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안철수..버티는 손학규, 호남계는 '2선' 요구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2020. 1. 29.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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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안철수 '비대위' 거절..'미래세대' 맡기자 역제안
안철수 "당원들 뜻 묻자 제안, 손학규 왜 회피하나"
호남계 손-안 '2선 후퇴'해야..孫과 이해관계 맞아
활로 찾기 어려운 安..신당하면 '기호 10번' 딜레마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제안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전당원 투표 등을 손학규 대표가 거절하면서 안 전 의원의 당권 접수, 바른미래당 리모델링 등의 구상은 일단 난관에 부딪혔다.

손 대표 사퇴를 촉구하며 안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됐던 호남계 등 당권파 의원까지 손학규-안철수 '2선 후퇴'를 요구하면서 안 전 의원의 힘을 빼놓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의 극심한 내홍 양상이 다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 전 의원이 결국 '신당창당'으로 가닥을 잡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비례의원이 대부분인 안철수계 의원들이 창당하면 '기호 10번'이 예상돼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손학규, 안철수 '비대위' 제안 거절…호남계 孫安 "2선후퇴해야"

(사진=연합뉴스)
손학규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대표 제안은 과거 유승민계나 안 대표 측근들이 했던 얘기와 다른 부분이 전혀 없다"라며 "전당대회, 전당원투표, 재신임투표 다 얘기했는데 왜 지도체제를 개편해야 하는지, 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 설명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이 지난 27일 손 대표와 회동에서 제안한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 전환 혹은 전당원 투표를 통한 비대위원장 결정 ▲전당원 투표에 의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지도체제 재신임투표 실시 등 세가지 요구를 거절한 셈이다.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에게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를 위해 미래세대에게 당을 맡기자. 안철수와 손학규가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자"고 '역제안'을 하기도 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선 후퇴를 하고, 새로운 얼굴로 비대위를 꾸리자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손 대표와 안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 등 선거 지휘를 위한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 안 대표에게 공이 넘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책임 아니겠느냐. 당이 위기상황이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당원들의 뜻을 묻자고 한 제안에 대해 왜 당대표께서 계속 회피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맞받았다.

안 전 의원 측은 '해도 너무 한다', '이미 예상했다' 등의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정말 노욕의 끝이 어딘지 알수가 없다"며 "더이상 버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과정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호남계 등 당권파 의원들은 손 대표와 안 전 의원 모두 '2선 후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호남계 한 의원은 "안 전 의원은 국민의당을 해체한 책임이,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은 망가트린 책임이 있다"며 "둘다 모두 2선 후퇴를 해야하고, 대통합정당을 위한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당권파의 주장은 손 대표가 제안한 '2선 후퇴'와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미래세력'에 대한 양측 동의와, 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 호남 기반 정당들과의 통합 공감대가 형성되면 양측은 자연스레 함께 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당권파 한 의원은 "역할을 맡으려는 손 대표와 호남계 통합을 보는 당권파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당의 '구세주격'으로 복귀했던 안 전 의원은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손 대표 퇴진에 있어 힘을 모을 것으로 예상했던 호남계가 예상 밖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의 구성은 호남계(5명) , 당권파(3명), 안철수계(7명), 민평당, 대안신당 등 독자노선(4명)이다. 당권파와 호남계가 손을 잡으면 안철수계는 세(勢)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안 전 의원은 일단 이날 오후 5시로 예상됐던 호남계 당권파 의원들과의 회동을 취소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 활로 못찾는 安…신당 창당도 여의치 않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진=박종민 기자)
1년 4개월 만에 정계복귀한 안 전 의원의 일성은 과거 지향적 정치를 넘어 실용적 중도정당을 창당, 미래세대를 진출시킨다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론 바른미래당 리모델링이 예상됐지만 손 대표의 퇴진 거부로 입장이 곤란해졌다.

선택지 중 하나는 손 대표의 '동반 2선 후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손 대표, 호남계를 '과거 정치'로 인식하는 안 전 의원 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안철수계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손 대표, 호남계와 이렇게 저렇게 얽히느니 차라리 깔끔하게 신당 창당으로 가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당 창당도 녹록지 않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모두 비례의원들이다. 손 대표가 제명을 해줘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것이 무산되면 원내 1인 정당이 된다. '기호 10번'으로 총선을 치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안 전 의원은 보수통합에 대해서도 "관심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바른미래당 당권 접수, 신당 창당, 보수통합 등 유력한 정치적 선택지에 있어서 안 전 대표가 나설만한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또다른 안철수계 관계자는 "손 대표의 퇴진 거부는 이미 예상된 사안 아니었느냐"며 "손 대표가 명분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당원과 국민들이 다 알 것이다. 안 전 의원이 조만간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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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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