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국 딸 조민 이름, KIST 50주년 기념조형물서 지운다

최준호 입력 2020. 2. 2. 05:01 수정 2020. 2. 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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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여명 중 자격미달 23명 삭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경. 서울 홍릉에 있다. [사진 KIST]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50주년 기념조형물에 새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이름이 결국 지워지게 됐다.

KIST는 지난달 31일 조형물심사위원회를 열고, 본관 역할을 하는 L3 연구동 입구에 세워진 창립 50주년 기념조형물에서 조민 씨를 포함한 총 23명의 이름을 지우기로 결정했다. 붉은색으로 KIST 글자를 크게 세긴 벽 모양의 조형물에는 최형섭(1920~2004· 2대 과학기술처 장관) 초대 원장을 필두로, 1966년 KIST 창설 이래 2016년까지 계약 형태로 KIST에 근무한 총 2만6000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서울 홍릉 KIST 캠퍼스 내 L3 연구동 입구에 세워진 설립 50주년 기념 조형물. 최준호 기자


KIST 관계자는 “그간 사내외 인사로 구성된 조형물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세 차례 회의를 통해 원칙을 세우고 조형물 내에 새겨진 명단 중 문제가 있는 사람의 이름을 지우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KIST가 결론을 내린 명단 삭제 원칙은 '①근무 1개월 미만 ②급여를 받지 않았으며 ③자진해서 퇴직한 사람, 이 세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다. KIST가 그간 계약 형태로 거쳐간 사람을 전수조사한 결과, 조 씨를 포함 총 23명이 이 삭제 원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KIST 측은 조 씨를 제외한 나머지 22명의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고 입장이다.

KIST에 따르면 조 씨는 고려대 2학년 여름방학 기간이던 2011년 7월 KIST에서 한 달간의 학생연구원 계약을 하고, 단 이틀만 근무한 뒤 3주짜리 가짜 근무 증명서를 받아냈다. 이 같은 과정은 모친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KIST 연구원의 개인적 친분을 통해 이뤄졌다. KIST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연구원은 조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던 고려대 4학년 당시인 2013년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조 씨의 2년전 학생연구원 근무 경력을 3주로 부풀려 적어 e메일로 보내준 것으로 밝혀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이름(동그라미 안)이 새겨진 KIST 50주년 조형물 중 일부. 최준호 기자

이 연구원은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지난해 10월 기술정책연구소장직에서 보직해임됐으며, 현재 일반 연구원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다. KIST는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연구원에 대한 징계도 내릴 계획이다.

한편 이병권 KIST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이름이 ‘KIST 50주년 기념 조형물’에 이름이 새겨진 것을 두고 “이름이 적힌 2만6000명에 대한 전수조사 후 기준을 세워 삭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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