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설 연휴를 휴가로 차감, 빨간날 유급휴일은 남의 일이죠"

신혜정 입력 2020.01.27. 13:49 수정 2020.01.27. 19:31

직원 20명인 스타트업의 3년차 직원 A(30)씨는 이번 설 명절 나흘을 모두 쉬었다.

A씨는 27일 "회사의 방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두 서명하는 분위기라 반박하기도 어려웠다"며 "명절과 석가탄신일ㆍ광복절 등을 연차에서 차감하니 남는 휴가일수는 7일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300인이상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B(32)씨의 경우 A씨와 마찬가지로 3년차이지만, 올해 사용 가능한 휴가일수는 공휴일을 제외한 연차휴가 15일이라 A씨보다 8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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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불구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순차 적용

5~29인 업체는 2022년부터 혜택

게티이미지뱅크

직원 20명인 스타트업의 3년차 직원 A(30)씨는 이번 설 명절 나흘을 모두 쉬었다. 하지만 이틀은 그의 연차휴가에서 고스란히 깎였다. 명절 전 회사에서 제시한 ‘연차 차감 동의서’에 서명까지 한 탓에 대놓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다. A씨는 27일 “회사의 방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두 서명하는 분위기라 반박하기도 어려웠다”며 “명절과 석가탄신일ㆍ광복절 등을 연차에서 차감하니 남는 휴가일수는 7일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달 1일부터 민간기업 노동자도 이른바 ‘빨간 날’에 급여를 받으며 쉬도록 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적용됐다. 명절 연휴나 어린이날, 선거일 등 한해 약 18일 정도의 공휴일이 있지만, 이는 법적으로 ‘관공서의 공휴일’로 규정돼 민간기업 노동자에게는 모두 유급휴일로 보장되지 않았다. 이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올해부터 민간기업도 ‘공휴일=유급휴일’이 되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A씨의 회사는 법을 어긴 걸까. 정답은 ‘아니오’다. 기업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법이 순차 적용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개정 시행령이 적용되며, 30~299인 사업장은 내년, 5~29인 사업장은 2022년부터 시작된다.

좋은 취지로 시행되는 법이지만 유예기간 탓에 노동자들의 ‘휴식격차’는 더 두드러지게 됐다. 300인이상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B(32)씨의 경우 A씨와 마찬가지로 3년차이지만, 올해 사용 가능한 휴가일수는 공휴일을 제외한 연차휴가 15일이라 A씨보다 8일 많다. 직장 사정이나 상사 눈치로 연차를 다 쓰지 못한다 해도 급한 사정이 있을 때 ‘휴식권’을 요청할 수 있는 여유가 더 큰 셈이다.

물론 상당수의 기업이 시행령 개정과 상관없이 공휴일 일부를 유급약정휴일로 지정해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2,436개 기업 중 65%(1,598개)가 이를 준수했고 평균 13일의 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했다. 그러나 업종별 차이는 있어도 기업 규모가 클수록 공휴일 보장은 이미 더 잘 해왔던 게 현실이다. 생산직 300인이상 기업은 평균 17.6일의 공휴일을 보장한 반면 30~49인은 13.3일만 보장했다. 유급휴무보장이 가장 잘 되는 사무관리직의 경우 300인 이상에서는 17.8일이 보장됐으나 100~299인은 14.4일만 보장했다. 판매서비스직은 300인 이상이 11.5일, 5~29인은 공휴일 중 불과 8.2일만 유급휴일이었다.

결국 휴식격차를 좁히려면 300인미만 기업에 법이 적용되는 내년 제도가 현장에 안착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위 조사에서 93.8%의 기업들이 ‘특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심지어 25%는 제도 변화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에서 직원 40여명의 식료품업체를 운영하는 조모(50)씨는 “새 제도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주 52시간제 적용도 빠듯했는데 공휴일 유급휴무로 늘어날 인건비나 생산차질도 다시 계산해야겠다”고 말했다.

바뀐 제도가 잘 정착되려면 정부가 완충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기업의 공휴일 적용 실태조사 결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작성한 조문석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공휴일 근로가 불가피한 사업체를 대상으로 대체휴일 인정 요건 등 필요한 사항을 취업규칙 등에 명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영세한 사업체 등 제도적용 이후 비용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한시적으로 직ㆍ간접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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