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도 내리지 마라".. 10명 확진, 공포의 日크루즈

도쿄/이하원 특파원 2020. 2. 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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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확산]
홍콩서 내린 80代가 전파, 접촉자·발열 증상자만 273명
日정부, 전원 하선 불허.. 승객들 "통조림에 갇힌 것 같다"
美·필리핀·호주 등 확진자 국적 다양, 한국인도 9명 탑승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앞바다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5일 우한 폐렴 환자가 한꺼번에 10명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가 '수퍼 환자'로 판명된 홍콩인 80대 남성과 자주 접촉한 31명을 우선적으로 골라 검사했는데, 그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0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환자는 홍콩에 내리기 전까지 이동공간이 한정된 크루즈선에서 5일간 사우나와 뷔페식당 등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돼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탑승객 하선을 불허하고, 2주간 선내에 머물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다.

순식간에 '공포의 유람선'이 돼 버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지난달 20일 요코하마에서 승객 2666명, 승무원 1045명 등 총 3711명을 태우고 출항했다. 한국인도 9명 탑승한 상태였다. 가고시마(22일)~홍콩(25일)~베트남 다낭(27일)~베트남 카이랑(28일)~타이베이(31일)~오키나와 나하(1일)를 거쳐 4일 요코하마로 귀항하는 일정이었다.

평화롭던 이 배가 공포에 휩싸인 것은 지난 2일 홍콩 당국으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홍콩 당국이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대 남성이 우한 폐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일 통보한 것이다. 이 남성은 지난달 17일 비행기로 일본에 도착한 후, 후지산을 관광하고 20일 크루즈선에 탑승했다. 배에 타기 전부터 기침 증상이 있었고 사우나를 자주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본 당국은 귀환 중이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요코하마 기항을 불허하고, 앞바다에 머물면서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일본 당국은 우선 이 남성과 가고시마, 홍콩에서 함께 버스를 타고 시내 투어를 하거나 식당 등을 함께 이용한 이들을 집중적으로 추렸다. 발열·기침 증상이 있는 120명, 문제의 남성과 접촉한 153명 등 총 273명을 1차 검사 대상에 올렸다. 이 중 31명에 대한 검사 결과가 5일 나왔는데 10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들을 가나가와현의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감염이 확인된 환자 중 3명은 일본 국적이다. 나머지는 중국인 3명, 호주인 2명, 미국인 1명, 필리핀인 1명이었다. 연령대는 50대, 60대가 각각 4명으로 가장 많고, 70대 1명, 80대 1명이다. 이 중에는 가고시마에서 문제의 홍콩인 승객과 함께 버스를 타고 관광을 한 여행객 한 명도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242명 중에서도 감염 환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1차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이들 중에서도 '무증상'을 보이다가 확진자로 판명되는 경우가 나올 수 있어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하선하지 못한 채 2주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약 3700명의 탑승객, 승무원들은 패닉 상태다. 5일 오전 6시쯤 이 배의 선장이 긴급 방송을 통해 탑승객 10명 감염 사실을 알리면서 "승객 여러분은 모두 객실에서 대기하라"고 하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방송 이후부터 룸 밖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됐다. 한 승객은 물을 마시기 위해 복도로 나가려다 제지당했다. 일본 TBS방송이 헬기에서 보도한 방송에는 선실 밖으로 나와 있는 승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3일 이 배가 요코하마 앞바다에 정박한 후에는 식사를 식당에서 했지만, 이날부터 '룸서비스'로 바뀌었다. 아내와 함께 탑승했던 75세 남성은 아사히신문에 현재 상황을 "마치 통조림과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전혀 꼼짝달싹 못 하고 있다. 2주간은 (너무) 길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NHK방송은 이 배에 탑승한 이들 중에는 고령자가 많은데, 매일 먹는 약(藥)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를 사실상의 비상사태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승객과 승무원의 건강 상태 확인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한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도 "탑승객 중에 고령자와 기초질환 환자가 많아 증상이 없어도 바이러스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일본에서 우한 폐렴에 감염된 환자는 35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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