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넘어 '자율 사물 시대'가 온다

입력 2020. 2. 4. 10:13 수정 2020. 2. 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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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 로봇·드론·가전 등 모든 기기가 환경 인식하고 능동적 행동…데이터 이용 기술이 화두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미래 정보기술(IT) 트렌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바로 ‘자율성’이다. 기계가 스스로 주변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기능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유수의 IT 기업은 물론 IT와 거리가 먼 기업들까지 하나같이 자율성의 기술 발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성이 꾸준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예상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지와 판단은 기계의 작동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동시에 판단 착오, 피로에 따른 오판 등 다양한 원인으로 빈번하게 사고를 야기한다. 게다가 기계 작동을 위해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도 적지 않다는 점 역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따라 고도의 자율성을 갖추고 능동적으로 동작하는 기계는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의 주된 소재로 사용할 정도로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자율성의 관점에서 현재 가장 주목 받는 기기는 바로 자동차다. 인간의 운전 능력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었기에 운전자 없이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개발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구글을 비롯한 여러 자동차·IT 기업들이 앞다퉈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고 눈에 띄는 성과도 발표되고 있다. 수십 년 후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산적한 기술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갈 길이 멀지만 기업들의 자율주행차 개발 투자는 거침없이 이뤄지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자동차업계는 물론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가장 주목 받는 연구 주제로 자리 잡았다. 100여 년 전 마차가 거리를 다닐 당시에 등장했던 자동차가 수송 산업의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바꿨듯이 자율주행차가 본격 확산되면 다시 한 번 큰 변화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모든 산업에서 성장할 자율 사물 기술
최근에는 자율주행차를 넘어 자율 사물(autonomous things)이란 개념도 주목 받고 있다. 자율 사물은 이름 그대로 로봇·드론·자동차·가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하드웨어 기기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사용자가 일일이 다음 동작을 지정하지 않아도 자율성을 갖춘 기기가 사용자의 의도와 환경 변화 등 각종 정보를 토대로 가장 적합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기기가 인간의 풍부한 정보 인식과 사고 능력을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데이터 축적과 활용 능력이 일취월장하게 발전하면서 기기가 인간의 판단을 모방할 수 있고 일부 영역에서는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은 자율 사물의 등장이 기존 하드웨어에 신기술이 더해지는 것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한다. 즉 인간의 업무를 대신 담당하거나 혹은 인간과 협력할 수 있는 자율 사물의 활용으로 시간과 노동력 등 자원 투입 감소는 물론 엄청난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부 영역에서만 자율 사물이 거론됐다면 향후에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자율 사물 활용이 주요 화두가 될 수 있다.



로봇 청소기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아직은 우리 생활에서 자율 사물이 활용되는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자율성 구현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의 발전 그리고 자율 사물의 가치에 대한 대중과 산업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자율 사물의 연구 결과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자율 비행 기능을 탑재한 드론은 주변 지형과 물체의 움직임 등을 정확히 파악해 최적 경로로 비행할 수 있다. 현재 드론이 인간의 조종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미래에는 자율 비행 기능을 탑재한 드론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드론의 자율 비행 능력이 강화될수록 드론의 활용 영역과 역할이 이전보다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 비행 드론은 미래 드론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선두 드론 기업 DJI는 자율 비행 드론을 만들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기술 제휴,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구글의 미래 기술 연구소 구글X는 자율 비행 기능을 갖춘 드론을 활용해 산간 지대 등 기존 이동 수단으로 배송이 힘든 지역에 물건을 전달하는 ‘윙(Wi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 시장에서도 자율성을 갖춘 로봇이 본격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여러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반복 작업과 달리 복잡한 환경에서 빠른 판단과 대응이 필요한 업무는 인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만일 기존 로봇에 정보 수집과 상황 판단, 능동 제어 등 자율성을 접목할 수 있다면 이런 업무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지만 자율성을 갖춘 로봇은 점진적으로 여러 업무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글로벌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2014년부터 ‘키바(Kiva)’라는 로봇을 물류 센터에 활용하고 있다. 키바는 센터 내부를 다니면서 정확한 위치에 제품을 적재하거나 종업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월마트는 온라인 식료품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알파봇(Alphabot)이라는 로봇을 도입했다. 알파봇은 매장을 다니면서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담아 포장하는 등 사람보다 빠르게 주문을 받고 포장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도미노피자와 맥도날드 등은 가정으로 음식을 배달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X는 일상 로봇(Everyday Robot)이라는 이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에서 제한적 기능만 수행하는 기존 로봇과 달리 사람의 행동을 관찰해 스스로 기능을 학습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가지는 로봇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일상 로봇 프로젝트에서는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학습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사람이 분리 수거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요령을 숙달하는데, 분류 실패율이 5% 미만일 정도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업무 숙달은 물론 개별 사용자의 일상 환경을 배울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 필요하다.



미래 IT 시대를 이끄는 주역으로 부상
자율 사물의 확산 수준에 대한 예측은 전문가마다 천차만별이다. 더구나 사용 조건이나 환경이 복잡할수록 고난도의 자율성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 사물이 미래 IT 시대를 이끄는 주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어렵고 힘든 업무를 대신하거나 부족한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하는 등 많은 산업에서 자율 사물의 필요성이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 산업과 적용 영역에 따라 상이할 것이다. 따라서 자율 사물의 개발 못지않게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예컨대 해당 분야에 적합한 자율 사물의 특징과 기능 정의, 자율 사물이 활용될 수 있는 공간과 인프라 구축, 인간의 업무와 중복되거나 오히려 비효율성을 만드는 사례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등 자율 사물 활용에 대한 세심한 고민과 운영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자율 사물에 대한 관심과 한편으로 그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기와 달리 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기기, 예컨대 자율주행차·자율비행 드론 등은 오작동이나 악의적 활용에 의해 예기하지 못한 대형 사고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율 사물을 구성하는 기술 개발 못지않게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더욱 강조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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