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특파원리포트] 중국이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괴담 유포자' 알고보니 '제갈량'

강민수 입력 2020.02.02. 07:00 수정 2020.02.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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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지난해 말 최초 예견됐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우한시 중심병원 소속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평소와 다름 없이 진료를 하다 깜짝 놀라게 된다. 기침과 고열, 그리고 호흡 곤란에 시달리는 환자에 대한 검사 보고서 때문이었다. 그 환자에게서 2003년 중국은 물론 전 세계를 공포로 떨게 했던 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 이른바 사스(SARS) 바이러스와 매우 흡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의사 리원량은 중국의 카카오톡 격인 웨이신 채팅방을 통해 이런 내용을 의대 동기 의사들과 공유했고, 이 과정에서 동일 증세를 보이는 확진자가 한 명이 아니라 7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는다. 의사 리원량은 즉시 우한대 의대 04학번 동기 단체 채팅방과 종양 센터 종사자 단체 채팅방, 그리고 셰허 병원 신경내과 단체 채팅방에 이 같은 소식을 공유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그런 과정에서 외부로 확산한 소식이 바로 "우한에서 사스 환자 7명이 발생했다."라는 내용이었다. 2020년 전 세계를 비상 상황으로 몰고 간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한 최초 경고는 이렇게 시작됐지만, 안타깝게도 중국 당국에 의해 철저히 무시됐다.


'괴담 유포자'에서 한 달 만에 '중국의 제갈량'으로….

리원량이 채팅방에서 신종 전염병에 대해 논의를 한 지 불과 사흘만인 지난 1월 3일, 중국 공안국 소속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근거 없는 헛소문, 괴담을 유포시켜 사회를 불안하게 했다는 죄목이었다. 의사 리원량은 공안국 경찰관이 있는 그 자리에서 반성문을 써야 했고, 급기야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눴던 다른 7명의 의료인과 함께 유언비어를 유포하지 않겠다는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는 데는 정확히 한 달이 걸렸다. 중국 최고 인민법원은 유언비어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리원량 등 8명의 우한 의료인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기본적으로 인지한 사실은 진실에 부합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이 경고하는 내용을 당시 시민들이 들어서 보건에 신경을 썼다면 결과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표현도 있다. 심지어 쩡광(曾光) 중국 질병 예방통제센터 수석연구원은 CCTV와 인터뷰에서 리원량 등 8명을 존경할 만한 '제갈량'으로 추켜세웠다. 괴담 유포자 취급받던 우한의 의료인들이 한 달 만에 중국 역사상 최고의 지략가급으로 화려하게 신원(伸冤)된 순간이다.

중국 최고 인민법원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 숨기려는 시도 헛돼" 일침

중국의 법원이 8인의 제갈량 사례를 들어 우리의 보도자료 격인 '발표문'을 냈는데, 전염병 앞에서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는 중국 사회에 대한 정문일침(頂 門 一針)이 들어있다. 일부 내용을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겨 본다.

"헛소문은 정보 공개의 지연과 불투명함 때문에 생겨난다. 정보 공개가 잘 안 되면 대중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각종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한다. 정부가 정보 공개를 하면 대중은 자신이 알게 된 소문과 비교를 한다. 그 결과 정부 발표가 정확하면 헛소문은 힘을 잃지만, 소문이 사실로 증명되면 대중은 소문을 더 믿게 된다." "과거 사스 때와는 매체환경도 달라졌다. SNS 등의 출현으로 관영매체가 정보전달을 독점하던 체제는 끝났다. 이젠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을 숨기려는 어떤 시도도 헛된 것이 됐다."
- 중국 최고 인민법원 발표문 中


우한시장 "직을 그만둬 천하에 사죄하겠다!"

이번 사태는 중국 법원이 말한 '소문이 사실로 증명된' 대표적 사례다. 우한시 당국은 이번 사태 초기부터 이번 감염병은 사스와 다르고, 사람 간 전염이 거의 안 되며, 환자는 우한 내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충분히 통제 가능한 상황이라고 거짓말했다.

사태 초기 리원량 등 8명의 제갈량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입막음 한 왕사오둥 후베이성 성장은 뒤늦게 "가슴이 아프고 자책감과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직을 그만둬 천하에 사죄하고 싶다."고 외쳤다. 우한시 공산당 서기 마궈창은 "좀 더 일찍 결정했더라면, 더 일찍 엄격한 통제를 했더라면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매 순간 자책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리원량은 지금 '호흡곤란 증세'….

이번 사태 최초 경고자 의사 리원량은 지금 투병 중이다. 리원량이 스스로 밝힌 사연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환자를 직접 진료하다가 지난 1월 10일부터 기침 증세가 나타났다. 11일부터는 고열이 시작됐고, 12일엔 환자 자격으로 입원했다. 하지만 중국이 개발한 진단 장비로 바이러스 검사를 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리원량은 그러나 20일 지난 지금까지도 병원에 누워있다. 호흡곤란 증세와 함께 온몸에 기력이 빠져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리원량의 부모도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리원량은 말한다. "환자를 돌보다 내가 감염됐고, 동료 의사와 간호사들이 감염돼 입원하고 있는데 TV를 통해 중국 보건 당국이 사람 사이 전염이 안 된다고 발표하는 것을 봤다. 왜 그러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리원량의 사례를 보면 중국 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정확하게 판별해 내고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지금 리원량의 웨이보 계정에는 그를 응원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사스 대응 권위자 중난산이 지난해 말 리원량의 단체 채팅방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리원량이 건강해지면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을 맡겨야 한다." 억울한 영웅 리원량이 빨리 건강을 회복해 중국발 폐렴 퇴치에 나서기를 나도 바란다. 그래야 중국 보건 당국을 조금이라도 더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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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기자 (mand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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