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의회, '강사 욕설' 구의원 솜방망이 처벌"

곽재훈 기자 2020. 1. 3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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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여성단체 항의 기자회견..재항고 등 법적 대응도 나서

[곽재훈 기자]

 구의회 성폭력예방교육 도중 강사에게 "이 X" 등 욕설을 한 서울 서대문구의회 최원석 구의원에 대해 구의회가 '공개 사과' 처분을 한 데 대해, 서대문구 주민들과 당시 강사였던 이은의 변호사 등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규탄하는 입장을 밝혔다.

서대문구 주민 강석미 씨와 민중당 지역위원회 등은 31일 오전 서대문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구의원이) 구의회의 품위를 손상시켜 주민들의 분노와 수치감은 극대화돼 있는데, 구의회는 자성의 목소리는 커녕 '강사 자질론'을 운운하고 '언쟁'으로 사건을 축소시켜 시간끌기를 했다"며 "솜방방이 처벌로 징계를 마무리하려하는 후안무치 행위를 주민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생은 강사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고 사회 규범인데,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직자가, 그것도 신성한 의회에서 강사를 모욕하고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은 충격과 수치스러움을 금치 못한다"며 "몰상식하고 비윤리적인 사고 후 윤유현 구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그 누구도 의회를 대표해 강사에게 사과하지 않아 더욱 수치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 구의원과 이종석 구의회 윤리특위 위원장은 본 건을 '강사와의 언쟁'으로 축소하지 말라"며 "이는 명백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비하"라고 규정하고 "구의회는 최 구의원의 여성비하 의식과 폭력적 언행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각인하고 가해자 최 구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아가 "구의회가 구의원들만을 위한 의회인가, 주민들을 위한 의회인가"라며 "해가 바뀌어 4개월이 다 되도록 구의회는 적절한 징계와 재발방지 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구의회를 항의 방문해 중징계와 재발방지 안을 마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달하려 했을 때, 윤 의장은 주민들을 피해 도망다니고 경찰을 부르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였다"며 "심지어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 최 구의원과 윤 의장, 이종석 위원장이 7박10일 동안 해외연수를 함께 다녀와 주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구의회 윤리특위의 솜방방이 징계는 혐의도 피해자도 없는 공개사과"라며 "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죄의식 없이 (하는) 주민 대상 공개사과는 의미가 없고, 면죄 술수로 주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 구의원은 가해자로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 당사자인 이 변호사에게 직접 사과함은 물론 분노한 구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구의회를 항의 방문하고 최 구의원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으나, 최 구의원은 이들에게 '현장에 있었느냐'며 마주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주민 강 씨는 "'사과'는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대문구의회는 설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윤리특위 회의에서 "지난해 9월 19일 4대 폭력예방 교육 중 최 구의원이 강사와 언쟁이 있었고 최 구의원의 품위유지 위반에 대한 징계요구서가 제출돼 11차에 걸쳐 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며 "최 구의원 징계 요구의 건에 대해 '공개회의에서의 사과'로 본회의 부의할 것을 선포한다"고 결론내렸다.

최 구의원은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였던 이 변호사가 강연 도중 삼성전기 근무 당시의 피해 경험을 언급하자 '강의에서 삼성이라는 기업 실명을 거론하지 말라'는 요지로 이의를 제기하다가 이 변호사와 언쟁을 벌인 끝에 "뭐 저런 X이 다 있어"라고 욕설을 해 논란을 빚었다. (☞관련 기사 : 한국당 구의원, 성폭력 교육 강사에 "저런 X" 욕설 파문)

이 변호사는 이날 <프레시안>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구의회 윤리특위 결정에 대해 "(사과 요구를) 징계라고 할 수 있느냐? 사과는 당연한 것인데, 당연한 것이 어떻게 징계가 될 수 있느냐"며 어이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변호사는 "사과는 저에게나 (성폭력 예방교육) 담당 공무원에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저에게는 사과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 구의원에 대해 2월 중 명예훼손·모욕·업무방해 등 형사고소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발생한 사건에 대해 아직 소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대문구 주민들이 최 구의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소송을 낸 것을 보고, 그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려 했다"며 "형사고소는 물론 민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한국폭력예방교육전문강사협회'와 함께 최 구의원을 공무집행방해(형법136조) 혐의로 고발했으나, 서울서부지검은 이에 대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는 최 구의원의 행위가 당시 강사였던 이 변호사의 업무를 방해했다손 치더라도, 이 변호사는 외부강사여서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아 공무집행방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주민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 지난 30일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접수했다. 항고 요지는 '이 변호사에 대한 최 구의원의 행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최 구의원의 당시 행동은 외부 강사인 이 변호사가 아닌 구의회의 공무인 성폭력예방교육을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구의회 차원의 논의는 윤리특위 회의 종결로 일단락됐지만, 이 변호사와 주민들이 이같이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이 사건은 다시 사법기관 판단을 앞두게 됐다.

다만 구의회 윤리특위의 결정에 대해서는 구의회 안팎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의회 사정에 밝은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윤리특위 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해야겠지만, 예상보다 미약한 결과가 그것도 늦게 나온 것에 대해 주민들이 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윤리특위) 심사가 늦어지는 것을 보고 '더 신중하게 많은 검토를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던 주민들이 뻔한 결과에 실망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앞서 윤리특위 소속 주이삭(무소속)·이경선(한국당) 구의원은 지난해 11월 '의사진행을 신속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위원회 진행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윤리특위 위원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 등 4인의 민주당 소속 윤리위원들이 한국당 소속 최 구의원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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