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형 절필 이어 최은영 사과 요구.. 이상문학상 파문 확산

권경성 입력 2020. 2. 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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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상’ 윤이형 “상 돌려주고 싶지만 방법 없어 활동 중단”

‘올해 우수상 거부’ 최은영 “반성할 사람들은 반성 안 하고…”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상작 발표 연기를 부른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의 파문이 더 크게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44)이 절필을 선언하며 출판사에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올해 우수상 수상을 거부한 최은영(35)까지 사과 요구 움직임에 가세하면서다.

윤이형 작가는 지난달 31일 트위터 계정에 원고지 27매짜리 입장문을 올려 “작가를 그만둔다”고 밝혔다. 윤 작가는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돌려드릴 방법이 없다. 저는 이미 상금을 받았고 그 상에 따라오는 부수적 이익들을 모두 받아 누렸다. 더불어 저작권 개념에 대한 인식 미비로 양도 문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제 작품을 그 일에서 떼어낼 수도 없게 됐다. 그래서 그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절필 배경을 설명했다.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양도 요구 조항이 절필 선언의 이유임을 처음 밝힌 것이다.

윤 작가는 “작년 1월 이상문학상 수상 통보를 받은 직후 저는 ‘대상 수락 및 합의서’에 서명했다. 거기에는 작가는 작품의 저작권을 (이상문학상 주관사인) 문학사상에 양도하고, 3년 뒤에 개인 작품집이나 단행본에 수록할 수 있지만 대상 수상 작품은 표제작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어 “이것은 오랫동안 이상문학상 작품집 뒤에도 실려 있던 약관이다. 그러나 저는 평소 그 상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았고 그때까지 문제의식이 없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저에게만 온 문서이기 때문에 우수상 수상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그는 김금희와 최은영, 이기호 등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작가들이 수상 거부 선언을 하는 모습을 보며 “수치심과 자괴감을 견딜 수 없었고, 이제 더 이상 문학계에서 어떤 곳을 믿고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모르는 곳에서 우수상 작가들의 권리 침해가 일어났는데 저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거기에 일조한 상황이 됐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제가 무엇에 일조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부조리에, 범죄에, 권리 침해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윤 작가는 “지금껏 문학계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했을 때 연루된 작가들의 피해가 제대로 보상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런 제도와 관행들을 만들어 놓은 것은 윗세대 문학인들인데 피해는 젊은 작가들만 보게 된다. 아무도 작가들의 상처에 대해 보상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 일할 수 없다. 일하지 않는 것이 제 작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가를 그만둔다”라고 천명했다.

윤 작가는 “문학사상사는 회장님 한 사람의 억압적인 명령에 따라 이상문학상을 자의적으로 운영한 것,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빼앗은 것, 형식상의 계약서를 보내며 거래하듯 상을 수여해 작가들에게 부당한 상황을 만든 것, 그리고 이것이 직원의 실수라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상처 받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사과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이 상의 운영 방식과 저작권 관련 방침을 개선해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임을 약속해 주시기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이상문학상 주관사인 문학사상사에 사과를 요구한 최은영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 작가의 입장 발표 직후 최은영 작가도 블로그에 글을 올려 문학사상사에 사과를 요구했다. 글에서 최 작가는 “윤이형 작가님의 입장문을 읽고 한 사람의 동료 작가로서 안타까움과 슬픔, 분노를 피할 길이 없었다. 왜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반성하지 않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사과하지 않고 부당함에 피해를 입은 작가가 절필을 선언해야 했을까. 지금까지의 저의 침묵이 윤이형 작가님의 고통에 한몫한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 하루였다”고 했다.

이어 최 작가는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하게 된 경위를 설명한 뒤 “이번 사건이 발생하고, 저는 작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던 사실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꼈다. 제가 분별없이 수상에 동의하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에 올해의 수상 작가님들에게까지 피해가 갔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우수상 수상자였던 저조차도 작년에 우수상을 받았던 저의 안일함을 지난 몇 주간 돌아보며 채찍질했는데, 대상을 받으셨던 윤이형 작가님이 느꼈을 충격은 얼마나 큰 것이었을지 상상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동료 작가로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윤이형 작가님과, 윤이형 작가님의 문학을 잃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책임을 직원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부당한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문학사상사에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한다”며 “문학사상은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한 사과를 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지난달 6일 예정됐던 올해 수상작 공개를 무기한 미루고 한 달 가까이 공식 입장 표명도 보류 중인 문학사상사는 파문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기색이다. 윤 작가도 “문학사상사 측에서 공식 입장 발표를 최대한 늦추기로 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작가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조만간 공식 입장을 피력해 사태를 진화하고 수상작도 2월 중에는 공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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