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창고 덮쳤더니 마스크 4만개 쏟아졌다..사재기 단속 르포

최모란 2020. 2. 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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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용인시 한 도소매업체 창고에서 발견된 마스크 상자들. 최모란 기자


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주택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원 6명이 골목길 한쪽에 들어선 마스크 도·소매업체 A사의 물류창고로 들이닥쳤다. 안으로 들어가자 종이상자 60여 개가 쌓여있었다. 상자 하나를 열자 'KF94 황사·방역용 마스크'들이 쏟아져 나왔다.

상자 수를 세는 조사단 옆으로 온 이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 들어온 물건이 아니고 예전에 들어온 물건"이라고 연신 해명했다. 이런 마스크 상자는 창고 입구 등 곳곳에서 발견됐다.


판매량보다 많은 마스크 '사재기' 가능성
이날 A사가 보관하고 있던 마스크는 모두 4만2580개. 이 업체는 지난해 모두 29만개의 마스크를 판매했다고 한다. 지난해 한 달 평균 판매량(2만4166개)보다 현재 보관량이 176%나 많은 것이다.

매점매석(買占賣惜·사재기)의 기준은 조사 당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할 경우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는 영업 시작일부터 조사 당일까지 월평균 판매량을 기준으로 매점매석 여부를 판단한다. 영업 2개월 미만 사업자는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반환·판매하지 않을 경우 해당한다.

6일 경기 용인시 한 업체 창고에서 정부합동단속단이 마스크 사재기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단속반은 A사의 마스크 보관량이 150%가 넘는 만큼 '사재기'로 보고 있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김상현 사무관은 "이 업체가 매점매석했는지는 업체의 입고 서류 등을 분석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며 "필요하면 고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재고가 쌓인 것, 사재기 아냐"
정부가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마스크 품귀현상이 계속되자 마스크 가격을 올려 파는 등 얌체 판매자가 급증해서다. 단속반 인원만 총 180명에 이른다.

매점매석으로 확인되면 처벌도 받는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4월 말까지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의 생산자나 판매자가 물품을 매점매석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은 '보건용 마스크 및 손 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이날 적발된 A사도 사재기가 확인되면 처벌받을 수 있다. 그래선지 A사 측은 사재기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A사 관계자는 "황사 때문에 미리 구입을 했고 재고가 쌓이면서 이렇게 된 것이지 사재기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영세한 업체라 소수 인원이 택배 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배송 등이 늦어졌을 수는 있지만, 주문을 취소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6일 경기 용인의 한 마스크 판매업체 창고에서 정부합동조사단이 사재기 단속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철저한 사전 조사로 매점매석 여부 확인 후 단속
매점매석을 단속하기까진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조사반은 단속 전 먼저 마스크 제조업체를 전수조사했다.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마스크가 총판을 통해 도소매업체로 판매되는 명세도 확인한다. 구매한 물량과 판매한 물량을 대조하는 방법으로 사재기 여부를 확인했다.

A사의 경우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 3만여개의 마스크를 판매했는데 사들인 마스크는 6만개로 조사됐다. 가격도 일부 인상해 판매한 정황도 발견됐다. 그래서 이날 현장 단속 대상이 됐다.

식약처는 지난 5일부터는 홈페이지(www.mfds.go.kr)와 공식 블로그(https://m.blog.naver.com) 등을 통해서도 '보건용 마스크·손 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등 신고센터'(☎02-2640-5057, 02-2640-5080, 02-2640-5087)를 운영하고 있다. 김상현 사무관은 "현재 식약처 의약품관리과 등에서 매점매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업체들을 추적하고 있다"며 "확인되는 대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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