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만화 '마루타' 논란 "불매해야"vs"만화는 만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가연 2020. 2. 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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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만화, 악역에 '마루타' 이름붙여 논란
국내 팬들, SNS 해시태그 운동부터 방영금지 청원까지
日 누리꾼 "한국인 트집잡기"
원작자 "의도한 것 아니다..이름 변경할 것"
지난 3일 발간된 일본 만화잡지 '주간소년점프'를 통해 공개된 만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259회/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최근 공개된 한 일본 만화에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자행했던 인체 실험을 연상시키는 묘사가 담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만화를 구독하던 국내 팬들은 실망을 표하면서 검색어 운동을 통해 원작자의 사과를 촉구하는가 하면, 일부 팬들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옹호하는 등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만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259회가 지난 3일 발간된 일본 만화잡지 '주간소년점프'를 통해 공개됐다.

잡지 발간 직후 해당 만화의 한 캐릭터 이름을 두고 국내서 논란이 불거졌다. 작중 어린이를 납치한 뒤 인체를 개조해 '뇌무'라는 괴물을 만드는 악역에게 '시가 마루타'(志賀丸太)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유에서다.

마루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가 인체실험 대상자에게 붙인 명칭으로, 일본어로 '통나무'를 뜻한다. 731부대는 1940년 이후 매년 600여 명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체 실험으로 희생된 피해자는 최소 3000명이며 한국인을 비롯해 중국인, 러시아인, 몽골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지난 2014년부터 '소년 점프'에서 연재됐다. 현재까지 25권의 단행본이 출간돼 2500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고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히로아카'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팬들은 SNS 등을 통해 '호리코시 마루타 사과해', '#APOLOGIZE_HORIKOSHI' 등 키워드 검색 운동을 펼치며 원작자의 사과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원작자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팬들은 "악역에게 마루타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과거의 인체 실험을 비판하고 반성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마루타라는 단어 자체는 통나무를 의미하기 때문에 문제 안 된다", "몰랐을 수 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 누리꾼은 "원작자가 정말 '마루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몰랐다면 생체 실험하는 의사에게 통나무를 뜻하는 이름을 갖다 붙였겠나"라면서 "'마루타'라는 이름이 나온 것 자체가 의도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 또한 "만화책과 굿즈들까지 사 모을 만큼 애정이 컸던 작품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돼서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마루타'라는 표현을 갖다 쓴 것은 분명 피해자들을 조롱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해당 작품은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만화의 국내 방영 금지를 촉구하는 청원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현재 일본 소년 점프에서 연재 중인 만화에서 잔혹한 생체실험을 하는 캐릭터의 이름이 '시가 마루타'라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면서 "중국인은 물론 한국인도 잔혹한 생체실험에 동원됐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생체 해부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여전히 아픈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루타라는 이름이 나온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가 한국에서 방영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 국내에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가 방영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국내 방송 금지를 촉구했다.

만화 출판사 슈에이샤 공식홈페이지 측은 지난 3일 공지사항을 통해 '마루타'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사진=슈에이샤 공식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편 일본 누리꾼들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 따르면 한 누리꾼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쉽게 굴복할 필요는 없다"라면서 "정말 연상되지 않았는지 의문이지만, 말 자체는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은어처럼 쓰이던 것이지 정식 명칭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욱일기 문제와 같이 트집잡기다"라면서 "굴복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캐릭터의 이름은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작가가 생각한 이름이니 그대로가 좋다. 싫으면 안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리꾼들은 "그럼 이젠 통나무 집이라는 표현도 금지인가", "트집잡기다", "이게 무슨 창작이냐", "나쁜 선례를 만든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원작자인 호리코시 고헤이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주 발매된 만화의 '시가 마루타'와 관련해 역사적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을 많이 받고 있다"며 "이름을 짓는 데 있어서 그런 의도를 담으려고 한 건 아니다.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앞으로는 이름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주간소년점프를 발간하는 만화 출판사 슈에이샤 측 또한 이날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등장인물 '시가 마루타'에 대해 '이름이 과거 역사를 상기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작가나 편집부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러나 관계 없는 사실과 작품이 함께 언급되는 것은 의도치 않기 때문에 저자와 상의를 거쳐 코믹스 수록 시에는 해당 인물의 이름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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