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CEO 해고하냐"..손학규 버티기에 안철수도 어정쩡

손국희 2020. 1. 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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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의원이 27일 단독 회동을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개인 회사 오너가 CEO를 해고 통보를 하듯 저에게 최후통첩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최후통첩’을 거절했다. 손 대표는 28일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자는 안 전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승민계 의원들, 안철수계 의원들이 저를 내쫓으려고 한 것과 똑같은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안 전 대표는 손 대표를 만나 ▶비대위 구성 ▶새 지도부 선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며 사실상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손 대표는 이날 작심한 듯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저를 퇴진시키자는 비대위 위원장을 맡겠다고 해 당혹스럽다”며 “이것은 ‘너는 물러나고, 내가 당권을 잡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총선 승리를 위해 안철수의 영향력이 발휘될 것을 기대했지, 안 전 대표가 당권 투쟁에 나설지 몰랐다”고 했다. 대신 손 대표는 제3의 인사를 당 지도부로 내세우면서 자신과 안 전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자는 역제안을 했다고 한다.

손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면서 안 전 대표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당권을 접수해 바른미래당을 ‘리모델링’한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왼쪽 두 번째)가 28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날 안 전 대표는 과거 국민의당 출신이면서 현재 바른미래당에 속한 의원 14명과 오찬을 했다. 안 전 대표는 오찬 뒤 취재진과 만나 “결론 난 것이 없다. 조금씩 틀린 의원들의 생각을 맞춰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당권파 의원들은 안 전 대표에게 우려를 표했다. 주승용 의원은 오찬 후 기자들에게 “제2의 유승민당(새로운보수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발언했다”며 “다만 손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는 만큼 양측을 설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다른 당권파 의원도 안 전 대표에게 “손 대표와 동시에 2선으로 물러나 총선 지원에 전념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이날 ‘신당 창당’을 공개 언급하며 손 대표를 압박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원내대표회의에서 “손 대표가 거절하면 안 대표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안철수계 의원도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손 대표가 끝까지 고집한다면 신당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안철수계가 대부분 비례대표라서다. 비례대표는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는다. 현역 의원이 줄어들면 신당 기호는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오찬을 앞두고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안 전 대표로서는 손 대표와의 당권 싸움이 지속되는 게 부담일 수 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1년 4개월 동안 당을 외면하던 안 전 대표가 흘린 물건 찾듯 당을 내놓으라는 식으로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정치는 책임 아니겠냐”며 “당이 위기인 상황에서 손 대표가 계속 제안을 회피하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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