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 열풍', 8년 만에 시들해졌다
[경향신문] ㆍ지난달 순이동인구 마이너스로 전환…지난해 순유입도 급감
ㆍ부동산값 급등 따른 주거환경 악화 등으로 이주 매력 떨어져
지난달 제주를 떠난 사람이 들어온 사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8년 만에 순이동 인구(전입인구-전출인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순이동 인구도 2000명대로 하락하는 등 ‘제주 이주 행렬’이 막을 내리고 있다.
30일 제주도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전입인구는 8627명, 전출인구는 8651명으로 24명이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월 기준 제주지역 인구가 순유출된 것은 2011년 12월(-12명)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전체 제주 순이동 인구도 2936명으로, 전년(8853명)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주는 ‘제주살이’ ‘제주 이민’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주 열풍이 거세게 분 지역이다.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는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유입인구보다 유출인구가 1000~2000명 많았다.
2010년부터 제주로의 유입인구가 유출인구를 앞지르기 시작해 2016년 제주의 순이동 인구는 1만4632명에 달하며 정점을 찍었다.
매월 1000명 이상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당시 제주 이주 배경에는 청정 자연환경, 창업과 같은 새로운 도전, 고단한 대도시에서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를 희망하는 새로운 가치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비슷한 이유로 문화예술인의 이주도 많았다. 영어교육도시와 기업 지방이전에 따른 인구유입 효과도 있다.
실제 제주도가 이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새로운 직업이나 사업 도전, 회사 이직 또는 파견, 새로운 주거환경, 건강·힐링을 위한 환경, 자연과 함께하는 전원생활 등이 이주 이유의 다수를 이뤘다.
반면 제주로의 인구유입 증가세는 2018년부터 급격하게 둔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순유입 인구는 42명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결국 순유출로 돌아섰다.
인구유입 감소 이유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정주여건 악화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인구유입이 정점을 찍은 2016년을 전후로 수년간 제주지역 땅과 집값 상승률은 전국 1위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주택 마련 비용이 크게 상승한 데다 인구 증가로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교통혼잡과 주차난, 일자리 부족,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환경훼손과 주민갈등 등이 잇따르면서 ‘제주 이주 매력’이 반감된 셈이다.
국제학교와 혁신도시, 해군기지와 같은 정부 정책사업에 따른 이주도 인구 순유입에 크게 기여했는데 이들 사업이 완료된 것도 일부 영향이 있다. 제주에 이주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거나 준비 부족 등으로 다시 ‘유턴’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주거환경 악화, 일자리 부족, 문화와 언어가 다른 제주사회 적응에 어려운 점 등이 인구 유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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