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유통업계 과징금 '5억 상한' 없앤다
정액과징금 비중 대폭 줄이고
상한 안두는 정률과징금 확대
납품대금 비례해 과징금 계산
文정부서 제재 급증한 유통사
과징금까지 오르면 부담 커져
공정위 등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법·가맹사업법 과징금 체계 개편작업이 최근 착수됐다. 감사원에서 과징금 부과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정위는 법 개정을 동반한 전면 개편 수준으로 작업을 벌일 태세다. 특히 시행 9년 차인 대규모유통업법은 법령상 허점이 많아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개편작업의 핵심은 과징금 산정 기준인 '납품대금'과 '위반금액'을 대체할 기준을 찾는 일이다. 위반금액은 불공정행위로 인해 피해업체가 직접 손해를 본 액수를 뜻하고, 납품대금은 불공정행위가 연관된 거래액 전체를 의미한다.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하면 우선 두 기준에 비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유통업 특성상 위반금액·납품대금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정위에서 전통적으로 다뤄온 제조업·건설업 분야 등에서는 위법행위가 연관된 거래의 범위가 명확하고, 이를 규정짓는 계약서가 남아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반면 유통업은 하루에도 납품이 수차례 이뤄지고 하나의 납품건에 수많은 계약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납품업체에서 직원을 불법 파견받아 창고정리 업무를 시킨 사례를 보면 해당 직원이 어떤 물품을 얼마나 처리했는지 특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를 특정하지 못하면 직원에게 지급했어야 할 적정 임금(위반금액)과 직원이 처리한 물품 가격(납품대금)도 구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처럼 위반금액과 납품대금을 산정할 수 없을 때는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1000만~5억원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액과징금' 방식을 택한다. 반면 위반금액과 납품대금 산정이 가능할 때는 이에 비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률과징금' 방식을 택한다.
정률과징금은 위반금액과 납품대금에 따라 과징금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정액과징금은 최대 5억원이라는 상한선이 존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과징금 중 약 70%가 정액과징금 방식으로 부과됐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건 대부분에 상한선 5억원이 적용돼온 셈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반금액과 납품대금을 대체할 기준을 찾고 향후 상한선이 없는 정률과징금 비중을 높이는 것이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개편의 핵심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감시가 대폭 심화된 것까지 감안하면 과징금 개편으로 향후 유통업계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된 이래 2017년 5월 현 정권 출범 전까지 관련 위반행위에 과징금 또는 고발 결정을 내린 사건은 18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후 약 2년 반이 흐른 현재까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고발 조치 건수는 27건으로 급증했다. 연평균 처리건수로 따지면 현 정권이 출범하며 대규모유통업법 제재가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는 현 정부가 갑을관계 개선을 공정경제 정책 화두로 삼고 위법행위 적발에 적극 나선 결과다. 문재인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7년 취임사에서부터 "을의 눈물을 닦는 것이 문재인정부 전체의 중요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유통 분야 과징금 상한선을 없애는 한편 서면약정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실수를 범했을 때에는 과징금을 줄일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할 목적으로 서면약정을 불완전하게 작성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현재는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9년 차에 접어들어 서면약정 작성 문화도 안착돼가고 있다"며 "단순 실수로 서면약정이 잘못 작성된 것을 불법 비용 전가와 똑같이 제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아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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