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공관 앞에서 벌인 세월호 시위는 무죄..집시법 위반자 공소 취소

김민상 2020. 2. 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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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민중총궐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사회단체, 세월호 유가족 등 시민 및 관계자들이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내자동 교차로 입구에서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국회나 법원 인근에서 벌인 집회에 대해 제기했던 공소를 모두 취하한다.

대검찰청은 국회나 법원 인근 집회를 금지한 법률의 효력 상실에 따라 관련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공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 1항은 국회의사당과 국무총리 공관, 법원 등 국가 기관 인근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5~7월 잇따라 집시법 11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올해 1월 1일부터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된 상태다. 이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관련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공소취소와 상소 취하를 지시했다. 대검 공공수사부와 공판송무부는 이런 내용을 전국 일선 청에 전달했다. 공소취소 결정이 나면 법원은 관련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와 같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게 된다.

대검에 따르면 집시법 11조 1항과 관련해 검찰의 공소 제기와 상소가 이뤄진 건수는 현재 100건 정도라고 한다. 이미 일선 법원에서는 헌재 판단 이후 관련 재판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2014년 6월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60m 떨어진 곳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2015년 5월 벌금 50만원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후 재심신청이 받아들여졌고, 재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19년 8월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절차에 따라 항소했다. 의료공공성 강화 범국민운동본부 회원 3명도 2014년 6월 대전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벌금 50만∼2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뒤인 2018년 7월 열린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옥외 집회와 시위 장소 금지한 집시법 11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집시법은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만든 법이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5·16(1960년) 이후 입법·사법·행정 기관이 합쳐진 기구다. 당시 집시법은 국회의사당과 법원,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과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 공관과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사절 숙소, 서울특별시청과 부산시청, 도청과 역 등 경계지점으로부터 200m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 집회와 시위를 금지했다. 1989년 법 개정으로 200m가 100m로 줄어들었다.

2018년 5월 헌재 결정에도 집시법 11조 2~4항이 남아 있는 만큼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 공관,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등은 시위 금지 구역으로 남아 있다. 시민단체들은 대통령 관저 근처 등 시위도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상 집시법 11조를 폐지해달라는 주장이다.

집시법 11조에 따라 국내 주재 외교기관이 서울 중심지로 이동하면서 시위가 금지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2000년 주한 파나마 대사관이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건물로 입주하자 주변 100m 이내에서 집회가 금지됐다. 이 일대는 당시 연간 집회 시위가 200번 넘게 열릴 정도의 단골 시위 장소였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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