구에 사는 대학생 최모(21)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른바 '4B(비·非)'를 결심했다. 4B란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을 뜻하는 신조어.

최근 최씨처럼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비혼·비출산을 넘어 이성과 연애까지 거부한다고 선언하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비혼·비출산으로 인한 저출생 현상을 우려하는 기성세대에겐 연애까지 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생소할 수 있지만 20대에겐 이미 익숙한 용어와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매체 조사에서 20대 3명 중 2명이 4B운동을 알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젊은 남녀 다수가 알고는 있지만 결심까지 하는 경우는 여성이 훨씬 많은 편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및 Z세대 여성 10명 중 4명은 "연애를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같은 해 발표한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에서도 "꼭 결혼을 하겠다"고 답한 20대 여성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향후 출산 의향을 묻는 말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유튜브에서도 4B를 하고 있다는 여성들이 올린 영상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비혼과 비연애를 실행한다는 한 유튜버의 영상은 조회수 7만8천 회를 기록했다.

4B를 결심했다는 여성들은 한국 사회가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이성과 연애하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숙명여대 재학생 김지연(25)씨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구조적인 원인은 묻지 않은 채 (우리 사회는)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바라본다"면서 "아이를 낳으면 '맘충'(여성 양육자를 비하하는 말)이 되고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출산을 하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한국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구조적 이유는 가부장제에 있고, 섹스·연애·결혼·출산을 하는 행위가 기존 가부장제를 공고히 한다고 생각한다"며 "스텔싱(성관계 도중 상대방의 동의 없이 콘돔을 훼손하거나 제거하는 행위),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등 이성과 연애를 하기 위해 여성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여대에 다니는 최씨는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4B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린다고 전했다.

최씨는 비혼을 넘어 4B까지 결심하게 된 데는 친구의 사례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친구가 고교생 때 사귀던 남학생에게 폭행당해 갈비뼈가 부러진 것.

젠더 폭력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민가영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친밀한 관계에서도 일어나는 불법촬영, 폭력 등 문제를 보면서 젊은 여성들은 친밀한 관계를 더 이상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그동안 여성에게 부과되었던 사회적 성 역할이 개인의 성장 기회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도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4B에 동참하는 여성들은 이성 연애를 대체하는 것으로 같은 여성 간 활동을 꼽기도 한다.

3∼4명씩 그룹을 지어 10여명의 친구와 4B 운동을 한다는 이모(25)씨는 "주변의 연애 강요에 지친 친구들이 서로의 휴식처가 돼 준다"며 "여성만 참여 가능한 원데이 수업이나 세미나에 가고 취미 생활을 즐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4B를 실행하다 보니 기성세대와 마찰이 일상화됐다.

최씨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에게 비혼·비출산 계획을 밝힌 상태다. 그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대신 키워줄 테니 출산은 꼭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나는 경력이 단절되는 게 싫고 아이를 부양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이씨도 "명절에 할머니 등 친지를 뵈러 가면 '너무 극단적'이라거나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털어놨다.

남성들 사이에서 4B 운동은 아직 낯선 주제다.

인터뷰에 응한 20대 남성 6명은 모두 4B 운동에 동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건축학과 황모(25)씨는 "남자들은 4B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하고 개인적으로도 4B 운동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생명공학과 윤모(25)씨도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자유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적인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면 개인의 성장과 타인에 대한 돌봄, 개인의 권리와 의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스템에서 득을 보는 사람은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이라는 이유로 의무를 강요받았던 남성들 또한 포함될 것임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csm@yna.co.kr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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