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환염 한달만에 불임 된 장병

전광준 2020. 2. 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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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3급으로 육군 입대했으나 무정자증 전역 위기
민간 병원에서 무리한 운동 피하기·상급병원 진료 권유
중대장 등에 보고했지만 훈련 그대로 동원…치료 못 받아
선임들 “성매매했냐” “고자라 못한다” 집단 괴롭힘까지
신병들이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스물세살 청년이 민간병원에서 고환염 진단을 받고 군에서 한달 가까이 치료를 받던 중 결국 불임 판정을 받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청년은 선임 장병들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려 불안 장애까지 겪고 있다.

6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육군 일병으로 군 복무 중인 최현우(가명·23)씨는 지난해 12월26일 고환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통증은 머리와 허리·다리로까지 이어졌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최씨는 다음날인 27일 군에 외부병원 진료를 요청해 민간 비뇨기과 병원을 찾아 ‘급성부고환염’ 진단을 받았다. 나흘 뒤인 31일 다른 비뇨기과 병원을 방문해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최씨의 고환에서는 혹이 발견됐다. 의사는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과 함께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보호조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내줬다. 최씨는 중대장과 부대 행정보급관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지만 어떤 보호조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는 초음파 검사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일 아픈 몸을 이끌고 뒷산 정상까지 등산을 해야 했다. 열외 지시는 없었다. 그가 입대 이후 하루하루를 기록한 일지에는 “진통제를 먹고 갔지만 산 정상까지 올라가니 눈이 캄캄하고 숨이 막히고 기절할 것 같아 동기에게 기대 숨을 골랐다”라고 적혀있다. 몸이 계속 아파 지난달 3일 방문한 정형외과에서는 골반이 틀어지고 인대가 늘어났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는 진료 결과를 내놓았다. 최씨는 다시 중대장과 행보관에게 보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씨는 지난달 6일부터 시작한 도하훈련과 13일 시작한 국지도발 훈련에 예외 없이 참석해야 했다. 최씨는 당시 약을 먹어도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한 상태였다고 한다. 훈련 두 개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급성부고환염에 이어 고환염 진단을 받았고, 지난달 20일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진단명에 전립선염이 추가됐다. 

이 상태에서 군 선임들은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는 최씨를 괴롭히고 놀렸다. 처음 고환염 진단을 받은날 선임 장병들은 왜 병명을 보고를 안 했냐며 삿대질을 하고 “뒤질 것 같냐? 그 정도로는 안 아프지” 등의 말을 했다. 지난해 10월 군에 입대해 당시 이등병이었던 최씨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견디다 못한 최씨는 지난해 12월28일 국방헬프콜에 ‘그냥 얘기만 들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다 제가 죄송합니다. 살고 싶습니다. 어차피 해결은 안 되지만 그냥 적고 싶었습니다. 부모님 앞에서 군대 생활 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에 남자 구실도 못하고 나이 처먹고 일도 못 하는 머저리가 됐습니다.”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졌다. 전립선염 진단을 받은 지난달 20일, 중대원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한 선임 장병은 “성매매한 게 아니냐. 잘 씻어야지”라며 최씨를 비웃었다. 분대장은 최씨에게 “(고자라서) 못한다”고 놀리기도 했다.

고통과 괴롭힘을 동시에 견디던 최씨가 국군수도병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 진단을 받은 뒤부터 한달 가까이 지난 지난달 23일이 되어서였다. 수도병원에서는 최씨의 고환 위축이 심각해 정자를 생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전역 대상’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무정자증 판정을 받은 최씨는 현재 전역 위기에 처해 있다. 최씨는 애초 3급 현역 판정을 받아 입대했다. 최씨의 어머니 박아무개씨는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군의관이 2주만 빨리 왔으면 조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공포와 불안, 극심한 스트레스로 잠을 자지 못하고 현기증에 시달리는 최근부터 최씨는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정신과는 최씨를 불안 장애로 판정했다.

군 간부들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중대장은 왜 국군수도병원 진료를 늦게 보냈냐는 어머니 박씨의 질문에 “현 부대 시스템이 그렇다. 괴롭힘당한 지 몰랐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박씨는 억울함과 답답함에 가슴을 뜯었다. “다른 건 원하지도 않아요. 군대는 아들을 원상복귀 시켜줘야 돼요. 이런 군대를 누가 가려고 하겠어요. 감찰장교들이랑 얘기했는데 치료 문제는 자기네들 소관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이에 대해 육군본부 관계자는 “군의관이 최씨를 진료한 뒤 민간 비뇨기과 진료 등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해줬다. 지난해 12월부터 1달 사이 민간병원을 6차례, 군의관 진단을 5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훈련은 지휘관 판단에 따라 열외할 수도 있고 부담되지 않는 경우 참여시킬 수 있는데 무리한 훈련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선임 장병의 괴롭힘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단 감찰장교가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반론보도문] ‘[단독] 고환염 한달만에 불임 된 장병’ 관련
<한겨레>는 2020년 2월6일치에서 ‘[단독] 고환염 한달만에 불임 된 장병’이라는 제목으로 군이 고환염 환자인 최 일병을 강제로 등산에 참여시켰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부대에서는 “등산은 편도 30분 거리이며 해당 병사에게 참석여부에 대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었고, 군의관의 발언 취지는 군병원에서의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2주 정도가 소요된다는 의미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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