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세대·성 대결 갈수록 심각.. 갈등 해소 '공론의 장' 절실 ['창간 31' - '분열 대한민국' 넘어 통합사회로]

송민섭 입력 2020. 2. 2. 07:03 수정 2020. 2. 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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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두 쪽 난 사회의 민낯 드러내 / 10명 중 6명 "朴정부 때보다 갈등 늘어" / 88%가 "이념 갈등 심각한 수준" 답변 / 朴 탄핵갈등 극심 2016년보다 높은 비율 / 韓 사회통합수준 OECD 국가 '최하위권' / 스웨덴 수준 개선 땐 GDP 200조 늘어 /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정파성 갖는 한계" / 전문가 "국회 차원 갈등관리위 만들어야"
지난해 ‘조국 사태’는 극단의 대결 정치와 진영·이념 갈등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도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갈등과 대립 양상은 여전하다. 서울 광화문광장 등 주요 도심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이념·계층·세대·남녀 관련 각종 집회가 끊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월 총선은 반목과 대립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공산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큰소리쳤던 장면이 무색할 지경이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 각종 사회 갈등이 더 첨예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현 정부 들어 이념·남녀 갈등 더 첨예해져”
시민단체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지난해 12월27∼30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전임 정부 대비 갈등 증감 정도를 묻는 문항에 응답자의 59.6%가 “늘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정부 1년차(22.9%)와 2년차(52.4%)에 비교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보수·진보 진영 간 이념 갈등은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갈등해소센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이념 갈등의 심각성 인식률은 88.4%였다. 2018년보다 5.6%포인트 증가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찬반 대립이 극심했던 2016년(84.8%)보다도 높다.
국가승인통계인 ‘2018년 사회통합 실태조사’(한국행정연구원) 결과도 별로 다르지 않다. 2018년 한국사회의 이념 갈등 심각도 비율은 87.3%. “(약간·매우)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7년(88.0%)보다는 줄었지만 전 정부 2년차인 2014년(85.2%)보다는 늘었다. 이념 갈등만이 아니다. 세대 갈등은 2014년 62.3%에서 2018년 64.4%로, 남녀 갈등은 47.3%에서 52.0%로 늘었다. 갈등해소센터의 2019년 조사에서도 세대·남녀 갈등은 각각 65.7%와 45.0%로, 5년 전보다 각각 1.7%포인트, 14.3%포인트 늘었다.
이런 사회 갈등을 부추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주로 정치권과 언론이 지목된다. 갈등해소센터에 따르면 ‘집단 사회갈등에 책임이 있는 집단’을 꼽아달라’(복수응답)는 문항에 응답자의 93.1%는 ‘국회’를, 90.5%는 ‘언론’을 지목했다. 이어 중앙정부(83.8%), 법조계(79.2%), 지방정부(75.6%), 노동계(74.3%) 등의 순이었다.
물론 다원화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 갈등은 불가피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당연한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갈등의 내용과 결과가 대부분 나쁘다는 것이다. 이강원 갈등해소센터 소장은 “민주화 사회에서 공공 갈등은 필연적”이라며 “하지만 갈등이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양상으로 장기화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정파적… 초정파 기구 설치해야”

한국사회의 갈등은 세계적으로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념적 대립지수와 계층 간 지니계수 등 6개 갈등요인과 정부 신뢰도, 대의제 등 11개 갈등관리 지표를 종합평가한 행정연구원의 사회갈등지수를 통해 본 우리의 사회통합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OECD 36∼37개 회원국 중 2005년 31위(1.082), 2010년 32위(0.984), 2015년 32위(1.025)를 차지했다.

박준 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 소장은 “경제·사회구조개혁과 정치개혁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한 입법이 갈등으로 지연될 경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우리의 갈등지수가 스웨덴 수준(0.210)으로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증가규모는 200조원에 육박한다는 게 연구원 측 분석이다.
소모적 사회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중재 그룹으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가 우선 지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통과 협치, 통합과 같은 것이 참으로 절실한데 현실은 너무나 거꾸로 가고 있다”며 “상당 부분은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사회 통합의 첫 단추는 어디서 끼워야 할까. 가치나 이해가 중립적인 전문가 그룹이 주축이 된 독립 기구를 중심으로 공론의 장이 조성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갈등해소센터는 “사회 갈등 해소에 공론화가 기여한다는 의견이 60.5%”라고 밝혔다.

2014년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와 같은 여·야·정,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회 입법갈등관리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던 박준 소장은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정파성을 갖는다”며 “갈등관리위원회는 중립성 확보를 위해 국회의장 직속 기구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도 같은 생각이다. 박 원장은 “한국의 정치 지형은 협상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보다 협상 판을 깨는 게 더 유리한 구조”라며 “첨예한 사회 갈등 이슈에 대해 중립적인 판단을 내리고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공론화위원회가 국회 내에 설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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