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인 일자리 13만개 확대.. "역 기저효과 막기 위한 고육지책"

세종/정원석 기자 2020. 1.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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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만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를 73만개 만들 계획이다. 작년에 비해 13만개 많은 규모다. 예산은 작년 8200억원보다 3800억원 많은 1조2000억원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일자리 13만개 확대 사업을 ‘절묘한 균형점’이라고 평가한다. 정부가 만든 노인일자리는 지난해 전체 60세 이상 취업자(470만명)의 12% 수준으로 확대돼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 그러나 노인일자리를 늘리지 않으면 역기저효과(전년도 증감폭으로 인해 통계수치가 낮아지는 현상)로 취업자 실적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 만큼 정부 노인 일자리를 늘려 기저효과를 최소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2018년 9만7000명으로 후퇴했던 취업자 수 증가폭이 지난해 30만1000명까지 늘어난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 2018년 23만4000명이었던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감폭이 지난해에는 37만7000명으로 14만3000명 확대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6일 오후 강원 동해시 동해시니어클럽 '행복한 디저트카페'에서 노인일자리 참여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0년대생이 은퇴 연령기에 접어든 2011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지만, 증감폭이 10만명 이상 늘어난 것은 2004년(19만8000명) 이후 15년 만이다. 정부가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를 2018년 50만개에서 지난해 60만개로 10만개 늘린 게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65세 이상이 참여하는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를 올해 73만개로 지난해 대비 13만개 늘린 배경을 ‘통계적 기저효과’에서 찾고 있다. 기저효과는 기준 시점에 따라 경제 지표가 실제 상태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진 현상을 말한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노인 일자리 10만개 탓에 취업자 수가 30만명대로 회복됐는데, 올해 노인일자리 사업을 작년 규모로 유지하면 ‘통계적 역기저 효과’로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이 작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목표(25만명)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정부가 역기저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를 13만개 늘렸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은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이 2월부터 30만명대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2018년 하반기 평균 24만5000명 수준이었고, 2019년 1월도 26만4000명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39만7000명으로 급증했고, 이후로는 30만명 중반 수준을 지속했다. 작년 10월부터는 40만명 이상으로 올라왔다.

정부가 늘린 노인 일자리는 주당 17시간 미만 단시간 취업자가 급증한 원인이기도 했다. 지난해 17시간미만 취업자는 전년대비 30만1000명 증가했는데, 노일 일자리 사업이 시작된 2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13만5000명 수준이었던 17시간 미만 취업자 증가폭은 2월부터 30만명대로 가파르게 올라온 것이다.

노인 일자리는 크게 월 30시간(주 7~8시간) 일하고 30만원을 받는 공익형 일자리, 월 60시간(주 15시간) 일하고 54만~59만4000원을 받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노인에게 적합한 소규모 매장이나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시장형 일자리로 나뉜다. 지난해 노인 일자리(60만개)의 80% 이상인 48만8000개는 근로시간이 짧은 공익형 일자리 등으로 채워졌다. 정부가 만드는 노인 일자리가 실질적인 소득 보전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감폭 추이(단위 : 만명, 통계청)

실제로 정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은 2018년 1분기부터 7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지난해 3분기 1분위 전체소득이 2018년 이후 처음 소폭의 증가세(4.3%)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일자리 사업보다는 정부가 지급하는 각종 수당 등 이전소득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비판을 수용해 올해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소득 보전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길고, 급여도 많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3만7000개로 올해(2만개)보다 1만7000개 늘리기로 한 것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지역아동센터, 장애인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보조적인 업무를 수행하거나 방과 후 학교 안전 돌봄 활동을 하는 일자리다. 공익형 일자리도 사업 기간을 10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소득 계층 구분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중산층에 속하는 노인들의 가외 소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 규모 늘리는 데 치중하다보니, 정부 일자리 사업들이 중산층 이상 노인들의 용돈벌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부터 소득 4, 5분위(소득 상위 40%, 20%)의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소득 4분위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은 2분기 19.2%, 3분기 19.1%씩 늘었고, 5분위 ‘근로자 외 가구’의 근로소득은 같은 기간 각각 17.4%, 11.5%씩 늘었다. 이는 고소득층 자영업자 가구의 고령층 배우자 등이 정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기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의 소득을 증가시킨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고령층을 노동시장으로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고용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노인 빈곤을 개선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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