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이용해 '중국인 혐오' 조장하는 정치인들

조성은 기자 2020. 1. 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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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53만 명 돌파.."실제 효력은 없어"

[조성은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민사회에는 불안감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특정인 혐오 정서인 '중국인 포비아'도 확산되고 있다. 규명되지 않은 발생 원인 등이 중국에 대한 혐오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 참여가 28일 현재 53만 명을 넘기는 등 감염병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중국인 혐오로 번지자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올라온 이 청원에는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북한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국 금지 요구는 국적에 따른 혐오"라며 "입국 금지 자체도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한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그 논리대로라면 중국에 간 한국인도 들어오면 안 되지 않느냐"며 "제3국을 경유해 오는 경우 등 입출국과정이 음성화돼 (병이) 더욱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대표는 "인종혐오적인 대응은 피해야 한다"며 "단체관광 등은 중국이 먼저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우한 폐렴' 아니라 '신종 코로나'

WHO는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 '국제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선포하면서도 "국경 폐쇄,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며 "(국경 폐쇄나 여행·무역 제한 시) 모니터링 되지 않는 사람, 물건의 비공식적인 국경 이동을 발생시켜 오히려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를 두고 '우한 폐렴'이라고 언급하는 것 역시 혐오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명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2019(2019-nCoV)'다. 지난 13일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 수립한 명명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을 명명할 때 지리적 위치, 사람의 이름, 동물이나 음식의 종류, 문화·인구·직업, 과도한 두려움을 유발하는 용어 등을 질병 명칭에서 배제해야 한다. 대신 원인이 되는 증상과 질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관한 정보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언론에서는 '신종 코로나'가 발병했을 초기에 '우한 폐렴'이라고 표기했으나 특정 지역과 민족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식 명칭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언론·정치권에서 혐오 증폭..."시민 공포 이용 말아야"

이렇듯 '신종 코로나'를 두고 '혐오' 표현이 무분별하게 나타나는 것은 규명되지 않은 발병 원인과 전파 수단 등이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소셜미디어 상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최근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 등은 중국 여성이 박쥐를 먹는 영상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수천 명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중국인들의 식문화를 비판했다. 하지만 실제 이 영상은 중국의 여행 전문 블로거 왕멍윈(汪夢云)이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팔라우의 전통 음식 중 하나인 박쥐를 시식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SBS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신종 코로나 감염 관한 기사를 올리며 "미세먼지에 이제 코로나까지 수출하는 중국"이라고 적었다가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고 삭제하기도 했다.

WHO는 지난 2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해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 단계가 아니라며 "여행과 무역에 관해 어떤 국경선 제한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지난 27일 "현 단계에서 세계보건기구에서 취한 조치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혐오의 정서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금지시키자"고 주장하며 연일 청와대를 공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포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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