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주고 안 받고 싶다"..세뱃돈이 불편한 사람들
"세뱃돈 안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무살보단 서른 살이 가까운 A씨(28·취업준비생)는 명절이 두렵다. 학생 직함을 뗀 지 오래지만, 취업이 늦어져 세뱃돈을 받아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A씨는 "명절에 용돈 받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설에 어떻게 하면 친척집에 안 가고 버틸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최근 세뱃돈 문화에 부담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물가 및 최저임금 인상, 20대 실업률 상승 등의 경제적 환경의 변화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취업시기는 날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졸업(중퇴) 후 첫 취업까지의 소요기간은 평균 10.8개월로 꾸준히 증가세다. 따라서 예전이었다면 일찌감치 취업 후 세뱃돈을 '드려야 할 나이'에도 취업준비생인 청년들이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C씨(30)는 "서른의 나이에 세뱃돈을 받는 게 염치없게 느껴진다"며 "차라리 안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20대 중반이 넘었는데 세뱃돈을 받아도 되냐'는 질문글이 넘쳐난다.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돈도 못 벌고 돈만 쓰는 취준생인데 세뱃돈을 주시니 눈치가 보인다"며 "얼른 성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세뱃돈을 줘야 하는 이들도 부담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주부들이 자주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세뱃돈 은근 부담되네요", "나이 든 조카들한테까지 다 주고 나니 과지출을 하게 됐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실제로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세뱃돈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다. 최근 잡코리아-알바몬이 공동설문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설 경비 중 유난히 부담스러운 항목을 꼽게 한 결과 '부모님·친척들 선물 비용'이 35.1%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세뱃돈'이 19.0%의 높은 비중으로 2위에 꼽혔다.
세뱃돈 부담을 호소한 이들 중 다수는 부담을 느끼는 원인으로 '물가 및 최저임금의 상승'을 지목했다. 물가와 최저임금이 오르다 보니 아이들에게 줘야 할 세뱃돈도 그에 맞게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변화하는 가족 형태도 세뱃돈 문화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는 이유다.
비혼족, 딩크족 등 '아이 없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딩크족이라는 한 누리꾼은 "새해에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는 아이가 없어서 세뱃돈이며, 밥값이며 과도하게 손해를 본다"며 "아이가 없는 우린 봉이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를 낳지 않은 부부는 48만1,725쌍으로 전체의 35%에 달했다. 또 같은 해 맞벌이 부부(58만5,957쌍) 중 자녀 없는 부부는 40.15%(23만5,260쌍)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 부부가 아이를 갖지 않는 '싱크족'(SINK·Single Income No Kids)), 딩크족이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딩펫족'(DINK+pet) 등 각종 신조어가 생기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아이 대신 애완묘를 키우며 살겠다는 '딩펫족' E씨(32·직장인)도 "명절날 조카들나 친구 자식들에게 세뱃돈 주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유가 없거나 내키지 않을 땐 안 가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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