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출입금지'..우한폐렴 공포 中 혐오로 변질

방성훈 입력 2020. 2.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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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매체, 헤드라인에 '누런둥이 조심'..인종차별 논란
한국·싱가포르선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
한국·일본·태국·홍콩 상점들 "중국인 고객 거부" 푯말
서양선 "중국인 구분 안돼"..他아시아 국민에도 불똥
프랑스 지역지 르 쿠리에 피카르 1면. 헤드라인에 ‘누런둥이 조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BBC 홈페이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저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I’m not a virus).”

프랑스에 거주하는 루청왕이라는 중국인이 지난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JeNeSuisPasUnVirus)’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나는 중국인이지만 바이러스가 아니다! 모두가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건 알지만 편견은 안 된다. 제발”이라고 적었다. 해당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중국과 아시아인에 대한 세계인의 이유 없는 공포심(포비아)도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인과 아시아인을 배척·혐오하는 인종차별주의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이고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이같은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각국 사례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중국인은 일본에 오지 말라(ChineseDon‘tComeToJapan)’라는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주요 관광지의 숙박업소 및 레스토랑 등은 아예 입구에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내걸고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

홍콩, 한국, 베트남, 태국 등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많은 상점들이 중국 고객들을 거부하고 있으며,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에 현지인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고객 90%가 중국인인 일본 도쿄 츠키지 수산시장의 한 스시 레스토랑 점원은 중국인 거부 사태에 대해 “중국인들을 차별해서 그러는 게 아닐 것이다. 사망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사례도 집중 조명됐다. 한국인들이 길거리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즉각 실행’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하는 사진이 기사의 톱 사진으로 쓰였다. 신문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직원들에게 ‘중국 고객은 우한폐렴 잠복기인 2주 동안 한국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때만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가짜 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정보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쳐)

프랑스에서는 지역지인 르 쿠리에 피카르가 중국 여성 사진을 1면에 실은 뒤 ‘누런둥이 조심(Alerte jaune)’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해당 여성은 마스크를 쓰고 있을 뿐 우한폐렴과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 중국인들은 물론 프랑스인들까지 가세해 “인종차별”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다음 날 매체는 “아시아에 대한 최악의 고정관념 사례”라며 사과했다.

호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언론재벌 루퍼스 머독 소유의 헤럴드선은 빨간 마스크 이미지 위에 ‘중국 바이러스 대재앙(China Virus Panda-monium)’이라는 문구를 게재했다. 중국을 상징하는 팬더곰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호주 내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인종차별”이라며 반발했고, 관련 탄원에 4만6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최근 중국에서 돌아온 가족이 있는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청원에 1만명 가량이 서명했다. 싱가포르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인의 입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관련 청원에 수만명이 서명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 중국인들을 겨냥해 나타나고 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한 베트남 여성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지나가던 프랑스인 운전자가 오물을 끼얹으며 “더러운 중국인아,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말아라. 프랑스는 너를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소리쳤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세계 각국 항공당국이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중단하는 것처럼, 잠재적인 감염·전염 위험에서 멀어지고 싶어 하는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중국인들과 아시아인들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비슷한 외국인 혐오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일부 소셜미디어 사례나 언론 매체 보도는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BBC는 “세계인들은 바이러스를 무서워하고 있지만 이들(중국인 및 아시아인)은 차별과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프랑스에 거주 중인 중국인 루청왕 트위터 캡쳐)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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