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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시간]② 정경심의 파란만장 건물주 되기 프로젝트

이지윤 입력 2020.02.01. 15:27 수정 2020.04.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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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남편 민정수석 → 강남 건물 사기?

어제(31일) 열린 정경심 교수의 2회 공판에서는, 정 교수의 불법 투자 의혹에 대한 검찰의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검찰은 남편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 된 뒤 정 교수가 동생 정 모 씨에 보낸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 사는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공개하며, 정 교수가 고위공직자의 가족으로서 어떻게 불법적으로 재산을 늘리고자 했는지 증거 제시를 이어갔습니다. 몇 가지를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1. 포기할 수 없는 '직접 투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은 여러차례 해당 펀드는 투자처를 알 수 없는 블라인드 펀드임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증거를 보면 상황이 좀 다릅니다. 정 교수는 남편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지 2달 뒤인 2017년 7월, 남편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를 직접 만나 코링크PE가 투자할 블루코어펀드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가 조 씨에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도 공개했습니다. "시간내서 설명 고마워요. 아까 말한 블루코어펀드에 대해 정리해주면 동생에게도 브리핑할게요. 우리 다 윈윈해서 옛날 이야기 합시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 교수가 블루코어펀드에 대해 스스로 메모한 내역과, 조 씨가 정 교수에게 음극재 사업 자료를 직접 전달한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조범동으로부터 설명받고 스스로 메모도 하며 코링크PE의 웰스씨앤티 투자를 다 알았는데 이게 '전혀 몰랐다'는 블라인드 펀드인가?"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프리젠테이션도 직접 들은 정경심 교수

그런데 정 교수는 조범동 씨의 말만 듣고 돈을 건넨 게 아닙니다. 블루펀드로 웰스씨앤티라는 회사에 투자를 앞둔 정 교수는 조 씨의 사무실에서 '음극재 박사' 김 모 씨를 만납니다. 김 씨는 정 교수 앞에서 음극재 배터리 사업에 대해 PPT를 하는데요. 김 씨도 검찰 조사에서 이를 설명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정 교수가 조 씨에게 '속아서' 투자를 한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후 웰스씨앤티는 투자받은 돈의 대부분을 2차전지 음극재 개발업체인 IFM에 투자했습니다.

2. "정경심 보호하려고 거짓말" 지지자를 적극 활용하라

정 교수가 받고 있는 또 하나의 혐의, 바로 차명 주식 거래 혐의입니다. 2017년 5월 남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돼 주식을 모두 백지신탁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정 교수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투자를 이어갔다는 게 검찰 측 주장입니다. 어제 법정에서는 정 교수가 가족과 지인들의 이름으로 주식 거래를 한 내역도 검찰에 의해 공개됐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지난해 5월 있었던 투자입니다. 정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전직 증권회사 직원 이 모 씨. 그런데 이 씨는 '조국 지지모임'의 회원이었습니다. 검찰은 이 씨를 조사하던 중, 이 씨가 지난해 5월 이집트에서 주식을 거래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한사코 자신이 거래한 것이라고 주장하던 이 씨는 검찰이 출입국 내역을 들이밀자 마지못해 계좌를 빌려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3. '실수로' 장내매수로...반일테마주 샀던 적도

WFM에 대한 미공개 호재성 정보를 미리 들은 정 교수는 주식이 오르기 전에 '조범동 몰래' 매입하기로 동생과 논의했다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장내매수 관련해 만약 나한테 물어보면, 너와 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에 에러가 생겨 장내매수한 걸로 조범동에게 말할게."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습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이미 장외매수로 동생 정 모 씨가 12만 주를 사기로 되어있었는데, 주식이 오를 것 같으니까 몰래 장내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몰래 장내매수한 사실을 조 씨에게 들키는 게 부끄러우니, 이걸 '실수로' 매매한 것으로 하려고 한 것이라는 겁니다.

검찰은 과거 주식투자로 '대박'을 낸 적 있었던 정 교수가 "주식 투자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교수가 '반일 테마주'도 매입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초 일본과 무역 분쟁이 한창일 당시, 정 교수가 반일 테마주인 LG이노텍과 리드코프를 차명으로 매수한 사실도 확인했다는 겁니다.

남편인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동학농민운동의 '죽창가'를 소개하며 일본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게 지난해 7월입니다.


"나 따라다녀봐. 길게 보고 앞으로 10년 벌어서 애들 독립시키고 남은 세월 잘 살고 싶다."

'강남 빌딩'을 말하던 정 교수가 동생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고위공직자 가족으로서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주식을 처분하고 백지신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남 빌딩 매수를 목표로 세웠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고, 차명계좌 거래를 범한 결정적 동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수백억에 달하는 강남 건물을 매입하는 것은 통상적인 간접투자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정 교수가 고액 수익률이 보장되는 직접투자와 같은 투자처를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 측은 이번 공판 기일에서는 정경심 교수 측에서 조범동 씨에게 건넨 10억 원의 성격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돈을 빌려줬다는 계약서 등을 제시했는데, 투자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또 문자 메시지 등 각종 대화 내용을 근거로 대며 정 교수가 10%의 이자를 받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다고도 했습니다.

차명투자에 대한 부분은 다음 기일에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을 반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 교수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는 "다음번 재판 기일에 사실과 법리적 쟁점을 중심으로 해서 변호인단에서 충분히 반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공판이 끝난 뒤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정 교수 측의 반론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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