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여기에 왜 남편의 성씨가.." 여권에 '배우자 성(姓)' 표기 논란

전주=김용권 기자 2020. 1.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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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권에 이름과 함께 적히는 '배우자의 성(姓)' 표기에 대한 논란이 크다.

최근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증폭되고 있는 현실에서 왜 결혼 여부와 배우자의 성을 굳이 알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 가운데 10% 정도의 여권에 '배우자 성' 표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여성의 여권에만 표기돼 남녀차별이라는 지적이 높아지자, 외교부는 2018년 4월 'spouse(배우자)∼'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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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50만건에 'spouse of OOO' 글자 적혀 .. 외교부 "선택사항. 자녀와 해외여행시 도움" 설명/ 시민들 "개인정보 유출 문제 큰데, 굳이 왜?" 문제 제기
여권발급신청서.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배우자의 로마자 성(姓)’을 선택 기재토록 한 칸이다. ‘원하는 경우만 기재하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큰데 왜 굳이 적는 공간을 만들어 놨느냐는 지적이 높다.


#1. 전북 전주에 사는 A씨(50‧여)는 지난달 10년 만에 재발급 받은 여권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첫 페이지 영문 이름 옆에 낯선 글자가 괄호 안에 적혀 있었기 때문. ‘(spouse of LEE).’ ‘이씨의 배우자’란 뜻이었다. A씨는 여권에 왜 이런 내용이 적혀 있어야 하는가 생각하며 2009년에 갱신했던 여권을 찾아 봤다. ‘(wife of LEE).’ 거기엔 ‘이씨의 부인’이란 글자가 인쇄돼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A씨는 모르고 있었던 두 영문 표기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2. 직장인 B모(45‧여)씨는 지난 해 여름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민박집에서 쑥스러운 일을 겪었다. “주인 아줌마가 제 여권을 보고 마구 웃는 거예요. ‘여기 wife of Kim이란 문구가 왜 적혀 있느냐’고. ‘코리아는 그러냐’고요.” 이씨는 “그런 글씨가 인쇄돼 있는 지 처음 알았다”며 “알아보니 내 여권은 8년 전에 갱신한 것이어서 ‘Wife’란 단어가 남아 있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권에 이름과 함께 적히는 ‘배우자의 성(姓)’ 표기에 대한 논란이 크다.

최근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증폭되고 있는 현실에서 왜 결혼 여부와 배우자의 성을 굳이 알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또 날로 이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표기를 할 경우 나중에 적지 않은 부담과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여권을 신규 혹은 재발급 받는 건수는 얼추 한 해 500만건이나 된다. 발급 건수는 2016년 467만여건에 이어 2017년 523만여건, 2018년 494만여건에 달했다.

외교부는 이 가운데 10% 정도의 여권에 ‘배우자 성’ 표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해 50만건에 이르는 숫자다.

여권에는 그동안 ‘wife of OOO’ 혹은 ‘husband(남편) of OOO’란 문구가 병기되어 왔다. 그러나 대부분 여성의 여권에만 표기돼 남녀차별이라는 지적이 높아지자, 외교부는 2018년 4월 ‘spouse(배우자)∼’로 바꿨다.

그러나 예전 표기도 문제였지만 ‘배우자’란 문구도 역시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여권발급신청서에는 ‘배우자의 성’을 선택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원하는 경우에만 기재합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하지만 재발급시 삭제 요청을 하지 않으면 기존의 ‘부인’ 혹은 ‘남편’이란 단어가 ‘배우자’로만 바뀐 채 평생 여권에 따라가는 실정이다.

외교부는 ‘선택 사항’이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화 취재에 “원치 않으면 적지 않아도 된다”며 “배우자 성을 적으면 해외여행 시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를 적지 않았을 경우 동반 자녀와의 관계 설명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어린이나 유아도 해외여행시 각자의 여권을 만들어야 해서 부모의 여권에 배우자 성을 적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높다.

엄윤상 변호사는 “지금 같은 시대에도 이런 표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헌법상 평등권 침해, 개인 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큰 만큼 이를 적는 ‘선택기재란’은 삭제하고 재발급시에도 이에 대한 안내를 정확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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