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 착륙 2028년으로 미루자' 법안 발의 후폭풍..NASA·한국 기술협력 '어쩌나'

이정호 기자 2020. 2. 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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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10월 공개된 아르테미스 계획용 신형 우주복. 팔 같은 관절이 기존 우주복보다 더 원활하게 돌아가 달 기지를 짓고 운영할 때 우주인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제 갈 길을 재촉한다. 여기저기엔 네온사인을 밝힌 상점들이 즐비하다. 시내 번화가처럼 보이는 이곳은 지난해 개봉한 미국 공상과학영화 <애드 아스트라>에서 묘사된 달 기지이다. 가까운 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한 이 영화에서 달은 훈련받은 소수의 우주인이 도착해 국가의 자긍심을 높이는 무대가 아니다. 여행을 떠나는 터미널이자 인간의 거주 영역을 확장한 일상적인 공간일 뿐이다.

현재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도 이런 유형의 ‘달 거주’에 방점을 찍는다. “달에 다녀왔다”는 것에 만족하던 1960년대와 1970년대 아폴로 계획을 넘어 달에서 인간을 오래 살도록 하는 게 목표다.

트럼프, ‘2024년 추진’ 지시 이후

미 하원서 ‘계획 연기’ 제동 나서

수정 가능성 높아도 과학계 ‘파장’

NASA는 애초 인간을 달에 다시 보내는 시점을 2028년으로 잡았었다. 하지만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달 착륙을 4년 앞당긴 2024년으로 바꾸는 공격적인 계획을 NASA에 지시했다. 건재한 NASA의 우주개발 능력과 수십년 사이 엄청나게 발달한 민간기업의 기술력을 엮어 달로 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지난주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의 켄드라 혼 하원 우주항공소위원장이 달 착륙 시점을 2028년으로 늦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기기 이전으로 계획을 돌려놓은 것이다.

핵심은 달보다는 화성에 미국 우주개발 역량을 집중시키자는 것이다. 법안은 아예 ‘2033년’을 화성 궤도에 사람을 보내는 시점으로 못 박았다. 달 착륙을 서두르느라 무리하지 말고 착실하게 준비해 화성에 제대로 가자는 취지다. 이 법안은 발의 단계라 앞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불과 4년 앞으로 다가온 달 착륙 시점을 재검토한다는 점에서 미국 과학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한국과 ‘탑재체’ 개발 합의

순연 땐 공동개발 일정 차질 예상

문제는 이번 일이 미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NASA는 지난해 5월 한국과 달 착륙선 탑재체 공동개발을 합의했다. NASA는 2024년 인간의 달 착륙을 전제로 올해부터 민간 달 착륙선 9기 이상을 순차적으로 발사하는데, 미국 기업의 참여와 한국을 포함한 국제 협력을 통해 ‘탑재체’를 제작하기로 했다. 탑재체란 탐사선에 실리는 과학 장비다. 한국은 달 부유먼지와 자기장 등을 측정하는 탑재체를 2023년까지 개발해 싣기로 했다. 그런데 ‘2024년 미국의 유인 달 탐사’에 맞춰진 시간표가 변경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국내 과학계 한 관계자는 “NASA와 협력해 만들기로 한 탑재체는 달 탐사선에 싣지 않더라도 우주탐사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개발은 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의 유인 달 탐사가 늦춰지면 개발 일정이 순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상황을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법안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한국이 만든 장비는 유인 달 착륙 이전에 발사되는 무인 탐사선에 실릴 예정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코앞으로 다가왔던 유인 달 탐사가 연기된다면 이후 상황은 장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2028년을 전후한 미국의 내부 상황에 따라 달 탐사가 정책 우선 목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던 달 탐사 계획을 취소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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