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단독] 정박 사고 막는다는 전국 항만 방충재 몽땅 '불량'

박민경 2020. 1. 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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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 항만 곳곳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크고 작은 배가 들어오죠.

부두에는 이 배들이 정박할 때 충격을 덜 받으라고 고무로 만든 충격 흡수대가 있습니다.

이걸 '방충재'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전국 항만에 설치된 방충재 대부분이 불량 고무로 된 규격 미달 제품이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박민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부두를 따라 줄줄이 방충재가 설치됐습니다.

엎어놓은 테이블 모양부터 피아노 건반 같은 모양까지.

정박하는 선박의 규모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른 방충재가 사용됩니다.

군데군데 터지고 너덜너덜해진 방충재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제 역할을 못 하는 방충재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각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윤석/한국해양대 선박운항과 교수 : "바람, 파도, 조류의 방향을 보면서 접안 속력을 결정하는데, 펜더(방충재)는 각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조건으로 검토한 결과이기 때문에… (방충재 상태를) 모른다면 현장에서는 위험성이 더 가중되는 거죠."]

그런데 지난 수년간 전국 항만에 납품된 방충재 대부분이 부실 원료로 만들어진 불량 방충재였다는 게 해양경찰청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적발된 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납품 전 반드시 거치는 성능 테스트는 개별업체에서 진행됩니다.

방충재가 선박과 부딪힐 때 충격 에너지를 얼마나 흡수하고 튕겨내는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게 테스트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실험 결과 수치를 미리 조작하는 방식으로 감시의 눈을 피해왔습니다.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실험할 때 사람들이 와서 보지 않아요?) 보죠. 보는데 그걸 눈속임하는 거죠. 잘 모르니까 프로그램에 대해서. (조작한 수치를) 불러오는 거 잘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프는 그려지니까…."]

문제 업체들은 질이 좋지 않은 재생고무를 사용하거나 불순물을 섞는 방식으로 생산 단가를 낮췄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모두 13곳.

지난 2013년부터 최소 5년간 전국 항만에 설치된 방충재 대부분을 납품했는데 액수로는 250억 원, 개수로는 7천 500개입니다.

관리 감독을 맡은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 직원들에게 뒷돈을 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입회 조사 나오면 차비 명목으로 50만 원. 수주 금액에 따라서 200만 원에서 천만 원 이상. 현금으로. 계좌로 주면 추적이 있으니까."]

해경은 적발된 업체 관계자와 전·현직 해수부 산하기관 직원 등 20여 명을 입건해 이들 중 일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현장K 박민경입니다.

박민경 기자 (pm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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