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시평] 동아시아 긴급재난구조본부를 설치하자

입력 2020.02.05. 00:53 수정 2020.02.0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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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하나가 세계 전면강타
한 요인의 세계 좌우 꼭 극복해야
더 많은 연결과 더 많은 장벽 넘어
공동기구 통한 미래위험 대비를
박명림 연세대교수·김대중도서관장

중국의 우한에서 발생한 한 질병이 온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가 어제 현재 425명, 확진자가 2만438명(중태환자 2788명)에 달했다. 각각 하루 64명, 3235명이다. 재앙이 아닐 수 없다. 한 도시에서 발생한 사태가 세계에 끼친 충격도 거의 준(準)마비와 공황 수준이다. 국부적 재난의 동시화와 전지구화를 말한다.

오늘의 세계는 점점 ‘긴급’ 상황의 상시화와 일상화로 치닫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무화(無化)시켰던 급속한 세계화의 지독한 역설적 결과다. 시장·생산·무역·이동·금융의 세계화가 수반한 위험·재앙·질병·재난·공포의 세계화를 말한다.

한 도시에서 시작한 질병으로 지금 세계는 항공·교통·생산·교역·교육·증시·여행·일상생활에 걸쳐 순식간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방문금지, 국경폐쇄, 항공중단, 건강불안, 생산차질은 실시간적이다. 한 질병과 한 도시의 사실상의 단기적 세계통제와 세계장악에 가깝다. 지금 인류는 한 질병, 한 도시, 한 사태, 한 사람, 한 병원균이 온 세계를 뒤흔드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각 나라들이 내부의 어떤 사건과 질병으로 인해 이리도 함께, 그리고 동시에 행사와 수업을 취소하고, 극장과 식당을 닫으며, 수출입과 생산업무가 중단된 적이 있었던가? 전쟁이 아니라면 없었다. 한국과 몇몇 나라들의 어떤 거리모습은 중국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장들은 적지 않게 멈추고 있고, 앞으로 더 멈출 것이다. 유치원과 학교들은 개학을 늦추고 있다. 한 사람의 이동 경로는 즉각적인 건물 폐쇄와 장소 봉쇄로 이어진다. 경계 너머의 한 질병이 실시간으로 나와 이웃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두 가지가 떠오른다. 인간들은 위기에는 서로 더 많이 열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연대한다. 위기가 연합과 단결을 낳는 경우다. 그러나 반대도 진실이다. 인간들은 위기에 더 단단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대립하고 멀어진다. 위기가 단절과 대결을 낳는 경우다. 두 선택 중 어느 것이 더 일반적이고 더 현명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류 역사를 돌아 보면 둘 다 근거가 있고, 둘 다 인간 일반의 성정에 맞는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자기와 상대에게, 특히 자기에게도 피해가 클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중국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질병의 외부 확산을 막기 위한 일시 단절과 이격(離隔)도 단기 요법으로는 필수다. 각 국민과 인류의 건강과 생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이번에는 어떻게 넘어간다 해도, 이미 일상이 된 긴급 재난들에 대한 해법은 아니다. 지금은 한 나라를 넘는 초국적 예외 상태가 일상인 시대다. 동아시아만 하더라도 동남아 아체 대지진과 쓰나미, 중국 쓰촨성 대지진, 동일본 대지진, 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 메르스, 미세먼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초국가적 재난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자연재해가 아니라면, 더 닫아걸 수도 더 끌어안을 수도 없는 이중 상황이다. 닫으면 닫을수록 장기 경제가, 열면 열수록 현재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세계화 이후 인류는 초연결 세계(hyper-connected world)를 말해왔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그것은 놀랍게도 초장벽 세계(hyper-walled world)와 같이 갔다. 지금 세계의 각종 장벽은 무려 77개에 달한다. 즉 더 많은 연결도 더 많은 장벽도 해법이 아니다. 그 중심을 가로지르는 새 해법이 필요하다. 신속한 공동 대처를 위한 상시 대비가 절실하다.

안중근의 영구평화 구상을 원용하여, 필자는 15년 전에 동아시아 긴급 재난구조본부의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도 같았다. 지금은 더 절실하다. 재난 사안들은 군사안보 의제가 아니라 공통의 인간안보와 생명 의제이다. 즉 국가기밀이나 산업정보를 다루는 것이 전혀 아니다. 이념과 체제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 정보와 마음을 열고 함께 대처해야한다.

100년도 더 전에 이미 공동안전과 공동평안을 위해 동아시아 공동은행, 공동화폐, 공동교육, 공동군단 설립을 추구했던 동아시아 선각자이자 세계시민인 안중근의, ‘독립하되 서로 가로지르는’ 절묘한 혜안이 절실하다. 동아시아 정부들이 공식적으로 동아시아 긴급재난구조본부 설치문제를 논의하길 호소한다. 공동 인간안보 기구의 설립은 공동 위기대처를 넘어 공동번영과 공동평화로 연결될 것이다.

초연결시대 - 초장벽시대 인류의 미래는 질병과 환경을 포함한 재난과 재앙에 함께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옆의 긴급 재난과 질병은 우리와 세계의 일자리이자 건강이요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자기사랑과 이웃사랑과 세계사랑을 완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중근의 지혜를 잘 살려보자. 우한 시민들과 중국 국민들, 한국과 세계가 이 재앙에서 속히 벗어나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

박명림 연세대교수·김대중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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