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아내 볼 수 없다는 공포.. 이제는 괜찮다"

강연주 입력 2020. 2. 4. 15:45 수정 2020. 2. 4. 16: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긴급 인터뷰] '신종 코로나' 아산 격리자들 "정부 대처 훌륭했다"

[오마이뉴스 강연주 기자]

 
 중국 우한시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을 태운 버스가 31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 이희훈
  
"내가 중국에 있었을 때,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그리고 현재 이곳 생활... 내가 경험한 것만 놓고 봤을 때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곳도 잘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대처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되어 있는 노아무개씨의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4일 오후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수용된 노씨와 김아무개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두 사람 모두 실명을 밝히기 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은 회사 동료다. 1월 초에 중국 출장차 우한을 방문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으로 고립됐다. 이후 지난 1일 2차로 출발한 전세기를 타고 오전 9시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지금 있는 곳으로 이송됐다. 현재 이들은 격리 4일차로 총 2주간 이곳에 있어야 한다.

두 사람에게 현재 심경, 생활 환경을 비롯해 우한에서 고립됐을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해 들었다.

"정부가 격리해주지 않았다면 내가 회사에 요청했을 것"

- 지내는 환경은 좀 어떤 편인가.
= "정부에서 잘 대처를 해주셔서 좋은 곳에 머물고 있다. 부족한 것은 없다. 중국에 있을 때보다는 (생활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현재 1인 1실을 쓰고 있고 외부 통행은 금지돼 있다. (경찰인재개발원) 내부에서도 통행은 제한적이다. 복도로도 가급적이면 나오지 말라고 안내받았다. 아무래도 제한된 공간이다 보니 답답한 것도 있다. 하지만 저희가 위험한 곳에 노출됐기 때문에 이런 제재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부족한 게 있으면 바로 가져다주시고 있다. 다른 분들의 민원도 제때 해결해주신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답답한 것은 따로 없다."

- 그곳에서의 하루는 어떤가.
= "하루에 두 번씩 자가 검사를 하고 있다. 검사라기보다는 체온 측정이다. 아무래도 이 바이러스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발열 증상여부가 중요해서 그런 것 같다. 각자 방 문 앞에 체온 적는 곳이 있다. 스스로 온도를 재고 체온을 기재해 놓으면 그걸 확인해 가신다. 제대로 된 검사는 첫날 진행됐다. 그때 체액을 채취해 가셨다. 비슷한 검사를 마지막 날에도 한다고 들었다."

참고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임시생활시설 입소자 전원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여부를 가리기 위해 검체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검체란 임상적으로 혈액, 수액, 흉수, 복수, 관절액, 농, 분비액, 담, 인두점액, 요, 담즙, 대변 등을 말한다.

- 이곳에서 2주간 격리 조치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심경이 어땠나.
= "집에 아기가 있다. 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병한)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던 만큼 바로 집에 들어간다는 게 많이 꺼려졌다. 가장 안 좋은 시기에 노출돼있던 거니까. 만일 정부가 이런 격리시설을 제공해주지 않았더라면 내가 회사 측에 요구해 별도의 공간에 머물다가 집에 돌아갔을 거다. 이렇게 정부가 격리 시설을 제공해주고 검사까지 해주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릴 수도 있던 거니까. (다른 교민 분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셨나?) 그렇다. 중국에서 격리되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격리되는 게 나으니까."

"지역민들의 거부, 처음엔 섭섭했지만..."

- 귀국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출장차 방문한 우한에서 고립됐다.
 = "1월 첫 주에 출장차 우한을 방문했다. 그때는 우한에서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얘기가 나왔을 때도 바로 나올 수 없었다. 회사 일정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회사에 귀국하겠다고 말했는데, 그때는 이미 공항이 폐쇄된 후였다. 언제 나갈 수 있을까, 이러다 못 나가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들었다. 또, 가짜뉴스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오던 시기라 질병에 대한 공포도 있었다."

 = "제가 결혼한 몸인 만큼 아이와 아내를 볼 수 없다는 공포감이 컸다. 또, (우한 지역 통제로 인해) 식료품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배고픔,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 이 두 가지가 제일 고통스러웠다."

- 가족들도 많이 불안해했을 텐데.
= "그렇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제 심경을 따로 말하진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 나오는 뉴스를 많이 접하고 있었을 텐데 괜히 현장에 있는 내가 덧붙이면 가족들이 더 걱정할 것 같았다."

= "가족들과의 연락은 문제 없었다. 당시 우리는 호텔에서 1인 1실을 사용했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 호텔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가족들에게도 어차피 호텔 안에만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만 말했다."

- 전세기 일정도 미뤄지면서 약간의 차질이 있었다. 불안하지는 않았나.
= "영사관(주 우한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24시간, 실시간으로 대처를 잘 해줬다. 먼저 전세기 지연과 관련해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정식 메일도 받았다. 실시간 대화도 잘 이뤄졌다.

중국에서는 카카오톡 대신 위챗이라는 어플을 사용한다. (주 우한 총영사관이 주재하는) 그 위챗방에 약 500명 정도의 교민들이 들어 있었고, 이곳에서 대부분의 질문들을 잘 받아주셨다. 그 500여 명이 한 번씩만 물어도 어마어마한 양인데도 대처를 너무 잘 해주셨다. 그래서 혹여 전세기 탑승 관련 정보를 못 받을까 하는 걱정은 없었다."

= "비행기 예정은 됐는데 대기하라고 하고. 또 언제까지 통제가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좀 그랬다(걱정됐다)."

- 귀국에 앞서 난항을 겪었다. 격리 지역으로 선정된 아산과 진천의 시민들이 반발했는데...
 = "처음에 아산, 진천 시민들이 우리들을 거부한다고 시위했을 때... (한숨) 당연히 섭섭했다. 그런데 막상 출발해서 아산으로 오니까 여러 곳에 우리를 응원한다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거리에는 시위하는 사람도, 길을 막는 굴착기도 없었다. 그때 처음 모든 시민이 우리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 "한국으로도 못 돌아가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분들의 심정은 이해가 갔다. 분명 불안했을 거다. 하지만 사실상 격리되는 게 가장 안전한 것 아닌가. 이 분들이 이런 상황을 잘 모르셔서 그런가 보다 했다."

- 현장 한 가운데 있던 사람으로서 정부의 대처는 어떻게 평가하나.
 = "내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중국에 있었을 때,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그리고 현재 이곳 생활... 내가 경험한 것만 놓고 봤을 때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곳도 잘 운영되고 있다."

 = "잘 해주고 있는 것 같다. 비행기에서도 영사관과 대한항공 관계자 분들 통제 하에 편하게 왔다. 여기(아산)서도 몇몇 사람들이 세세한 민원을 건의하면 바로 대응해주고 있다. 지내는데도 불편함 없게 해주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