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말없이 눈물만..봉쇄된 우한 병실, 그곳서 본 것은
"현장에 있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생각 들어
우한 핵심 격리지역의 중증 환자실 앵글에 담아
눈만 나오는 방호복 탓에 옷에 이름 써 상대 식별
지난 23일 오전 10시를 기해 우한(武漢)이 봉쇄됐다. 28일로 교통 폐쇄 엿새째를 맞는다. 외부와 차단된 우한에서 신종 폐렴과의 생사를 건 싸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중국 관영 신화사(新華社) 사진기자 슝치(熊琦)의 육성과 앵글을 통해 그 현장을 들여다본다.
26일 새벽 3시 꿈결에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질병 상황이 심각하다. 우한을 곧 봉쇄한다고 한다.” 나는 매우 놀랐고 이후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바로 어제 우한에서 고향 집으로 내려와 설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한데 곰곰 생각하니 인구가 1000만이 넘는 도시를 질병 상황 때문에 봉쇄를 한다니 기자로서 현장에 있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새벽 일찍 가족에게 몸조심하란 인사와 함께 작별을 고했다.
홀로 다시 우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탔다. 낮 12시 정도에 우한고속도로 서쪽 톨게이트에 도착했다. 줄을 서 있는 운전기사는 마침 체온 측정을 하고 있었는데 봉쇄 명령이 효력을 발동하기 전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다급해 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부터 한편으론 걸으며 한편으론 가장 힘든 시기에 처한 우한 거리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오후가 돼 우한의 집에 도착해 관련 보도를 찾아보니 의료진 모습을 담은 사진이 매우 적다는 걸 발견했다.
특히 핵심 격리지역의 사진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곧장 일주일 정도는 버틸 먹거리 등을 산 뒤 나 자신을 보호할 이런저런 보호 장비도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핵심 격리지역 취재를 마음먹었다.
이튿날 점심 무렵 중난(中南)의원에 도착해 중증 격리병실 청결 구역에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방호복을 입었다. 간호사가 떠난 뒤 나는 내 직업 생애 중 아마도 가장 아름답지 못할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격리지역으로 향했다.
중증 격리병실 내 소리는 너무 작았다. 환자 상태를 체크하는 모니터 소리와 의료진의 간단한 한두 마디가 전부였다. 한 명의 의료인이 두 개의 병상을 맡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노인이 병상에 누워 두려움에 그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수간호사 마징피에(馬晶瞥)가 이를 보고 다가와 노인의 손을 잡았다. “두려워 마세요. 곧 나을 거예요. 우리가 계속 곁에 있을 겁니다.”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눈만 내밀고 있어 서로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격리구역에 들어가기 전 첫 번째로 하는 일이 서로의 방호벽에 서로의 이름이나 별명을 써주는 것이었다. 격리구역에서만 일어나는 ‘신비한 의식’에 해당했다.
환자 황수리(黃淑麗)는 10여 일의 치료 끝에 열이 가셔 중증의학과 주임 펑즈융(彭志勇)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펑 주임이 설 인사를 하자 그는 두 손을 모아 답례 인사를 했다.
30분 뒤 그는 보통 격리병실로 이송됐다. 떠나기 전 의료진이 “다시는 오지 말라”고 농담을 던지자 그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마스크를 쓴 탓에 안경에 김이 서리고 두꺼운 방호복으로 온몸이 젖었다. 그러나 사명감은 커졌다. 한 컷 또 한 컷을 위해 셔터를 계속 눌렀다. 일이 끝나 격리병실의 의자에 걸터앉게 됐을 때 몸은 지쳤지만, 오히려 마음은 평온해졌다.
나는 기자로서 그저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뿐이지만 여기에 있는 수많은 의료진은 아픈 이가 간절히 바라는 생명의 희망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격리구역에서 나오니 마침 의료진의 야식 시간이었다.
간단한 도시락과 요구르트가 보였다. 그들의 웃음소리에 나는 비로소 그들이 먹는 게 ‘녠예판(年夜飯, 섣달그믐날 저녁에 온 식구가 모여서 함께 먹는 음식)’이란 걸 깨달았다. 10분 뒤 이들은 다시 두꺼운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각자의 근무지로 향했다.
귀갓길에 우한 한슈(漢秀)극장의 외벽에 빛나는 “우한 힘내라(武漢加油)”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불이 꺼진 도시 풍광에서 유독 빛을 발하고 있었다. 쥐띠 해를 알리는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나는 친구들에게 “모든 게 좋아질 것”이란 글을 띄웠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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