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끝 美대선 본격 개막, 초반 77세 바이든 vs 78세 샌더스 노장 대결

정효식 2020. 2.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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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아이오와 코커스~대선 본선까지 D-274]
샌더스 2016년 돌풍 재현, 초반 1위로 나설 듯
바이든 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서 회복 노려
깅그리치 "바이든이 뒤처지면 블룸버그 부상"
세계 9위 억만장자, 슈퍼볼 광고 60초 130억 써


바이든 27.2%-샌더스 23.5%, 전국 지지율 불과 3.7%포인트 차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월 31일 아이오와주 포트 매디슨에서 유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새로운 증인 채택 없이 2월 5일 표결로 탄핵 심판을 마무리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 4개월여 이어져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첫 경선인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11월 3일 본선까지 정확히 9개월, 274일간의 대선 경쟁이 본격 개막한 셈이다.

공화당은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이 9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본선 후보 선출을 사실상 확정 지은 상태다. 따라서 7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경선 국면에서 최대 관심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항마로 어떤 후보를 선택할 지다. 민주당 대선 주자 가운데 초반 승기를 잡았는지 볼 수 있는 대선 풍향계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다.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아이오와주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 경선 초반 판세는 중도를 대표하는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과 진보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 양강 구도다. 출발은 4년 전 경선과 비슷하다.

2016년 2월 1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민주당 거물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무소속 샌더스 상원의원을 상대로 불과 0.2% 포인트 앞서며 샌더스 돌풍의 시작을 알렸다. 샌더스는 4년 전엔 경선 막판까지 본선 후보를 놓고 각축전을 벌였지만, 당연직 슈퍼 대의원의 몰표를 받은 힐러리에 패했다.

샌더스 돌풍은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다. 전국 지지율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에 근소하게 밀리고 있지만, 초반 경선지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1일 공개한 최근 2주간 전국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은 바이든 27.2%-샌더스 23.5%로 불과 3.7%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5.0%-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8.0%-피터 부티제지 전 인디애나 사우스밴드 시장 6.7% 순이다. 샌더스가 경선에 돌입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최근 한 주간 아이오와주 지지율은 샌더스 23.8%-바이든 20.2%-부티제지 15.8%-워런 14.6% 순이다. 샌더스는 뉴햄프셔에선 평균 지지율 26.3%로 바이든(16.8%)을 더 큰 폭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경선에선 샌더스에게 유리한 요소가 또 하나 있다. 2016년과 달리 민주당이 전체 3979명 일반 대의원과 별도인 770여명의 슈퍼 대의원이 당원 표심을 왜곡하지 못하도록 투표권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18년 당규를 개정해 전·현직 대통령ㆍ부통령, 연방 상ㆍ하원의원, 전국위원 등 당 지도부 당연직 슈퍼 대의원은 주별 경선 결과에 따른 일반 대의원 투표인 1차 투표에는 참여할 수 없게 했다. 다만 1차 투표에서 과반수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지 못할 경우에만 2차 투표에 원하는 후보에 투표할 수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2일 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 대선 TV광고 장면. 60초에 130억원을 지불했다.[AP=연합뉴스]


1ㆍ2차 경선은 패하더라도 바이든도 22일 네바다 코커스와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어 1위를 만회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3월 3일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14개 주 경선이 열리는 슈퍼 화요일이 돼야 비로소 민주당 대선주자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날 민주당 대의원 약 3분의 1(1344명)의 지지 후보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슈퍼 화요일에도 바이든-샌더스가 대의원을 양분하며 뚜렷한 승자를 가리지 못할 경우 3월 10일 대선 중요 경합 주(Swing State)인 미시간 프라이머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美 대선 D-274일 관전 포인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경쟁력을 따질 때 2016년 대선에서 1% 포인트 이내 표차가 나왔던 미시간ㆍ펜실베이니아ㆍ위스콘신과 1.2% 포인트 차이가 났던 플로리다(29)에서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2020 본선에서 미시간(16)ㆍ펜실베이니아(20)ㆍ위스콘신(10) 등 세 주에서만 승리한다면 대선 선거인단 민주 278명-트럼프 260명으로 백악관 탈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이 펜실베이니아(20), 미시간(16), 위스콘신(10) 세 곳의 경합주를 승리할 경우 278대 260으로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해 승리할 수 있다.


민주당 경선이 바이든-샌더스 노장 대결 구도가 된 데는 지난해 9월 한때 1위였던 워런 상원의원이 국민 의료보험 공약의 재원 마련 방안이 불확실하다는 비판으로 추락한 데 따른 것이다. 징벌적 부유세를 주장하며, 중산층 증세는 필요 없다는 주장에 중도층과 진보층 모두가 이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대 젊은 후보인 부티제지 전 시장도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의 외면 속에 한 자릿수 지지율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사우스밴드시에 벌어진 흑인 총기 사망사건 초반 경찰관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대신 순 자산 615억 달러(약 73조 5000억원)인 포브스 세계 9위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뒤늦게 경선에 참여했지만,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60초에 130억원인 슈퍼볼 TV 광고를 포함해 후원금 없이 본인 재산으로만 수십억 달러를 선거전에 투입하고 있다. 초반 경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샌더스에 밀려 나가떨어질 경우 블룸버그가 중도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1일 폭스뉴스 기고에서 “샌더스가 초반 경선에서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열성적 지지층과 소액 기부로, 블룸버그 다음의 선거자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바이든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3~4위로 밀려나면 선두 주자의 역할은 끝날 것”이라며 “부티제지가 그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있지만 숨은 인종주의자란 비판을 받고 있어 결국 블룸버그가 민주당 경선에서 사회주의자의 유일한 대항마로 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모인(아이오와)=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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