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노조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 않게 해달라' 요구 논란

송윤경 기자 2020. 1. 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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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배달의 민족 오토바이 배달원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커지자 민주노총 산하 배민라이더스 노조가 사측에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 등을 요구해 논란이다. 노조가 나서서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 정서를 부채질한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의 배민라이더스 지회는 28일 ‘우한 폐렴 관련 협조의 건’ 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사측인 ‘우아한 청년들’에 보냈다. 이 공문에서 민주노총 배민라이더스지회는 “우한폐렴이 확산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을 접촉할 수밖에 없는 배달노동자의 특성에 따라 불안감과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두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우한폐렴 위험이 안정화 될 때까지 안전마스크 지급’ ‘확진자가 발생된 지역(읍,면,동) 및 중국인 밀집지역(유명관광지, 거주지역, 방문지역 등) 배달금지 또는 위험수당 지급’이다.

배민라이더스 지회의 요구 가운데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 또는 위험수당 지급’ 대목은 중국인에게는 배달 서비스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어서 ‘차별·혐오’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국제보건기구(WHO)는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선포하더라도 사람 간의 이동을 금지하지 않을 뿐더러,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서는 공중보건 위기상황이 선포되지도 않았다. 확산하는 중국인 혐오 정서에 대해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합리적 이유 없이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용역(서비스)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법적(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금지된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이기도 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노총 배민라이더스 지회의 요구사항에 대해 “특정 집단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바탕으로 그 집단을 배척하는 것으로, 혐오적인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중국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야기하고 그 심리에 기대 지지자를 끌어모으려는 행위를 하려 한다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요구사항 변경 등에 대한) ‘권고 조치’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 지회가 ‘우아한 형제들’ 측에 보낸 공문 일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지회 측은 “혐오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을까 걱정은 했지만, 배달 노동자가 한번 감염될 경우 전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 등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위생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예방 조치’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의 진범식 교수는 “걱정은 이해가 되지만, 배달 과정에서의 접촉은 아주 긴밀한 접촉이라고 보기 힘들고 마스크와 휴대용 손세정제를 이용해 위생관리를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업체 측에서 휴대용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지급하고 적극적으로 위생교육을 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대응 상황을 점검하며 관계자를 격려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사측인 ‘우아한 청년들’은 28일 민주노총 배달의민족 지회에 ‘답변’ 공문을 보내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 또는 위험수당’ 요구를 거절했다. ‘우아한 청년들’은 “현재로는 예상수칙 전파 및 개인위생 관리 지원이 중요하다”면서 “배달금지 지역 설명 관련해서는 향후 정부 차원의 지침이 내려올 경우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배달 노동자에 대한 손소독제와 마스크(KF94 이상) 지급, 예방수칙 공지 및 문자 발송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 요구사항을 놓고 논란이 일자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이날 늦은 오후 공개 사과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입장문에서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지회에서 보낸 공문에 매우 부적절한 소수자 혐오 표현이 있었다”면서 “중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상처 입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자에 대하여 주의 조치하고 인권감수성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막연한 공포감이 우리 안의 연대를 해치는 혐오로 발전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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