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공들인 축제인데.." 우한폐렴에 헛일된 지역행사들

안승진 2020. 1.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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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강원 화천군 2020 화천 산천어 축제장에서 관광객들이 수상 낚시를 즐기고 있다. 뉴스1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정했던 축제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그동안 공들여 준비해 온 축제지만 혹시 모를 지역 내 우한폐렴의 확산에 대한 불안과 마스크, 출입 통제 등 방역 대책 마련에 추가 예산을 쓰느니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외국 관광객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에 지자체들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행사들도 연이어 취소해 지역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줄줄이 취소되는 지역 축제·행사들

서울시는 이번 주 7개 자치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순회 예산 설명회를 잠정 연기했다. 통상 예산 설명회에는 200~500명이 참석하는데 혹시나 행사가 우한폐렴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시는 다음달에 예정하고 있는 행사들도 현황 파악에 나서며 우한폐렴에 따른 대안 마련에 나섰다. 각 구청에도 우한폐렴 확산 우려에 따라 다음 달 예정된 규모가 큰 행사를 개최하지 말자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9일 서울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종합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지자체들도 다음 달 예정된 행사들을 연이어 취소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 8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자체별로 준비해 온 ‘대보름 축제’ 상당수는 개최가 취소됐다. 부산 사상구·남구·북구·서구·사하구, 대구 북구, 대전 서구·동구, 강원 동해시·속초시·철원군·양양군(1개면 제외), 광주 광산구 등이 정월대보름 전후로 예정된 축제 개최를 포기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월대보름 축제를 대비해 포스터, 플래카드, 초청장, 가로등 배너 등을 다 만들어놨는데 필요가 없어졌다”며 “축제에는 불특정 다수가 오는데 감염 대비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축제를 진행하는 것도 부담이고 행정력을 감염 예방에 집중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축제를 강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충남도는 설 연휴 기간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 3000여명이 방문을 약속했으나 우한폐렴 확산에 따른 공포에 결국 취소 결정을 내렸다. 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지역에 데려오려고 상당 기간 공을 많이 들였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버렸다”며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 기간이 임박해 호텔, 식당들을 예약해뒀는데 모두 취소한 상태이고 우한폐렴으로 인해 해외 관광객들의 이동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지역경제 타격이 크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2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오목교 인근 안양천변에서 영등포구가 진행한 ‘제21회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축제’ 모습. 남정탁 기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 해 동안 공들인 사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 우한폐렴에 따른 고민이 깊은 지자체도 있다. 강원 지역 대표적인 관광 행사로 자리 잡은 화천 산천어축제는 논의 끝에 지난 27일 개막한 축제를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홈페이지 내 게시판에는 “날씨와 우한폐렴으로 행사를 진행해나갈 수 있나”, “우한폐렴 대책은 있나” 등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화천군에 따르면 산천어축제 개막 첫날 방문객 수는 8만7385명으로 그중 8735명이 외국인이었다. 군 관계자는 “축제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보통 여행사를 통해 오는데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 여행사가 빠져 지금은 주로 대만, 동남아 쪽 관광객이 대부분인 상황이다”라며 “중국 우한폐렴으로 인한 축제 기간 변경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단기간 지역경기 침체는 불가피…“중국인 혐오는 경계해야”

치료제가 없고 전염성이 강한 우한폐렴의 특성상 지역경제 침체는 한동안 불가피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사태가 GDP(국내총생산)를 0.2%포인트 떨어뜨렸다고 추산했다. 당시 정부는 지역경제 불황 극복을 위해 618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는 사드 배치에 따라 축소됐던 중국인 관광 시장이 최근 점차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한폐렴으로 인해 또 한 번의 위기가 올 것을 우려했다. 안용성 선문대 교수(글로벌관광학)는 “지난해 7~8월 중국과 관계가 해빙 분위기에 진입하면서 중국인 관광 시장이 사드 이전 60%까지 회복됐고 앞으로 80~90%수준까지 회복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잠시 냉각기를 가질 거 같다”며 “우한폐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자칫 중국인에 대한 혐오로 번져 국가적 차원의 갈등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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