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흥분이 되네"..포르노 대사 같은 영어회화 교재

천민아 입력 2020.02.0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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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재에 '정상위가 좋아', '섹스 하러가자' 등 문구
성희롱성 문구도..'벗기려다 실패', '보기만 해도 흥분'
간행물위 "학습지 심의 안해"..아동·청소년 사각지대
앞서 한 베스트셀러도 여성혐오 표현, '그녀 패 죽여'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한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서적 일부. 하단에 'A: 가장 인기있는 체위가 뭐라고 알고 있니? B: 그야 여자가 위에서 하는 체위 아니겠어'라는 문장이 쓰여져 있다. 2020.02.05. mina@newsis.com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서울 시내 주요 대형서점들에서 성적 문구가 적힌 교육용 영어회화 책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금(禁)' 표시나 제한도 없이 어린이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광화문 한 대형서점 영어회화 코너 평대에서 판매되는 '영어회화 공식패턴 3300 핵심편'이라는 도서에는 성인물에서 나올 법한 수십개의 예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든 영어 구문 예시로는 '관계를 가질 때에는 정상위가 제일 좋아', '어제 엄마의 서랍에서 바이브레이터(자위기구)를 발견했어', '여자가 위에서 하는 체위가 가장 인기 있지 않겠어?' 등 선정적 문구가 포함됐다.

'가서 ~하다(go have)'는 어구의 예시로는 '우리 가서 섹스하자'를 들거나, '~에 대한 얘기를 하는거야?(Are you talking about~)'의 예로 '너 매춘에 관해 얘기하는거야? 너 섹스에 관해 얘기하는거야? 섹스하는 것에 관해 얘기하는거야?'는 등 문장을 제시하는 식이다.

같은 시리즈의 다른 도서 두 권에도 '프레젠테이션을 하려고 일어섰는데 발기가 됐어', 'A: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어? B: 사장과 비서가 복사기 위에서 홀딱 벗고 한쌍처럼 붙어 있는 거야'라는 낯뜨거운 예시가 들어갔다.

여성에 대한 성희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해당 도서가 진열돼 있는 서울 한 서점의 평대. 어린이도 쉽게 접근 가능한 위치에 배치돼 있다. 2020.02.05. mina@newsis.com

'어젯밤 수잔의 바지를 벗기려고 했는데 실패했어', '계산대 옆 멋진 여자를 보기만 해도 점점 난 흥분돼', '아름다운 여인의 가슴에 눈길을 준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아', '어떻게 하지? 걔를 임신시켰어' 등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다음 판권부터는 '청소년이 보기 불편한 내용이 일부 있다'고 적시하겠다"며 "미국 드라마에 나온 대사를 차용한 것으로 성인 대상으로 만들어진 도서에만 이런 문구가 들어있고 아동용 서적에는 일절 그런 내용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작성된 해당 도서가 어린이를 포함한 미성년자들이 제한없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배치된 서점 평대는 출입구 인근에 위치해 성인 허리께 미치지 않는 '명당' 자리였다. '19금' 성인용 도서가 비닐에 싸여있거나 성인임을 인증하고 요청할 때 받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날 서점에는 신종 코로나 등 우려로 어린이들이 많지는 않았으나 반대편에 아동 코너가 인접해 있어 접근이 어렵지 않았다.

인근 다른 주요 대형서점에서도 해당 서적은 신간이나 인기도서가 배치되는 평대 위에 위치해 있었다.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서울 대형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 영어 서적에 적힌 문구. 'A: 어떻게 해야 하지? 걔를 임신시켰어. B: 그럴줄 알았어. 콘돔 쓰라고 했잖아.'라는 예문이 포함돼 있다. 2020.02.05. mina@newsis.com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서점에서 마음대로 성인물 기준을 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하고 출판사와 조정여부를 상의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국내 출간되는 도서 등 간행물은 공공기관인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간행물위)의 심의를 거쳐 출판된다. 간행물위는 소설과 만화, 사진집, 화보집, 잡지 등의 간행물을 청소년보호법과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심의한다.

하지만 심의 대상에 영어회화책 등 '학습지'는 포함되지 않는다.

간행물위 관계자는 "학습지는 심의대상이 아니라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만 들여다보고 참고하고 있다"며 "자체적 자율심의하는 단체는 있을 수 있지만 공공기관으로서는 간행물에 대한 심사를 하는 곳은 간행물위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앞서 2016년께에는 한 유명강사의 베스트셀러 영어교재인 '경선식 영단어 초스피드 암기비법'에 여성혐오성 표현이 발견돼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서적에는 '죽다(perish·패리쉬)'라는 단어의 암기법을 설명하며 '그녀(she)를 패(pe)서 죽이는 모습'이라는 문구를 쓰거나 '익숙한(inured·이누어드)'이라는 단어에 대해 '남자들과 자는데 익숙한 여자가 "이리 누워"하며 익숙하게 꼬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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