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말고 공부나 해! 이것처럼 비교육적인건 없다

신성진 2020. 1.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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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61)
서울 한 기초단체에서 주관하는 ‘행복한 부자들의 머니씽킹’이라는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첫 교육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참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몇 년 동안 준비한 프로그램을 아이들 나이에 맞게 재구성해서 3월까지 12주 프로그램으로 구성해서 매주 한 시간씩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돈 공부를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1까지 20여명의 아이를 4개 모둠으로 나누어 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부자지만 바쁜 부모 vs 가난하지만 가정적인 부모’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아이들과 의견을 나누어 봤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부자라도 시간이 없어 함께 하기 어려우면 좋은 추억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가난하더라도 가정적인 부모가 좋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부자지만 바쁜 부모 vs 가난하지만 가정적인 부모’ 중 아이들은 누구를 선택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들이 재미있습니다. [사진 pixabay]


어떤 아이들은 “아무리 가정적이더라도 돈이 없으면 좋은 추억을 만드는 여행이나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바쁘지만 부자인 부모를 선택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 좋은 질문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자기들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서로 나누면서 다양한 관점과 태도, 다양한 생각들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업 끝날 시간이 되었는데, 한 친구가 “벌써 끝났어요?”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데 너무 웃겼습니다. 돈 이야기가 재미있나 봅니다.

돈에 대한 생각들을 나눈 다음 가장 먼저 아이들과 공부해야 할 주제는 ‘돈 벌기’입니다. KDI를 비롯한 한국은행, 다양한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청소년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하면서 경제교육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소비, 저축, 투자, 기부 등으로 이루어진 교육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돈 벌기, 노동과 사업소득에 대한 교육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고,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돈 공부, 경제 교육은 ‘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돈을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소득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없으면 소비나 투자 교육은 효과를 보기 힘듭니다.


레모네이드 스탠드(Lemonade Stand)

미국 아이들은 직접 만든 주스를 판매하는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통해 비용과 이익에 대해서 알게 되고, 때로는 경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사진 pxhere]


미국에서 어린이들이 ‘돈 벌기’를 경험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레모네이드 스탠드(Lemonade Stand)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레모네이드 스탠드는 아이들이 직접 레모네이드 주스를 판매하기 위해 간단한 판매시설을 갖추고 직접 레몬을 사고 갈고 주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통해 아이들은 비용과 이익에 대해서 알게 되고, 때로는 경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레모네이드 개발로 적지 않은 돈을 벌기도 합니다. 유튜브 채널에 ‘Lemonade Stand’를 검색해 보면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방법, 어떻게 하면 레모네이드를 잘 팔 수 있는지, 레모네이드로 많은 수익을 올린 사례 등을 알려주는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많이들 보고 있습니다.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하면 돈을 번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쓰고 있는 돈이 얼마나 어렵게 번 돈인지,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한 후에 소비와 지출에 대해서 생각하고, 투자에 대해서 생각하면 돈에 대한 균형 잡힌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잠깐 생각해 볼까요? 만약 우리 자녀들이 어릴 때,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운영하겠다고 했다면, 더운 여름 수박 주스를 팔아 용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어릴 때부터 돈돈하면 안 돼!”
“네가 왜 벌써부터 돈 벌려고 난리야!”
“누가 너한테 돈 벌어오라고 했어! 공부나 열심히 해!”

아마 우리 부모들은 이렇지 않을까요? 이런 반응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지혜로울 필요는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잘 가르치는 것이 결코 시간 낭비가 쓸데없는 짓은 아니라는 것을 어른들은 잘 알아야 합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안전판’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꿈이 되었습니다. 안전판이 아니라 ‘노후의 또 다른 짐’만 되지 않더라고 참 감사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노동, 사업, 비용과 이익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자라는 아이는 직업을 선택할 때, 사업을 시작할 때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고, 혹시 부모의 노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녀로 자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구두닦기, 집안일 돕기 등 아이들의 첫 번째 돈 벌기는 집안에서 이처럼 시작됩니다. 조금 자라면 벼룩시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용돈을 벌게 하거나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진 pxhere]


우리 현실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한다고 당장 아이들에게 가판대를 만들어 주스를 팔러 나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다양한 생각들을 모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 아빠 구두를 닦으라고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구두를 닦으면 비용을 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구두를 닦더라도 비용을 내야겠지요. 다만 프로가 아니니 조금 적게 줘도 됩니다. 아이들이 서로 구두를 닦겠다고 투닥거리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를 돕는 일에도 용돈을 줄 수 있습니다. 자기 방 치우는 것 말고, 집안 대청소를 한다든지, 엄마가 하기 힘들어하는 집안일을 도우면 용돈을 줄 수 있습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도 좋은 아르바이트가 되고, 세차하는 것, 복잡한 책장을 정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나이가 조금 자란 청소년들은 엄마의 지출명세를 엑셀로 정리해줘도 좋을 것이고 집안을 꾸미는 일을 도와도 좋겠지요.

아이들의 첫 번째 돈 벌기는 집안에서 이처럼 시작됩니다. 조금 자라면 벼룩시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용돈을 벌게 하거나 지인의 사업체에서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방학에는 기간과 시간을 정해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해 볼 수 있습니다.

“나한테 한 달만 보내라. 얘들 완전히 개조해서 보내줄게”라고 말했던 지하철 현장 소장을 하는 친구가 기억납니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돈을 버는 경험은 참 소중합니다.

중요한 것은 구두를 닦으며, 세차하며, 아르바이트하며 아이들이 돈 벌기를 시작할 때 아이들과 돈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힘들지 않았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혹시 아르바이트하면서 화나는 일은 없었는지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돈에 대해 알아가도록 돕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돈을 밝히면 돈의 노예로 살지만 돈에 밝으면 돈의 주인으로 산다.’

『하마터면 돈 모르고 어른 될 뻔했다』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글입니다. 돈에 대해서 잘 알면 돈을 잘 다룰 수 있고 돈의 힘과 한계에 대해서 알기 때문에 돈만 밝히는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돈에 대해서 잘 모르면 돈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돈이 유일한 가치의 기준이 되어 돈만 밝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서 가르치면서 어른들도 돈에 밝아지는 배움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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