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후 격리' 우한 교민들, 운동·빨래도 각자 방 안에서만

도시락은 방 문 앞에..지원인력은 방호복 착용, 하루 3차례 복도 소독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아직은 교민 대부분 방에서만 쉬고 있습니다. 추가 물품은 주로 아이들 장난감이나 간식을 요청하고 있어요. 격리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는 분도 계시지만 대체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진원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교민들이 귀국한 지 사흘째를 맞았다.

이들의 임시생활시설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근무중인 정부합동지원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교민들이 차분하게 주말을 보내고 있다고 2일 전했다.

합동지원단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곳 임시생활시설 2∼6층에 지난달 31일 첫 번째 전세기 편으로 귀국한 우한 교민 중 173명이 머무르고 있다.

이 가운데 60여명은 가족 단위로 귀국한 교민들이다. 원칙적으로 1인 1실이지만, 가족 중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이나 장애인이 있어 2∼3명이 함께 생활하는 인원은 30여명이다.

12세 미만 17명과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2명 등 모두 19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방을 쓴다. 이 중 7세 미만 유아가 8명이고 생후 10개월 아기도 있다.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건물 출입구는 도시락 등 외부에서 물품을 들여올 때를 제외하고 잠겨 있다.

위생·생활용품 등 전달도 엄격하게 이뤄진다. 다른 건물에서 생활하는 직원 등이 임시생활시설 건물 출입구 앞에 놓고 자리를 떠나면 건물 안 합동지원단 관계자들이 방호복을 입고 나와 가지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교민들 생활은 방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운동도 방과 방에 딸린 작은 발코니에서만 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사무실에 알린 뒤 마스크를 쓰고 잠시 복도에 나올 수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방 안에서만 지내고 있다고 합동지원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민들이 이제 막 도착해 쉬고 있어서인지 복도로 나온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운동도 되도록 방 안에서 체조나 요가 등으로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 안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 없으므로 방 청소는 교민들이 직접 한다. 빨래도 방에 딸린 욕실에서 손으로 해야 한다. 하루 3차례 복도 소독과 쓰레기 수거는 합동지원단이 맡는다.

도시락은 합동지원단 관계자들이 방문 앞에 놓아두는 식으로 전달된다. 방송으로 식사 시간을 알리면 교민들이 가지고 들어가 식사를 하고, 빈 용기는 복도에 두면 처리반이 수거해간다.

도시락 메뉴는 밥과 고기류, 채소 반찬 위주다. 활동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므로 소화가 잘 되고 덜 기름진 음식으로 메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합동지원단은 전했다.

진천 개발원 도착하는 도시락 차량 (진천=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우한 교민들이 격리돼 생활 중인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2일 오전 도시락을 실은 트럭이 들어서자 관계자가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2020.2.2 logos@yna.co.kr

입소할 때 방마다 생수, 휴지, 샴푸, 손 소독제, 수건, 체온계, 마스크 등이 일괄로 지급됐으나, 각 방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위생·생활용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합동지원단 관계자는 "아기용 기저귀와 이유식, 젖병소독용 전기포트 요청이 들어와 급하게 마련했다. 어린이 자녀가 있는 경우 과자 등 간식이나 장난감을 요청하기도 하고 귤·바나나 등 과일과 충전기. 면도기를 찾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여가를 위해 방마다 TV가 갖춰져 있고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도 제공된다. 다음 주부터는 추가로 책과 신문도 지급된다. 책은 최근 베스트셀러를 위주로 신청을 받아 적십자사에 요청했고 신문은 몇몇 일간지에서 기증받아 진천군청을 통해 받는다.

질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격리된 것이므로, 수용된 교민들의 생활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합동지원단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추가 요청 물품을 신속히 조달하는 등 이들의 편의를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배려한다는 방침이다.

임시생활시설에는 국가트라우마센터 소속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전문요원도 배치돼 교민들의 정신건강도 챙긴다.

진천 시설에서 근무중인 정신건강전문요원은 "격리돼 자유롭게 생활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고충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직은 상담 요청이 많지 않지만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본다. 컬러링북이나 마사지볼 등 심신 안정을 위한 도구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의료진과 심리상담요원, 생활지원·관리를 담당하는 정부합동지원단 인원은 진천 시설에 25명이 있다. 이들도 2주간 교민과 함께 격리 생활을 한다.

지원단은 1층에서 지내며 도시락을 나눠주거나 문진표 확인, 복도 소독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교민들 거주층으로 올라간다. 위층으로 올라갈 때는 반드시 방호복을 착용하고 볼일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올 때는 소독기를 거친 뒤 방호복을 벗어놓아야 한다.

교민들과의 접촉은 의료진 외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폐기물은 수거해 소독을 거친 뒤 전문업체에 맡겨 소각하는 등 감염 방지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

행정안전부에서 파견된 합동지원단 관계자는 "재난 관련 업무를 오래 했는데 감염병으로 격리조치를 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민과 주민 모두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리상담을 맡은 요원은 "입소 때 검사를 하면서 교민들과 잠깐 마주쳤는데 '고생이 많다', '도와줘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어려운 와중에도 따뜻한 분위기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교민들이 무사히 격리 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고 말했다.

격리시설로 들어가는 우한 교민들 (진천=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이 31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31 kane@yna.co.kr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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