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장사 안돼 직원 내보냈더니..건보료 '껑충'

김연주 입력 2020.01.28. 17:54 수정 2020.01.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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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건보공단 민원 1억5천만건
1인 자영업자는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100% 부담해야
주택 공시가 올라 보험료도 '쑥'
공단 방문 민원도 1000만건
"직장 은퇴후 수입 줄었는데
건보료는 되레 늘어 막막해"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얼마 전 장사가 너무 안 돼 직원 인건비와 4대 보험료라도 아끼자는 심정에 직원을 모두 해고했다. 1인 자영업자가 된 것이다. 몇 달 뒤 그는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월 40만원이던 건강보험료가 60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줄었는데 왜 건강보험료가 올랐을까. 그것은 직원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주는 고용주일 때는 직장가입자였지만 '1인 자영업자'가 되면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지역가입자가 되면서 자신이 소유한 주택과 차량 등에도 보험료가 부과됐다.

25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B씨. 연금으로 노후가 충분하리라 예상했던 그는 첫 달 예상보다 적은 연금에 놀랐다. 직장가입자일 때 내던 건강보험료의 2배 가까이가 연금에서 공제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잘돼 있어 보험료가 과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은퇴 후 수입은 줄어든 반면 보험료가 더 많이 나가니 심리적 부담이 상당히 크더라"고 토로했다.

A씨와 B씨처럼 건강보험료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건강보험공단에 제기하는 '민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공단은 작년 한 해에만 민원 1억5000만건을 처리했다. 직접 공단의 각 지역사무소를 방문해 민원을 제기한 건수만 작년 한 해 1000만건에 이른다. 대다수가 자격 기준(34%)이나 보험료 징수(48.4%)와 관련된 민원이다. 현장 건강보험 민원창구 직원들은 은퇴자와 자영업자 민원이 많다고 전했다.

은퇴 후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보험료가 갑작스레 늘어난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를 사업주와 근로자가 50%씩 부담하지만 은퇴하거나 실직해 지역가입자로 바뀌면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전충청지역본부 측 관계자는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보험료 전액을 납부하게 되는 데 대한 부담이 가장 많이 들려온다"며 "젊은 실직자는 임의계속가입제도(36개월 동안 직장에서 내던 수준으로 건보료를 납부할 수 있는 제도)를 문의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역가입자는 재산에도 보험료가 부과되면서 부담이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 직장가입자는 매달 받는 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재산 그리고 자동차에까지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노후를 위해 모아둔 재산이 은퇴 후 큰 부담이 되는 격이다. 최근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모두 지역가입자 몫이다.

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 측 관계자는 " '우리는 소득도 없는데 왜 이렇게 보험료가 높냐'는 민원이 제일 많고, '조상님 선산이라 팔리지도 않고 임대수입도 발생하지 않는데 왜 보험료를 내야 하냐'는 등 재산에 부과되는 건보료 관련 민원 역시 많다"며 "현장의 민원을 들어보면 소득 위주 보험료 부과체계로 개편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이런 지적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재작년 7월에 1단계를 추진하면서 자동차에 대해 9년 이상 된 노후차와 생계용 영업차에는 건보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2022년 7월 2단계가 실시되면 4000만원 미만 자동차를 비롯해 재산 규모와 관계없이 5000만원 이하 재산은 건보료가 면제된다.

2019년 건강보험 인상률은 3.49%로 평균 3000원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어려워진 경제 여건에 체감 보험료는 급등하면서 민원이 늘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대다수가 지역가입자인 자영업자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최근 특히나 자영업자 업황이 심각하다는 징후가 여러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며 "자영업자는 소득은 줄어도 재산에 부과되는 보험료는 그대로여서 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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