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쇼크' 덮친 세계 증시..C의 공포 넘어 R의 공포로 번진다

강현우 2020. 1. 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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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유럽 증시 동반 급락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안전자산' 금값 6년여 만에 최고
국제 유가도 급락세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세계 주요 증시와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대신 금과 달러 등 안전자산 가격은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 최대 소비 시즌인 춘제(설) 연휴에 닥친 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기존 전망보다 1.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선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다시 발생했다.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한 폐렴이 중국 소비 위축→중국 및 글로벌 생산 감소→글로벌 투자 감소→글로벌 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몰고 오고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경계 단계를 발령한 28일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직원과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우한 폐렴은 최고의 불확실성”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453.93포인트(1.57%) 내린 28,535.80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5거래일 연속 내렸다. S&P500지수는 1.5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89% 하락하며 3대 지수가 모두 1% 이상 빠졌다. 한동안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던 뉴욕증시는 우한 폐렴 확진자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나온 지난 21일부터 상승세가 꺾였다.

알렉스 영 FTSE러셀 이사는 “시장은 불확실성에 취약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글로벌 경제에 얼마나 심하게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는 최고의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증시의 낙폭은 더 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2.74% 급락했다. 프랑스 CAC40과 영국 FTSE100은 각각 2.68%와 2.29% 내렸다. 시장의 충격은 28일 아시아 증시로 이어졌다. 코스피는 28일 3.09% 급락한 2176.72로 마감하며 지난 10일 이후 11거래일 만에 22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전날 2% 넘게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0.55% 내렸다. 춘제 연휴로 중국·홍콩·대만 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이날 중화권에서 유일하게 개장한 싱가포르거래소의 STI지수도 2% 가까이 하락했다.

국제 유가도 하락세다. 런던 ICE선물거래소 브렌트유 3월물 가격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배럴당 58.42달러까지 내려갔다. 브렌트유가 6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석 달 만이다.


커지는 경기침체 우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578.60달러를 나타냈다. 2013년 4월 이후 6년여 만의 최고가다.

달러 선호도 상승에 원·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뛰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원 오른 달러당 1176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김선태 국민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달러당 1200원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국채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27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1.60%까지 떨어져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 값이 오르면 수익률이 떨어진다. 투자자문업체 재니몽고메리스캇의 가이 르바스 채권전략가는 “중국의 성장은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주요 소비 시즌인 춘제 연휴에 우한 폐렴 사태가 발생한 것이 글로벌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현상 중 하나인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도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년 만기 미 국채와 5년 만기 미 국채의 수익률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통상 만기가 긴 채권이 수익률도 높지만, 중장기 경제 전망이 어두울 때에는 단기 채권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중 무역 갈등이 깊어지던 지난해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하다가 1차 합의가 가까워오면서 다시 장기 금리가 올라갔다. 최근 우한 폐렴에 따른 경제적 충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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