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 "사건 잘 봐달라고 3차례 이상 전화"..윤총경 "전화 건 적 없다" 공방
[경향신문] 일명 ‘승리 단톡방’ 멤버들과 유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규근 총경(50) 재판에서 현직 경찰관이 윤 총경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을 잘 봐달라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총경 측은 “전화를 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총경의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서모 경사(40)가 증인으로 나왔다. 윤 총경은 정상훈 전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대표가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해준 대가로 정 전 대표로부터 수천원만대 주식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서 경사는 2016년 2월부터 서울 수서경찰서 경제팀에서 정 전 대표 사건을 맡았던 경찰관이다.
이날 서 경사는 증인신문에서 2016년 5월 모르는 경찰관으로부터 정 전 대표 사건을 잘 봐달라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무실 전화로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는 경찰관이 (정상훈에게) 친절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길래 저는 알았다고만 얘기한 것 같다”며 “3차례 이상 전화를 받았다. 잘 봐달라는 취지의 전화였다”고 했다. 이어 “불기소해달라는 말처럼 들려서 기분이 언짢았지만 같은 경찰이라 화는 못냈다”고 했다.
서 경사는 윤 총경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그는 전화를 건 경찰관이 윤 총경을 직접 언급하거나, 윤 총경과의 친분을 언급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전화를 건 경찰관이) 윗선에서 부탁을 받아서 대신 전화하는 것이라고 여겼다”고 했다.
“전화한 사람이 경찰공무원인 건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서 경사는 “이름을 메모지에 적어두었다. 나중에 (경찰 내부) 메신저로 검색해보니 이름이 있었다”며 “강북이나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 공무원이었고 계급은 경사 아니면 경위로 기억한다”고 했다.
윤 총경 측은 서 경사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총경 변호를 맡은 문수생 변호사는 “전화 건 사람은 (윤 총경이 당시 근무하던 경찰서와) 다른 경찰서 소속”이라며 “경찰관인 정상훈 매형이 전화를 건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 경사 증언에서 언급된 경찰관 계급이 ‘총경’보다 낮은 ‘경사’나 ‘경위’ 계급이라는 이유에서다.
나중에 정 전 대표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정상훈 사건을 봐달라는 전화가 실제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검찰 질문에 서 경사는 “당시 입증자료를 토대로 판단한 것이지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버닝썬 의혹은 남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연관되어 있는지는 몰랐다. 참담하다”고 했다.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나온 방모 경사(41)는 정 전 대표 사건을 조사하면서 “위에서 당신 사건 신경 많이 쓴다”고 말한 사실에 대해서 부인했다. 방 경사는 2016년 1월까지 정 전 대표 사건을 맡았던 경찰관이다.
검찰이 “정상훈은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위에서 당신 사건 신경 많이 쓴다’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이렇게 말한 사실이 기억 나느냐”고 묻자, 방 경사는 “4년 전 사건이라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다.
윤 총경은 ‘승리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이라고 불린 인물이다. 윤 총경은 정 전 대표의 부탁을 받고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가수 승리·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운영하던 주점 몽키뮤지엄의 단속 정보를 알아봐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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