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손빈 미들턴처럼..올해의 색 '클래식 블루'로 멋내는 방법

유지연 입력 2020. 2. 3. 11:07 수정 2020. 2. 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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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톤 색채 연구소는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각) 2020년 올해의 컬러로 ‘클래식 블루(classic blue·팬톤 색상 번호 19-4520)’를 선정했다. 지난 2019년에는 활기찬 기운을 주는 황금 오렌지빛 ‘리빙 코랄’, 2018년에는 깊이 있는 보랏빛 ‘울트라 바이올렛’을 선정한 바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팬톤 올해의 컬러는 매년 패션·뷰티 등 디자인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팬톤 색채 연구소가 선정한 올해의 색, 클래식 블루. 해질 무렵의 밤하늘을 닮은 색이다. [사진 팬톤 홈페이지]


2020년의 색으로 선정된 클래식 블루는 팬톤이 만든 별칭으로 짙은 푸른색이면서도 차분하고 약간 흐릿한 느낌이 드는 파랑색을 가리킨다. 또한 황혼의 하늘을 연상시키는 색이기도 하다. 팬톤사의 설명에 따르면 클래식 블루는 시대를 초월하는 영속성과 함께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내는 게 특징이다. 팬톤 색채 연구소의 총괄 디렉터 리트리스 아이즈먼은 “우리는 믿음과 신뢰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클래식 블루는 변치 않는 믿음과 자신감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팬톤의 블루 컬러칩. 명도와 채도에 따라 다양한 블루 컬러가 있다. [사진 팬톤 홈페이지]


올해의 컬러는 단순히 유행 컬러를 제안한다기보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팬톤사는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의 컬러로 차분한 분위기의 클래식 블루를 선정하고 “신뢰할 수 있고 안정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모두의 염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케엠케 색채 연구소의 김민경 소장은 클래식 블루에 대해 “평화, 자유, 희망, 신성함을 느끼게 만드는 색”이라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안정감을 주며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세손빈 케이트 미들턴은 로얄 블루 컬러의 드레스를 즐겨 입는다. [사진 영국 왕실 공식 인스타그램]


파랑은 고귀함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파란색을 만드는 원료 중 하나인 청금석은 고가의 광물로 과거 인도양이나 카스피해 등에서 생산됐다. 불투명하고 짙은 파랑에 흰색 줄이 간 광물로 옛 사람들은 이를 황금 같이 여겼다. 노루팬톤색채연구소(NPCI)의 허재희 연구원은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푸른빛을 화폭에 표현하기 위해 바다 건너 들어온 청금석을 곱게 갈아 대리석과 섞어 사용했고 이것이 ‘울트라마린(보랏빛 청색)’의 시초가 됐다”며 “얻기 힘든 푸른빛으로 옷을 염색하는 일은 왕실이나 귀족들에게만 허용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3세기부터 프랑스에선 왕의 즉위식에 푸른색 망토를 둘렀으며, 루이 14세부터 ‘로얄 블루(royal blue)’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이 공식 석상에서 클래식 블루 컬러 의상을 입은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은 로얄 블루를 주조색으로한 도자기를 생산한다. [사진 로얄코펜하겐]


현대에서도 블루는 권위와 힘을 상징한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 연구소 소장은 “컬러학에서 블루는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는 색으로 미국에선 보수파의 색, 영국에선 귀족의 색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대에 들어서는 기업들이 파란색을 이미지 컬러로 활용해 믿음과 신뢰를 주고 있다”고 했다. 강 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75%가 파란색 계열의 CI(기업 이미지·로고)를 갖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VDL이 출시한 팬톤 클래식 블루 컬렉션. [사진 VDL]


패션과 뷰티 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클래식 블루 컬러를 활용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VDL’은 지난해 12월 19일 클래식 블루를 테마로 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다만 2019년의 색으로 선정된 ‘리빙 코랄’과 달리 블루 컬러는 메이크업에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 컬러로 주로 패키지 디자인에 활용되고 있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파란색을 주목하고 있다. 블루 특유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색상의 특징을 공간에 적용하거나 커튼·쿠션 등에 적용해 포인트 컬러로 활용하는 식이다. 인테리어 기업 ‘아파트멘터리’의 윤소연 대표는 “흰색·베이지·회색 등으로 공간을 꾸민 뒤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 가장 활용하기 좋은 색이 파란색”이라며 “붙박이장이나 파우더 룸 한쪽 면에 짙은 블루 컬러를 활용하면 세련된 느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클래식 블루 컬러는 흰색과 회색 일색의 공간에 포인트 컬러로 활용하기 좋다. [사진 아파트멘터리]


블루 컬러를 활용하기 가장 쉬운 분야는 패션이다. 지난해 연말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개그우먼 박나래는 짙은 클래식 블루 컬러의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어 시선을 끌었다. 흰색·검정 일색의 드레스들 가운데서 남다른 세련미를 과시했다는 평가다. 드레스나 원피스가 아닌, 가방이나 신발 등에 활용해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은 연출법이다. 황금남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채도가 높지 않은 클래식 블루는 차분한 느낌을 줘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색”이라며 “여성의 경우 블루 원피스에 실버 액세서리를 더하는 방식을, 남성의 경우 차분한 블루 톤의 니트·카디건을 연한 하늘색 셔츠와 톤온톤으로 매치해 보라”고 제안했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커다란 리본 포인트가 돋보이는 클래식 블루 컬러의 드레스를 입어 화제를 모았다. [사진 뉴스1]


상·하의 전체에 파란색을 적용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베이지 등 따뜻한 분위기의 뉴트럴 컬러(중성색)와 함께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블루 컬러는 베이지 혹은 갈색 계열의 색들과 잘 어울린다. 특히 짙은 파랑과 밤색의 조화는 이탈리아 신사들의 대표적인 패션 코드로 ‘아주로 에 마로네(azzurro e marrone)’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하늘색(아주로)과 땅을 나타내는 밤색(마로네)을 조합한 것으로 이탈리아에선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클래식한 멋을 내는 연출법으로 오랫동안 활용돼 왔다.

블루 컬러와 베이지색을 함께 활용하면 고급스러운 느낌을 낼 수 있다. [사진 벨라 하디드 인스타그램]


클래식 블루는 성 구분을 없애는 패션 트렌드인 ‘젠더리스(genderless)’ 코드와도 통한다. 활기찬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색상으로 스포티하고 경쾌한 중성적인 룩으로 소화 가능하기 때문이다. 편안한 느낌의 애슬레저룩(일상복과 운동복을 합한 룩)을 연출할 때도 활용하기 좋은 컬러다.

경쾌한 느낌의 블루 컬러의 아노락 스타일 드레스를 선보인 페라가모. [사진 페라가모 2020 SS 컬렉션]


개인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아내는 ‘퍼스널 컬러’ 진단법에 따르면 올해의 색으로 선정된 클래식 블루는 차가운 여름날의 색이다. 스튜디오 듀톤의 조예주 컬러디렉터는 “차가운 느낌이 들면서도 톤이 흐릿해 차분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 클래식 블루는 피부색과 눈동자·머리카락 색이 밝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색”이라며 “피부 톤에 노란 기가 돌고 어두운 편이라면 클래식 블루보다 조금 더 짙은 네이비 블루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유명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블루톤의 코트와 원피스를 톤온톤으로 매치했다. [사진 인스타일매거진 인스타그램]


글=유지연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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