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없는 '철수' 다 계획이 있다?
[경향신문] ㆍ안철수, 바른미래당 전격 탈당 ‘독자 행보’
측근들 “독자노선 택해도 연동형 비례제 상당한 지분”
신당으로 완주하기엔 당선 가능성 큰 지역구 주자 적어
총선 직전 선거 연대 또는 ‘보수통합’ 참여 여지도 남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58)가 29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결국 독자 행보를 택했다. 중도실용 정당 재건 과정에서 손학규 대표에 대한 불신이 우선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탈당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신당 창당까지 밝힌 것은 과거 국민의당 녹색 바람을 되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신당 창당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지역(호남), 지지층(중도) 등이 과거와 달리 안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총선 과정에서 보수 정치권과 선거연대를 꾀하거나 중도·보수 통합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들은 이날 안 전 대표가 당과의 결별을 선택한 데는 손 대표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지도부 교체’ 요구를 거절한 뒤 안 전 대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손 대표의 의중을 파악했다”며 “당권을 놓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보여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게 의미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일부 측근들은 독자노선을 택해도 4년 전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인사 합류로 ‘안철수 바람’을 다시 일으키고 안철수라는 브랜드 인지도로 일부 비례의석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일부 측근들은 10~15%의 정당지지율을 기대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상당한 지분을 얻어낼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 안철수의 길을 주목해달라”고 했다. 안철수의 길은 세 갈래로 예상된다. 우선 독자 신당을 결성해 총선까지 ‘완주’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장벽이 높다. 안철수계 인사 중 이번 총선 지역구 당선 가능성이 큰 유력 후보가 충분치 않다. 안 전 대표 인지도가 장점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가 4%에 불과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신당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할 경우 독자 신당은 안 전 대표 본인의 ‘대선 거점’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안철수 신당이 총선 직전 보수 야당과 ‘선거 연대’를 할 가능성도 있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돌풍’까지 일으키지는 못해도 소속 의원들의 ‘생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반문 연대’로 묶일 수 있는 보수 야당들과 후보 단일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나온다. 그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단일화를 노린 바 있다.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에 참여할 가능성도 살아 있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 과정에서 ‘중도 개혁’이라는 명분이 확보되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안철수계로 분류돼 온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은 최근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참여해 이 같은 전망에 불을 지폈다. 다만 보수통합에 참여할 경우 안 전 대표 본인이 내세운 ‘중도’나 ‘기성정치 타파’의 가치와 충돌할 수 있어 실제 단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상태다.
안 전 대표 측은 향후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인사들과 새 인재들을 영입해 창당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안철수계 원외 인사들이 잇달아 탈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안철수계 비례대표 6명(신용현, 김삼화, 김수민, 이태규, 이동섭, 김중로 의원)은 자진 탈당 시 의원직이 상실되기에 우선 당에 ‘출당’ 요구를 할 예정이다.
안철수계 인사들의 연이은 출당은 바른미래당의 개편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학규 대표는 금명간 호남계 의원들과 만나 자신의 2선 용퇴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청년 인재들을 영입하고 대안신당 등 기존 중도정당들과 통합해 총선을 위한 재정비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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