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 80살 형님은 멀리서 느긋, 신병은 바쁘게 알아서

안두원 2020. 1.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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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52 폭격기 /사진=EPA 연합
[군사AtoZ 시즌2-26] 미국 공군이 머지않은 미래에 80살 형님과 팔팔한 신병의 동거를 앞두고 있다. 움직임이 둔한 80살 형님은 느긋하게 일할 준비를 하는 중인 반면 갓 들어온 신병은 북치고 장구치고 알아서 해야 한다.

여기서 얘기한 80살 형님은 B-52이고 신병은 B-21 'Raider'이다. B-21은 미 공군용으로 노스럽 그러먼이 개발해 제작에 나선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다. 이들의 동거는 2030년 초로 예상되고 있다. B-52가 1952년에 초도비행한 이력에 비춰보면 신병 B-21을 맞이할 때 세상에 나온 지 80년 정도 된다.

B-52는 현재 70년 가까이 미국의 전략 폭격기로서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B-52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되던 지난 1월 7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바크스데일 공군기지를 이륙해 공습 임무에 투입될 준비에 나섰던 '영원한 현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B-52는 폭장량과 장거리 전개 능력 및 저렴한 운용비 측면에서 비교 우위가 있을 뿐 항공 전력의 추세인 '스텔스 성능'과는 거리가 멀다. 덩치가 큰 B-52는 미국이 굳이 적의 방공망를 회피하거나 적 전투기의 요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즉, 어떤 상황에서든지 제공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런 미 공군이 B-52의 임무 부담을 약간 경감해주는 조치를 내렸다. 최근 미 언론은 공군 전략폭격기 B-52H가 더 이상 '핵폭탄' 투하 임무를 맡지 않게 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말한 폭탄은 추진력이 없는 자유낙하 폭탄(gravity bomb)이다. 대신 B-52는 핵탄두를 탑재한 공대지 순항미사일((ACLM) AGM-86B 투하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이 순항 미사일은 사거리가 2400㎞에 달하기 때문에 B-52가 작전 중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멀찌감치 떨어져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B-52는 아직 자유낙하 핵폭탄으로 탑재하고 있는 B-61 전술핵무기는 중량이 약 320㎏이다. 이 때문에 B-52보다 훨씬 기체가 작은 F-16도 운용하고 있다. 자유낙하 폭탄으로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서 최대한 접근해야 하는데 이런 전장 상황에서 기동성이 좋은 전투기가 크고 둔한 B-52보다 생존성이 우월하다. 특히 방공미사일의 성능이 향상되고 비정규전 상황에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위협이 늘고 있다. 몸이 무거운 B-52가 굳이 목표물에 근접하면 불필요한 리스크가 커지는 셈이다.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발언을 전했다. "기체가 큰 B-52가 원거리에서 핵공격을 하는 임무로 전환된 것은 전략 자산 보호 측면에서 오히려 이익이다."

몸이 무거운 '영원한 현역'과 달리 스스로 알아서 해야할 신병은 B-21 스텔스 폭격기 얘기다. 폭격기는 말 그대로 적의 목표물에 공대지 공격을 하는 게 임무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되는 임무가 있을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 미 공군 매거진(Air Force Magazine)에는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 스콧 플레우스(Scott Pleus) 중장이 쓴 글에서 B-21이 공대공(Air to air) 능력을 보유할 것이라는 관측을 시인했다는 내용이 있다.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하고 요격 위협에 스스로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폭격기가 자체 방어용 무기를 탑재하는 것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있던 일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폭장량과 운항거리를 확보한 폭격기와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로 크게 나뉘어 운용돼왔다.

공군이 B-21에 공대공 능력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은 1991년 미 해군이 'A-12 어벤저Ⅱ' 개발사업을 포기했던 역사를 상기시킨다. 미 해군은 1983년 ATA(Advanced Tactical Aircraft) 개발 계획을 시작했다. 'A-12 어벤저Ⅱ'는 함재기로 사용하며 스텔스 성능을 보유하고 2300㎏의 폭탄과 공대공 미사일인 AIM-120 AMRAAM을 장착하려고 했다. 하지만 개발비 증가와 일정 연기에 시달리다가 8년만에 백지화됐다. 이처럼 폭격기와 전투기의 결합이 전술적 기술적인 장벽을 넘지 못했던 탓에 미국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새로운 스텔스 폭격기 B-21는 전투기(Battleplane)가 될 것인가"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 공군이 밝힌 B-21 관련 내용을 보면 군사 기술 발전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속내가 보인다. 미 공군은 B-21이 장거리 공습능력과 생존능력을 갖추고 방공망을 뚫고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 대상인 중국의 서부 내륙 깊숙이 자리잡은 ICBM 기지를 공습하는 임무가 언급되기도 한다. 중국의 지대공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더라도 혹시 남아있을 수 있는 중국 공군기들에 대응하기 위해 공대공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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