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우리 애 혼자만.." 신종 코로나, 직장맘은 울었다

채혜선 2020. 2.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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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한 어린이집 입구에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엄마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맞벌이 가정 '직장맘'이나 전업주부나 고민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전쟁이 따로 없다" 애타는 맞벌이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수원·고양·부천시 등은 지난 3일 지역 내 모든 어린이집에 휴원 명령을 내렸다. 휴원 기간은 1주일이다.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 등 부득이하게 어린이집 보육이 필요한 아이를 둔 부모들에 대해서는 원아를 등원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지역 직장맘들은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회원 수 30만명이 넘는 고양시 일산 지역 최대 맘 카페에는 이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맞벌이는 어떻게 하느냐" "전쟁이 따로 없다" 등과 같은 직장맘들의 글이 계속 올라왔다.

한 직장맘은 이 카페에 올린 글에서 "맞벌이에 딱히 아이 둘을 맡길만한 곳도 없는데 어린이집에 문화센터까지 줄줄이 휴원하니 진짜 막막하다. 어린이집에서는 긴급보육을 해준다고 하지만 아직 영아반이라 하원 시간도 이르고 퇴근할 때까지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직장맘은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우리 애 혼자만 나왔다고 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긴급보육이 있어도 차량 지원이 안 된다고 한다. 이럴 땐 어떡하냐" 등 제도를 지적하는 글도 있었다.

아이를 당장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은 직장맘들도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다. 한 직장맘은 "휴가를 쓰긴 했는데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부모들은 갑작스럽게 휴원 통보를 받았을 경우 어린이집에 긴급보육을 신청할 수 있다. 4일 고양시청에 따르면 지난 3일 고양시 전체 어린이집 등원 아동(2만5804명) 가운데 5954명(23%)은 이날 긴급보육 서비스를 받았다. 휴원 어린이집 769곳 가운데 711곳이 긴급보육 아동을 돌봤다.


"집 안에만 있으니…" 우울한 전업맘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어린이집 입구에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휴원 명령이 내려진 지역의 직장맘들만 보육 대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다. 4일 각 지역 맘 카페에는 "미세먼지 때야 실내만 다니면 됐지 신종코로나 사태에는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고 키즈카페도 못 가고 우울하다. 애가 울기만 한다" "예방접종 하러 동네병원을 가도 되겠냐" 등 신종코로나 사태를 우려하는 글들이 다수 발견됐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아이(3)를 키우는 전업주부 김모(32)씨는 "최근 뉴스를 보면 많이 불안하다. 아이를 데리고 집안에서만 살 수도 없고…"라며 "3월로 잡아둔 가족여행도 (더 내야 할) 비행깃값을 감수하고 미뤘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육 현장에선 엄마들의 불안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이모(31)씨는 "맞벌이 가정이 많아 쉬겠다고 하는 아이는 현재까지 없으나 엄마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다음 주 예정돼있던 현장학습도 학부모 요청으로 취소된 상태"라고 전했다.

관내 모든 어린이집에 휴원 명령을 내린 지자체는 4일 오후 5시 현재 경기도 수원·부천·평택·고양·의왕시, 전북 군산시 등 총 6개 지역이다. 수원 1061곳, 부천 578곳, 평택 423곳, 고양 769곳, 의왕 137곳, 군산 206곳 등 모두 3173곳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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