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학생 '주거 조사' 나선 대학들..실효성 의문

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2020. 2. 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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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 중국인 학생 상대로 우한 방문 이력 등 설문조사
증상 발생은 물론 '단독주거 또는 공동주거'까지 알아 봐
교육부 "4주 이내 개강 연기" 권고
중국 입국 학생 '자율격리' 지침..현장 혼란은 가중
"격리 강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실효성 없다는 지적 나와
(사진=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일명 우한폐렴)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개강을 앞둔 전국 대학가에서는 수만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 관리에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춘절을 맞아 중국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돌아올 시기가 되면서, 교육부는 최대 4주의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각 대학들도 유학생들의 개별 주거 형태까지 전수조사를 벌이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답변율이 저조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 유학생들 우한 방문 이력·증상 유무·주거 형태까지 조사

국내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은 7만명 정도다. 신종 코로나가 발병한 지난달 21일부터 최근까지 중국 지역에서 국내에 들어온 대학생들은 9582명으로 집계된다. 나머지 6만여명은 아직 중국에 있거나 국내에만 쭉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학들은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발열·기침 증상 유무 △최근 중국 방문 이력 △우한 지역 방문 유무 △국내 주거 형태(단독·공동) 등에 관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각 학교는 교육부 지침을 토대로 자체 설문지를 만들어 이메일 등을 통해 관련 사항을 조사하는 한편, 개별 학생들의 입국 여부 등 소재도 함께 파악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증상이 없는 학생이라도 최소 잠복기(14일) 동안에는 자가격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중국인 유학생이 다니는 성균관대 관계자는 "학생 스스로 2주 정도 격리할 것을 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 유학생 1800여명이 다니는 한국외대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모든 유학생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며 "관련 부서에서는 차후 감염 확산 위험을 점검하기 위해 유학생들이 귀국 후 공동 주거를 하는지 여부까지 폭넓게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가 커지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일 각 대학에 4주 이내 개강을 연기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교육당국은 신종 코로나 잠복기가 지난 뒤 입국하고, 만일 그 전에 입국할 경우 자가격리를 하는 대신 출석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발표 전에 이미 서강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경희대 등은 중국 유학생들이 2월 말 기숙사에 입주하는 일정을 고려해 개강 자체를 1~2주일 늦췄다. 서울대 대학본부도 개강을 한 주 늦추는 권고안을 마련해 오는 12일 개최하는 학사운영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성균관대는 중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온라인 강의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동국대는 교내에 손소독제는 물론 열감지 기계를 배치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 관광객 출입금지 안내문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책 실효성엔 물음표…"격리 강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

하지만 대학 내부에서조차 이런 대책들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서울 소재 사립대 관계자는 "사실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면서 "(학교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충고할 뿐 개인적인 만남까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감염 위험이 없어질 때까지 유학생들이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대학의 '자가격리' 권고가 강제성이 없고, 추후 추적 관리가 어려운 만큼 대학 자체적인 유학생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인 유학생들과 기숙사를 함께 쓰는 등 공동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한양대와 건국대, 서울시립대 등은 중국 학생을 별도 건물에 머물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교육부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려주지 않아 일선에서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교육부는 중국 전역에서 입국한 학생을 '자율격리' 대상으로 분류한다면서도 '격리'는 아니다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장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에 거처가 따로 없는 학생들이 있다. 기숙사에 받으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정확한 지침이 없어 곤혹스럽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메일을 통해 진행 중인 전수조사가 허술하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현재 전수조사 이메일 회신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답장이 왔더라도 해당 학생이 100% 진실을 답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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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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